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은 왜 경쟁사 엔진을 살까

1323억원 규모 선박엔진 공급계약…한화엔진 매출 3분의 1은 삼성重

디지털경제입력 :2026/10/17 11:16

삼성중공업이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엔진으로부터 1300억원이 넘는 선박용 엔진을 공급받는다. HD현대중공업도 선박용 엔진을 생산하고 있지만, 삼성중공업은 과거 자신이 설립에 참여했던 한화엔진과 오랜 공급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엔진은 전날 삼성중공업과 1322억5368만원 규모 선박용 엔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연결 매출액의 9.6%에 해당하는 규모다.

계약기간은 이달 15일부터 2028년 11월 15일까지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할 선박에 엔진을 공급하는 계약으로, 선박 건조 일정에 따라 계약기간은 변경될 수 있다. 계약일은 양사가 체결한 엔진 공급의향서(LOI)의 발효일을 기준으로 했다.

삼성중공업 거제 조선소 전경 (사진=삼성중공업)

한화엔진은 삼성중공업의 경쟁사인 한화오션과 같은 그룹에 속해있다. 한화그룹은 2024년 HSD엔진을 인수하고 사명을 한화엔진으로 변경했다. 한화오션과 선박 엔진 사업 간 시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행보였지만, 삼성중공업은 그룹 간 경쟁과 별개로 기존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화엔진 뿌리는 삼성중공업…과거 주요 주주로 참여

양사의 관계는 199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삼성중공업과 당시 한국중공업은 선박용 엔진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엔진사업 통합에 합의했다. 양사는 엔진사업 독립법인 설립을 위한 합작계약을 체결했고, 이를 기반으로 HSD엔진이 출범했다.

삼성중공업은 1990년대 자체 엔진사업을 운영했지만, 사업 통합 이후 선박 건조에 역량을 집중하고 엔진은 외부에서 조달하는 구조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한화엔진은 단순한 외부 기자재 공급사를 넘어 삼성중공업의 과거 엔진사업을 계승한 기업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2000년에는 대우조선해양이 증자 과정에서 지분을 취득하면서 주요 조선사들이 공동으로 엔진 제조사의 주주로 참여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삼성중공업은 엔진사업을 분리한 뒤에도 지분을 보유하며 선박용 엔진을 공급받았다. 2005년 회사명이 두산엔진으로 바뀐 이후에도 거래 관계는 계속됐다.

당시 조선사 입장에서는 직접 엔진 생산시설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었고, 엔진 제조사는 대형 조선사들을 고정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실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오랜 기간 두산엔진의 핵심 고객사 역할을 했다. 이후 회사는 HSD엔진으로 다시 이름을 바꿨고, 2024년 한화그룹에 편입돼 현재의 한화엔진이 됐다.

기업의 소유주와 사명은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삼성중공업과의 선박용 엔진 거래는 이어진 셈이다.

한화엔진 매출 3분의 1은 삼성중공업서 발생

현재도 삼성중공업은 한화엔진의 핵심 고객사다.

한화엔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을 대상으로 발생한 지난해 매출은 약 4763억원으로 전체 매출 34.7%를 차지했다. 한화오션 관련 매출 약 5052억원(36.8%)과 비슷한 수준이다.

엔진 AM 사업 이미지 (사진=한화엔진)

두 회사가 한화엔진 전체 매출 7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한화엔진 입장에서도 삼성중공업과의 거래 관계는 중요하다.

한화그룹 편입 이후에도 기존 외부 고객을 유지하는 것이 엔진 생산설비 가동률과 수주 기반을 확보하는 데 유리한 구조다. 삼성중공업 역시 오랜 기간 엔진을 공급받아 온 제조사와 거래하면서 품질 관리와 납기 대응 측면에서 기존 협력 관계를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삼성중공업이 한화엔진을 선택하는 이유를 과거 지분 관계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선박용 엔진은 선종과 선주의 요구사항, 엔진 사양, 가격, 납기 등에 따라 공급사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한화엔진 제품 비중이 높긴 하지만, 만과 HD현대마린엔진 등 다양한 업체의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