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AI 호황의 그늘…개발자 감축 가속

앤트로픽·오픈AI 투자 열기에도 기존 기술 인력 고용 불안

컴퓨팅입력 :2026/09/20 09:15

인공지능(AI) 기업이 몰려든 샌프란시스코가 다시 호황을 맞고 있지만, 기존 기술 인력의 고용 환경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블룸버그는 캘리포니아 고용개발부(EDD)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월까지 12개월간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기술업계 고용주들이 1만 4500명 이상 근로자에 대한 해고 통지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직전 회계연도보다 거의 두 배로 늘어난 수치다.

앤트로픽과 오픈AI를 비롯한 AI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 유치와 고액 연봉을 앞세워 인재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기업의 상장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샌프란시스코가 다시 AI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중심지 샌프란시스코, 호황 속 개발자 감축 가속 (사진=제미나이 활용)

그러나 AI 산업 성장세가 기술업계 전반의 고용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와 인근 샌마테오 카운티는 최근 12개월간 전체 산업에서 1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늘렸지만, 2020년 2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6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줄어든 상태다.

특히 기술기업이 대거 포함된 정보산업은 최근 12개월 동안 약 2000개 일자리를 잃었다. 같은 기간 고용 회복을 이끈 업종은 민간 교육·보건과 여가·접객업 등으로, AI와 기술산업이 지역 고용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기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느끼는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노동시장 분석업체 라이트캐스트에 따르면 베이 지역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수요는 2022년 이후 42% 감소했다. 반면 AI 관련 정보기술·컴퓨터과학 직무 수요는 같은 기간 37% 증가했다.

전통적인 코딩 역량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업무 자동화와 생산성 향상을 추진하면서, 기존 개발 인력의 업무 일부가 대체되거나 축소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자상거래 기업에서 지난 7월 해고된 니코 크리사풀리 프런트엔드 웹 개발자는 달라진 채용 시장을 체감하고 있다. 그는 자바스크립트와 프런트엔드 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경력을 쌓았지만, 최근에는 'AI 전략가'와 'AI 엔지니어' 등 새 직무가 늘어나면서 자신의 경험을 어디에 적용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크리사풀리 개발자는 "직접 코드를 짜는 일 이제 예전처럼 중요한 일이 아닌 것 같다"며 "프런트엔드 엔지니어 일자리를 찾는 것은 어제의 문제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AI 전환의 충격은 경력이 짧은 청년층에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인력 분석 플랫폼 레벨리오랩스에 따르면 챗GPT 출시 이후 캘리포니아에서 AI 영향을 많이 받는 직종에 종사하는 22~25세 노동자의 고용은 16.8% 감소했다. 다른 직종 종사자의 감소율인 4.6%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벤처캐피털 시그널파이어의 인재 담당 운영 파트너 타우니 크란츠는 대졸 신입 인력이 기술업계에 진입하는 전통적인 통로가 크게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대형 기술기업들이 AI 시대에 맞춰 초급 인력의 역할과 교육 체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AI 기술을 실제 고객 업무에 적용하는 '전방 배치 엔지니어'는 새 유망 직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방 배치 엔지니어는 소프트웨어 개발뿐 아니라 고객사와 직접 소통하며 AI 도입 방안과 활용 전략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는다.

라이트캐스트에 따르면 베이 지역의 전방 배치 엔지니어 채용 공고는 2022년 이후 약 600% 증가했다. 해당 직무의 공고상 중간 연봉은 20만2300달러에 달한다. 오픈AI와 앤트로픽도 관련 인력을 채용하고 있으며, 세일즈포스는 전방 배치 엔지니어 1000명 채용 계획을 내놓았다.

은행과 보험사에 AI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택타일의 하오 리 북미 전방 배치 엔지니어팀장은 이 직무가 과거 여러 부서가 나눠 맡던 업무를 통합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엔지니어링, 제품, 사업 역량을 하나로 합친 역할이 전방 배치 엔지니어"라고 말했다.

해고자들의 고립감도 커지고 있다. 전 구글 직원 바셈 이스탄불리가 만든 실직자 커뮤니티 '언(PTO)'은 하이킹과 면접 준비 모임 등을 통해 구직자들의 교류를 돕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규모 모임으로 출발한 이 커뮤니티는 현재 회원 수가 1700명을 넘어섰으며, 행사에 80명 이상이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AI 산업이 창출하는 부가 샌프란시스코의 주거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도 실직자들에게 부담이다. 임대료 상승세 속에서 일자리를 잃은 기술 인력은 재취업 준비와 생활비 압박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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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이건 샌프란시스코시·카운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I 투자와 기존 기술기업 감원이 엇갈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 투자에 따른 노동시장 활성화 효과와 기존 기술기업의 해고에 따른 위축 효과가 맞서는 상황"이라며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는 반면, 현재 AI 특화 역량을 갖춘 인력으로 채용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