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인공지능(AI) 기업 중 하나였던 사일로AI를 AMD에 매각한 피터 살린 네스트AI 창업자 겸 회장이 이번에는 전장 AI 시장에 뛰어들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과 자율무기, 지휘통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지자 핀란드의 AI 기술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부전선 국가들의 작전 경험을 결합해 '유럽판 전장 AI'를 구축하려는 모습이다.
유럽 방산 AI 기업 네스트AI(NestAI)는 23일 공식 뉴스룸을 통해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 연구개발(R&D) 사무소를 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곳에서 1년 넘게 운영해 온 현지 조직을 공식화하고 오는 2027년까지 엔지니어와 전문가를 25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살린은 핀란드 AI 기업 사일로AI를 공동 창업한 인물로, 지난 2024년 약 6억6500만 달러에 사일로AI를 AMD에 매각했다. 당시 유럽 민간 AI 기업 인수 사례 가운데 최대 규모로 평가됐다.
살린은 사일로AI 매각 이후 지난해 네스트AI를 설립하고 사업 영역을 국방으로 옮겼다. 네스트AI는 노키아와 핀란드 국영 투자사 테시로부터 1억 유로를 유치했으며 현재 200명이 넘는 엔지니어와 과학자를 두고 있다. 핀란드군을 비롯해 사브·파트리아 등 유럽 방산기업과도 협력하고 있다.
네스트AI가 개발하는 핵심 제품은 전장용 적응형 운영체제 '네스트OS'다. 이 제품은 무인체계와 지휘통제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작전 데이터를 AI가 지속적으로 학습해 변화하는 전황에 대응하도록 설계됐다.
기존 군용 소프트웨어는 새로운 위협이나 작전 요구가 발생하면 개발사가 업데이트를 제작하고 검증과 배포 절차를 거쳐야 한다. 네스트OS는 통신망이 불안정하거나 중앙 서버와 연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현장에 배치된 AI가 데이터를 학습하고 성능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 개방형·모듈형 구조를 적용해 여러 국가와 방산기업이 개발한 시스템을 연동할 수도 있다. 특정 기업의 기술에 종속되지 않고 각국이 자국 데이터와 작전 경험을 활용해 AI를 통제하는 소버린 AI 전략이 반영됐다.
이처럼 네스트AI가 적응형 AI 개발에 나선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전장 소프트웨어의 개발 속도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드론과 전자전 장비, 대응 전술이 빠르게 바뀌면서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쳐 소프트웨어를 개선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작전 요구를 따라가기 어려워진 상태다. 이에 통신이 제한된 상태에서도 작동하고 새로운 위협에 빠르게 적응하는 AI가 현재 핵심 군사 역량으로 떠올랐다.
네스트AI는 이런 수요를 핀란드의 AI·통신 기술과 결합해 사업화하고 있다. 2025년부터 핀란드군과 데이터 중심 지휘통제와 지능형 무인체계에 적용할 AI를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노키아와는 이동형 5G망에 네스트OS를 연동하고 있다. 통신이 제한되거나 전자 공격을 받는 전장에서도 지휘통제와 임무 계획, 위협 탐지가 가능한 기술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개발 범위도 핀란드에서 주변 동맹국으로 넓히고 있다. 네스트AI는 지난 6월 핀란드 국방부, 에스토니아군과 의향서를 체결하고 적응·학습형 AI와 지휘통제 지원, 자율·무인체계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서로 다른 국가의 군사 시스템을 연동하고 향후 다른 동맹국도 참여할 수 있는 협력 구조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탈린 R&D 사무소 설립은 당시 합의한 공동개발을 현지에서 지속하기 위한 후속 조치다. 네스트AI는 에스토니아군과 방산기업, 연구기관 가까이에서 현지 작전 환경과 운용 요구를 파악하고 이를 네스트OS 개발에 반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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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 진출은 나토 동부전선 전반으로 개발 거점을 확대하려는 전략과도 연결된다. 네스트AI는 지난 8월 스웨덴에 진출한 데 이어 이달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로 사업 범위를 넓혔다. 핀란드의 AI·통신 기술에 각국 군의 운용 경험을 결합해 유럽이 자체 통제할 수 있는 국방 AI 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살린 회장은 "유럽의 소버린 국방 AI를 한 국가가 독자적으로 구축하기 어렵다"며 "AI를 실제로 운용할 군과 가까운 곳에서 개발해야 전장의 변화를 소프트웨어에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