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짜리 쇼츠와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 오직 영화에 집중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등장했다. 지난 1일 출범한 '무비랩'이다.
영화 감상부터 작품에 관한 이야기, 굿즈 구매와 오프라인 공간 탐색까지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하나의 플랫폼에 담았다.
무비랩이 기존 OTT와 가장 크게 구별되는 지점은 콘텐츠 추천 방식이다. 인기 순위나 이용자 시청 기록을 분석하는 알고리즘 대신 사람이 직접 고른 작품을 소개한다. 이용자가 어떤 영화를 선택하더라도 만족할 수 있도록 작품 선정과 큐레이션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무비랩 관계자는 “기존 OTT의 톱10 순위와 알고리즘 기반 개인화 추천에 회의를 느꼈다”며 “추천받은 콘텐츠를 보고도 감흥이 없어 허무했던 경험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영화가 알고리즘에서 선택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오래 간직할 만한 영화를 하나하나 엄선해 소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기 순위 없는 OTT, 영화 고르는 기준부터 다르다
무비랩에서는 일반적인 OTT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기 콘텐츠 순위나 시청 이력 기반 추천 목록을 찾을 수 없다. 대신 작품의 완성도와 감상할 이유를 중심으로 구성한 다양한 영화 컬렉션을 제공한다.
독립·예술영화와 고전영화를 중심으로 감독의 연출과 배우의 연기, 이야기의 깊이 등 작품마다 서로 다른 매력을 살펴 영화를 선정한다. 제작 규모나 대중적 인지도보다는 시간이 지나 다시 봐도 의미가 있는 작품인지에 무게를 둔다.
큐레이션 방식도 다양하다. '이별을 통과하는 마음', '돈이 지배하는 세계', '집이라는 미스터리' 등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작품을 묶거나 봉준호·나홍진·박찬욱 등 감독별 컬렉션을 제공한다. 칸·베니스·베를린 등 주요 국제영화제의 출품작을 살펴볼 수 있는 특별전도 마련했다.
특히 '피플(PEOPLE)'에서는 영화 매거진 '영화 볼 결심', 독립영화 큐레이터 '시네필 그린', 음악 큐레이터 '우키팝', 독립서점 유어마인드 운영자 '이로' 등이 직접 고른 작품과 추천 이유를 소개한다.
영화 전문가뿐 아니라 음악과 출판 등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어떤 분야에서 활동해 왔느냐에 따라 주목하는 장면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무비랩 관계자는 “같은 영화라도 음악을 오래 들어온 사람이 주목하는 장면과 책을 만드는 사람이 기억하는 대사는 다를 수 있다”며 “누가 어떤 이유로 골랐는지 알게 되면 익숙한 작품도 새롭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큐레이션은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싶어지는 이유를 전하는 일”이라며 “이용자가 다른 사람의 추천을 따라가면서 자신만의 취향과 기준을 발견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화 보고 끝? 감상 나누고 굿즈까지 즐긴다
무비랩은 영화 재생 기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작품을 감상하기 전 정보를 탐색하고, 감상한 뒤에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거나 자신의 의견을 남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각 영화의 상세 페이지에는 줄거리와 감독, 출연 배우 등 기본 정보와 함께 관련 글을 모은 'LAB' 콘텐츠, 이용자 감상평 등이 제공된다. 감독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인물 아카이브'와 영화의 역사를 정리한 '시네마 연대기'도 마련했다.
영화 속 인상적인 장면을 30초에서 1분 분량으로 편집한 '씬' 기능도 눈길을 끈다. 이용자는 주요 장면을 미리 확인할 수 있으며, 원하는 장면을 선택하면 영화의 해당 구간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영화 포스터와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바이닐, 블루레이 등 관련 상품도 판매한다. 전국의 독립·예술영화관과 영화 전문 서점, 카페 등 영화와 관련된 오프라인 공간을 소개하는 기능도 갖췄다.
현재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독립·예술영화관 '아트하우스 모모'와 제휴를 맺었으며, 앞으로 협력 공간을 늘려갈 계획이다.
무비랩 관계자는 “이용자가 영화를 고르고 감상하는 과정부터 자신의 취향을 기록하고 다른 사람의 추천을 만나는 흐름으로 플랫폼을 설계했다”며 “영화 감상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하나의 멤버십 안에서 연결하는 것이 무비랩의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관객 목소리와 갈 곳 없는 독립영화까지 담는다
무비랩은 운영자가 선정한 작품만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의 상영 요청도 받는다. 이용자가 보고 싶은 영화를 제안하면 배급 권리와 계약 조건 등을 검토해 실제 서비스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출범 3일 만에 접수된 상영 요청은 1000건을 넘었다. 모든 요청이 실제 작품 수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용자들이 어떤 영화를 원하는지 파악하는 자료로 활용한다.
상영 기회를 얻기 어려운 독립·단편영화를 발굴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독립영화 매거진 '시네필그린'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감독과 창작자로부터 작품을 제안받고 있으며, 이 가운데 10편을 선정해 무비랩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무비랩 관계자는 “국내에 다양한 독립영화, 단편영화가 있지만 관객에게 선보일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이 안타까웠다”며 “오래된 명작과 이용자가 요청한 작품, 새롭게 발굴한 독립영화가 함께 존재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중심에 두면서도 작품의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영화 애호가뿐 아니라 일반 이용자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대중적인 작품 가운데 소개할 가치가 있는 영화도 수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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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랩이 지향하는 것은 단순히 많은 영화를 확보한 OTT가 아니라,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 자체를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다.
무비랩 관계자는 “무비랩에서는 어떤 영화를 골라도 실패가 없었으면 좋겠다”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감상에서 그치지 않고 글을 쓰고, 굿즈를 사고, 서로 소통하며 오래 머무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