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X, 기후기술이 산업경쟁력이 되기 위한 조건

[기경학회 기후&에너지 칼럼]

전문가 칼럼입력 :2026/10/17 16:56    수정: 2026/10/17 16:58

허해림 기후솔루션(SFC) 산업부문 총괄

글로벌 산업경쟁력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고 영국도 2027년 자체 CBAM 도입을 앞두면서, 제품의 탄소집약도가 가격과 시장 접근을 좌우하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수출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에 녹색전환은 탄소감축을 넘어 산업경쟁력의 핵심 과제가 됐다.

정부가 지난 7일 발표한 한국형 녹색대전환(K-GX)은 산업 탈탄소를 국가 성장전략의 주요 축으로 제시했다. 향후 10년간 재정과 기후금융을 통해 1000조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하고, 산업 공정 전환부터 재생에너지 확대, 녹색산업 육성까지 폭넓게 추진한다. 산업 탈탄소를 국가 성장전략으로 확대하고 대규모 지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K-GX는 기존 산업의 배출 감축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풍력 등 10대 녹색산업의 기술개발과 상용화, 국내 생산 기반 강화를 추진한다. 기후기술을 규제 대응 수단을 넘어 제조 역량과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산업전략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연구개발 성과가 양산과 수출로 이어지려면 예측 가능한 투자 환경과 안정적인 공급망, 경쟁력 있는 생산비용과 충분한 시장 수요가 뒷받침돼야 한다.

철강, 석유화학, 해운은 이러한 실행 조건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세 산업은 배출 감축이 시급할 뿐 아니라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주요 수출산업의 소재와 물류를 뒷받침하는 기반이다.

허해림 기후솔루션 산업부문 총괄

철강의 경우 K-GX는 2030년까지 30만톤급 수소환원제철 실증을 추진하고 이후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그러나 현재 계획만으로는 필요한 청정수소와 전력 규모, 공급 시점을 파악하기 어렵다. 산업별 로드맵에 단계별 수소 및 전력 수요와 공급 목표, 인프라 구축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 에너지 공급이 설비투자 일정에 맞춰 마련되지 않으면 기술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상용화가 지연되고 기업의 투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녹색철강의 초기 수요 창출도 중요하다. 정부는 2027년 저탄소 철강 인증제 도입과 공공조달, 자동차 구매 인센티브와의 연계를 검토하고 있다. 인증기준에 수소환원제철 같은 전환 기술과 부분적인 감축 기술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으면 초기시장 형성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명확한 인증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공공조달 및 구매 인센티브에 연계해 실질적인 수요와 투자 유인을 확보해야 한다.

석유화학에서는 청정전력 공급과 실증 계획의 구체성이 관건이다. K-GX는 NCC 전기화와 무탄소 연료 전환, 바이오와 재활용 원료 확대를 제시했다. 전기 NCC는 2028년 원천기술 확보와 2029년 대규모 실증을 계획하고 있지만, 업계 구조조정에 따라 실증 대상과 투자 규모에는 불확실성이 있을 수 있다.

향후 산업별 로드맵에서는 대상 시설과 설비용량, 투자 규모를 명확히 하고, 상용화까지의 단계별 계획을 탄소중립 경로와 무역영향 시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구체화해야 한다. 아울러 단계별 전력 수요와 산업단지별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을 파악하고 이에 필요한 전력망 확충 계획을 국가 전력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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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에서는 선박 보급과 연료 공급체계 연계가 과제다. K-GX는 친환경 선박 지원과 함께 1조원 규모의 친환경 연료 인프라펀드와 울산항을 친환경 공급연료 거점으로 제시했다. 펀드의 재원 조달과 집행 방식, 투자 대상 연료와 관련 인프라 구축 목표를 구체화하고, 선박 보급 일정과 연료 생산, 저장, 공급 인프라 구축 계획을 연계해야 한다. 선박 보급 및 연료 공급체계 구축과 함께 실제 연료 전환에 걸림돌이 되는 비싼 친환경 연료의 초기 가격 격차를 보완하는 지원 방안도 필요하다. 선박 건조비용 지원만으로는 실제 연료 전환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 산업의 기술 경로는 다르지만 에너지 공급과 인프라 구축, 투자 지원이 적기에 맞물려야 한다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다. 향후 산업별 GX 로드맵은 기술개발 목표를 넘어 공정별 에너지 수요와 공급, 인프라 구축, 투자 일정, 초기시장 조성 방안을 구체적인 실행계획으로 연결해야 한다. 대규모 재정과 금융 지원이 실제 산업 전환을 뒷받침할 때 K-GX는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성장전략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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