경윳값 급등에 전기트럭 전환 빨라질까...'탈디젤' 시험대

IEA "경유 수급난 2027년까지 지속"…연료비 부담에 전동화 주목

카테크입력 :2026/10/20 15:50

글로벌 경유 공급난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디젤트럭 중심 화물 운송시장에도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동 전쟁과 러시아 정유시설 가동 차질로 경유 가격 불확실성이 커지자 전기트럭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다만 높은 차량 가격과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이 과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발표한 '10월 석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경유·가스오일 수급 불안은 2027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연말까지 정유시설 가동이 회복되더라도 올해 누적된 재고 감소분을 메우기는 어려워, 본격적인 재고 회복은 내년 하반기 이전에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중동과 러시아의 공급 차질이 주요 원인이다. 지난 9월 두 지역 경유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하루 130만 배럴 감소했다. 다른 지역의 공급 증가가 이를 일부 상쇄했지만, 글로벌 경유 수출량은 하루 70만 배럴 줄었다.

미국 주유소 이미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공급 부족은 가격에 반영됐다. 지난달 중순 싱가포르 경유 도매가격은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섰고, 유럽과 미국에서는 220달러 안팎으로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IEA는 이후 가격이 일부 내려왔지만 여전히 위기 이전의 약 두 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경윳값 갤런당 6달러대…유럽은 전기트럭 비용 경쟁력 주목

미국에서는 소매가격에서도 연료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지난 14일 발표한 주간 통계에 따르면, 12일 기준 미국 도로용 경유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갤런당 6.179달러였다. 전주보다 0.020달러 내렸지만 전년 동기보다는 2.514달러 높았다. 캘리포니아는 갤런당 8.091달러로 집계됐다.

경유 가격 상승은 전기트럭과 디젤트럭 운영비 차이를 벌리는 요인이다. 차량 구매비뿐 아니라 연료비와 유지비 등을 합산하는 총소유비용(TCO)에서는 전기트럭의 높은 초기 가격을 운행 과정의 비용 절감으로 얼마나 상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유럽 교통환경단체 T&E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럽연합(EU) 주요 트럭 시장 9개국 중 6개국에서 전기트럭의 총소유비용이 디젤트럭보다 낮다고 분석했다. 해당 6개국은 EU 신규 대형트럭 판매의 46%를 차지한다.

T&E는 유럽연합 10개국 중 6개국은 전기트럭이 디젤 트럭보다 총소유비용이 낮다고 주장한다. (사진=T&E)

T&E가 제시한 5년간 비용 절감액은 네덜란드 최대 10만 유로, 독일 8만 5000유로, 덴마크 6만 9000유로다. 이들 시장에서는 전기트럭의 추가 구매비용을 약 2년 만에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이는 국가별 차량 가격과 에너지 비용, 구매 보조금, 도로 통행료 혜택 등을 반영한 분석이다. T&E는 생산 규모 확대에 따른 차량 가격 하락과 정책 지원을 비용 경쟁력 개선의 배경으로 꼽았다. 경유 가격 상승만으로 모든 운송사업자에게 같은 절감 효과가 생긴다는 의미는 아니다.

유럽 판매 40% 증가…물류기업도 실제 운행 확대

유럽의 전기트럭 도입은 판매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IEA의 '글로벌 전기차 전망 2026’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의 중·대형 전기트럭 판매량은 약 1만 7000대로 전년보다 40% 증가했다. 다만 전체 트럭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로, 시장의 주력은 여전히 디젤트럭이다.

물류기업의 실제 운행 사례도 늘고 있다. DHL 프레이트는 지난 14일 슈퍼팬더의 전기트럭 ‘eTopas 600’을 9월부터 네덜란드 물류망에서 정규 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에서 실제 운송 조건에 맞춘 시험을 진행한 뒤 네덜란드 운송망에 투입한 것이다.

이러한 도입 사례를 최근 경윳값 급등의 직접적인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이미 진행되던 전동화 과정에서 경유 가격 상승이 디젤트럭과의 비용 비교에 새로운 변수로 더해진 상황이다.

2016년~2024년 지역별 전기트럭 판매 (사진= IEA)

전동화 전환이 앞선 중국에서는 지난해 판매된 트럭 4대 중 1대가 전기트럭이었다. IEA는 배터리 가격 하락으로 중국 전기트럭 총소유비용이 이미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유럽에서도 2030년까지 디젤트럭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매가격·충전시간은 여전히 변수

전기트럭의 비용 경쟁력이 개선되더라도 초기 투자 부담은 남는다. IEA에 따르면 전기트럭 구매가격은 여전히 디젤트럭의 2~3배 수준이기 때문이다. 장기간 운행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더라도 차량을 도입하는 시점에는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운행 조건도 중요하다. IEA는 장거리 대형트럭의 경제성을 판단할 때 주행거리와 적재량, 배터리 크기, 충전시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충전 대기시간이 길어지거나 배터리 무게로 실을 수 있는 화물이 줄면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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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정해진 노선을 반복 운행하고 차고지나 휴식시간에 충전할 수 있다면 운영비 절감 효과를 살리기 쉽다. IEA는 유럽의 운전자 의무 휴식시간을 충전에 활용하는 방식이 장거리 전기트럭 운행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경유 공급난이 전기트럭 전환을 얼마나 앞당길지는 연료비 상승세 지속 여부와 실제 운송 현장에서의 경제성 확보에 달려 있다. 경윳값 급등으로 전기트럭의 비용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지만, 초기 구매비용과 충전 인프라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단기간에 디젤트럭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