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인공지능(AI) 경쟁 무게중심이 로봇과 AI 모델 자체 성능에서 실제 제조 현장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반복 학습하는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제조·물류 기업들이 공장을 AI 기술의 개발·검증 공간으로 활용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숙련자의 작업 경험을 데이터로 전환해 기존 생산라인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은 피지컬 AI를 실제 생산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는 전 세계 피지컬 AI 시장이 2026년 71억 1000만 달러에서 2031년 348억 9000만 달러로 5년 만에 5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로봇을 움직이는 AI 기술은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구글 딥마인드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과 시각·언어·행동(VLA) 기술을 잇달아 공개해왔다. 국제로봇연맹(IFR) 조사에서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 규모는 연간 54만 대를 넘어섰다.
로봇 성능 넘어 현장 데이터가 경쟁력
피지컬 AI를 개념검증(PoC) 단계에서 실제 양산라인으로 확산하기 위해선 AI와 로봇 기술뿐 아니라 제조 현장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일관된 형태로 수집하고 이를 로봇의 행동 데이터로 연결하는 과정이 필수로 꼽힌다.
테슬라는 기가팩토리를 자동화 기술의 개발·검증 인프라로 활용해왔다. 자동화 제조시스템 기업을 인수하며 생산기술을 내재화했고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도 외부 공급에 앞서 자사 제조환경에서 적용 범위를 확대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2030년까지 미래사업에 50조 5000억원을 배정하고 로봇 적용 범위를 부품 조립 공정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아마존 역시 100만대 이상 물류 로봇을 운영하며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생성형 AI 모델 '딥플릿'을 개발해 로봇의 이동 경로와 물류 운영 효율을 지속적으로 최적화 중이다. 제품 형상과 설비 상태, 소재·환경 변화, 작업자 개입처럼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변수를 데이터로 확보하고 이를 다시 기술 개선에 활용하는 구조다.
기존 제조 현장을 AI 학습 공간으로 전환하는 데는 과제도 있다. 한 공장에서도 서로 다른 제조사 로봇과 프로그래머블로직컨트롤러(PLC), 카메라, 센서 등이 혼재하고 같은 작업이라도 공장별 제품 위치와 지그 구조, 공정 조건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피지컬 AI 시대에는 설비를 단순히 연결하는 수준을 넘어 작업을 데이터로 전환하고 이를 다시 로봇 행동에 반영하는 구조가 중요해지고 있다. 기존 시스템통합(SI)을 넘어 현장 데이터와 로봇 지능을 연결하는 '인테그레이션 레이어'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숙련자 손기술 데이터로…기존 로봇에 AI 입힌다
국내에선 핑거 자회사 미켈로로보틱스가 도장·블라스팅·연마 등 표면처리 공정을 시작으로 제조 현장의 작업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기존 자동화가 작업자의 단순 동작을 대체하는 데 집중했다면, 숙련자가 현장 상황을 판단해 작업 방식을 바꾸는 경험까지 데이터화하는 것이 목표다.
미켈로로보틱스는 숙련자의 경험을 데이터로 전환하는 플랫폼 '미켈로 스튜디오'를 통해 ▲인식 ▲경로 생성 ▲보정 ▲실행 ▲검사 과정을 하나의 순환 구조로 연결한다. 새로운 로봇을 도입하는 대신 기존 산업용·협동 로봇에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지능을 더하는 방식이다.
실제 시흥 현장에선 배관·곡관 쇼트 블라스팅 공정에 형상 데이터 기반 경로 생성 기술을 적용 중이다. 광주 도장 공정에선 숙련자의 노하우를 로봇 행동 데이터로 전환하는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휴머노이드와 같은 새로운 하드웨어를 도입하지 않고 기존 생산설비를 활용해 피지컬 AI를 구현하는 구조다.
표면처리 넘어 검사·조립으로 확대
미켈로로보틱스는 표면처리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용 공정을 검사와 의장·최종 조립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표면처리가 숙련자의 손기술을 데이터로 전환하는 단계라면 의장·최종 조립에서는 현장 상황에 따른 판단과 실행 능력을 로봇 지능으로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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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현장이 늘어나면 공정 데이터와 작업지능을 함께 축적하고 이를 다른 생산라인에 다시 적용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프로젝트마다 설계와 구축 과정을 반복해야 했던 기존 공장 자동화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미켈로로보틱스 관계자는 "제조업에서 피지컬 AI의 확산은 단기적인 기술 유행보다 제조 산업의 다음 세대 전환에 가깝다"며 "표면처리에서 축적한 기술을 검사와 의장·조립 공정으로 확장해 2030년까지 한 현장의 작업지능을 다음 생산라인으로 반복 확산할 수 있는 제조 피지컬 AI 플랫폼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