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지금] "무려 60만명 해고"…AI·로봇 직원 등장에 인간 일자리 사라진다

아마존·MS·메타 등 빅테크 중심으로 감원 바람 거세…韓서도 일자리 대체 움직임 ↑

컴퓨팅입력 :2025/10/24 16:22    수정: 2025/10/24 18:40

최근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일자리를 대체하는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대량 해고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AI 사업 수익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인건비 지출이 기업의 재정 부담을 높이자 이처럼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메타,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들은 올 들어 역대급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인건비 줄이기에 돌입했다. 

MS는 올 한 해 동안 세 차례에 걸쳐 1만5천 명 이상을 감원했다. 지난 8월에는 이스라엘 군과의 협력에 반대하며 이에 대한 항의 시위를 벌인 일부 직원을 해고해 주목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규모 감원은 막대한 AI 투자가 주요 원인으로, 지난 1월에는 저성과자를 중심으로 전체 직원의 약 1%를 감원한 데 이어 5월에는 6천 명을 내보냈다. 최근에도 9천 명을 해고하는 역대급 구조조정을 발표했는데, 중간 관리자 직책이 주요 감원 타깃이었다.

(제작=코파일럿)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도 핵심 AI 부문 인력을 대폭 축소했다. 오픈AI, 구글 등 경쟁사에 맞서 보다 빠른 의사결정과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하기 위해서다. 

특히 최근에는 AI 인재 영입에 활발히 나섰던 AI 개발 총괄 조직인 '슈퍼인텔리전스 랩스' 소속 약 600명의 직원을 내보내기로 결정해 눈길을 끌었다. 감원 대상은 AI 인프라 부서와 기초 연구조직(FAIR), 제품 개발 직군으로, 일부 인력은 다른 부서로 재배치된다.

다만 핵심 인력들이 소속된 'TBD 랩스'는 감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해당 조직은 올여름 메타가 거액을 들여 신설한 AI 핵심 연구 부서로, 알렉산드르 왕 최고AI책임자(CAIO)가 직접 관리하고 있다. 감원 조치 이후 슈퍼인텔리전스 랩스의 인력은 약 3천 명 미만으로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올해 2월 클라우드 부문 인력을 줄인 데 이어 지난 5월 판매·파트너십 부문에서 직원 200명을 해고했다. AI 및 데이터 중심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아마존은 가장 많은 해고 계획을 내놔 충격을 줬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숫자인 120만명 고용을 담당하는 이곳에서 향후 2030년까지 사업 운영 75%를 자동화하며 최대 일자리 60만개를 로봇으로 대체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실제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마존의 자동화 팀은 오는 2027년까지 미국 내 16만명 고용 대체를 추진해 30%의 인력 감축을 꾀하고 있다. 경영진은 로봇 자동화를 통해 2033년까지 60만명 이상의 인력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마존은 인력이 거의 필요없는 창고를 만들기 위해 아마존 로봇 공학 팀은 운영의 75%를 자동화할 것이란 목표를 가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아마존의 계획은 전국의 블루칼라 일자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월마트, UPS와 같은 다른 회사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마존이 촉각을 구현한 물류 로봇 벌컨을 출시했다. (사진=아마존)

이 같은 움직임은 우리나라에서도 감지된다. 아마존의 사업 모델을 따라하고 있는 국내 한 대형 유통사가 내년께 물류센터 전체 직원 40%가량을 감원할 것이란 얘기가 업계에서 돌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최근 수백 개 상품이 진열된 선반을 통째로 옮기는 '무인운반로봇(AGV)'을 비롯해 상품 상자를 스스로 운반하는 '자율이동로봇(ACR)', 상품을 배송지별로 빠르게 분류하는 '소팅 봇', 무거운 상품을 들어 올리는 '무인지게차', 상품 포장을 돕는 '로보틱 배거' 등을 국내 행사에서 공개해 주목 받았다.

은행권에서도 AI 여파로 밀려난 직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특히 고객서비스상담(CS) 업무에 AI가 도입된 이래 콜센터 인원이 가파르게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5대 시중은행(하나·우리·신한·NH농협·KB국민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대 은행에서 1만1천955명의 콜센터 직원이 짐을 쌌다. 우리은행이 3천181명으로 퇴직자가 가장 많았고, 가장 적은 하나은행도 1천904명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감원은 AI 도입의 영향이 큰 것 같다"며 "KB국민은행은 고객이 은행에 전화하는 수신 상담의 41.3%를 AI로 처리한 사례처럼 정해진 프로세스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콜센터 상담원은 AI에 대체되기 쉬운 직종"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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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IT 업계에서 신입 개발자 채용도 꺼리는 분위기다. 깃허브·코파일럿·GPT 등 새로운 AI 도구의 코딩 실력이 경력 1~3년차 개발자들 실력을 이미 능가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탓이다. 이에 올해 1분기 신입 개발자 구인 공고는 1년 전에 비해 18.9% 감소했다.

앞서 한국고용정보원은 2016년에 9년 후인 2025년이 되면 AI와 로봇이 청소원이나 주방 보조원 같은 단순 노동직을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진단을 수정해 데이터가 많이 쌓인 지식 노동, 화이트칼라 직군이 AI에 의해 대체될 위험이 더 크다고 예측했다.

이정헌 의원은 "AI 기술의 발전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는 것은 사회적 약자와 현장 노동자"라며 "국회와 정부는 ‘AI 고용쇼크’를 방치하지 말고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