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마"에 행동 멈춘 개…자제력 어디서 나오나

헝가리 연구진, 반려견 14마리 뇌파 분석...행동 억제할 때 전두부 ‘세타파’ 증가

과학입력 :2026/09/20 09:04

눈앞에 마음에 드는 물건이나 먹을 것이 있어도 주인이 기다리라고 하면 행동을 멈추는 개들. 단순히 훈련된 명령에 자동으로 반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때 개의 뇌에서는 사람이 충동을 억제할 때와 비슷한 뇌 활동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과학전문매체 피즈닷오알지에 따르면 헝가리 외트뵈시 로란드대(ELTE) 동물행동학과와 HUN-REN 자연과학연구센터 공동 연구진은 개가 행동을 억제할 때 나타나는 뇌 활동을 뇌파검사(EEG)를 이용해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애니멀 코그니션'에 게재됐다.

강아지(픽사베이)

사람은 눈앞의 유혹을 참거나 하던 행동을 멈춰야 할 때 뇌의 전두엽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담배를 피우고 싶은 사람이 흡연 욕구를 참거나 다이어트 중인 사람이 눈앞의 음식을 먹지 않는 식이다.

이런 자기통제가 이뤄질 때 사람의 뇌에서는 전두부를 중심으로 특정 주파수의 뇌파인 '세타파'가 강해지는 현상이 관찰된다.

연구진은 개가 주인의 명령에 따라 행동을 억제할 때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지 확인했다.

실험에는 반려견 14마리가 참여했다. 연구진은 개들이 깨어 있는 상태에서 비침습적인 EEG 장비를 이용해 뇌 활동을 측정했다.

실험은 크게 두 가지 상황으로 나눠 진행됐다. 하나는 개가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고 가만히 쉬고 있는 상태였고, 다른 하나는 눈앞의 자극에 바로 반응하지 않고 주인의 명령에 따라 행동을 억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연구진은 두 상황을 번갈아 진행하면서 한 번에 약 30초씩 총 226개의 EEG 기록을 확보했다.

분석 결과 개가 행동을 억제하는 동안에는 가만히 쉬고 있을 때보다 세타파 활동이 증가했다.

특히 이 신호는 약 4~8Hz 주파수 범위에서 나타났으며 뇌 앞쪽 중앙부에서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사람이 의식적으로 행동을 억제하거나 자기통제를 할 때 관찰되는 '전두 중앙 세타파'와 주파수와 위치가 유사했다.

연구진은 개가 명령에 따르는 행동이 단순한 자동 반응만으로 설명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봤다.

연구를 이끈 이바일로 이오체프 연구원은 "개가 행동을 억제하는 상황에서 사람의 세타파와 주파수와 위치가 유사한 EEG 활동을 관찰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화도 발견됐다. 개가 행동을 억제할 때 광범위한 주파수 영역의 뇌파 세기가 감소하고 뇌파 스펙트럼의 기울기가 평평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역시 전두엽과 두정엽을 연결하는 신경망이 작동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했다.

이번 연구는 깨어 있는 개가 스스로 행동을 억제하는 동안 사람의 자기통제와 유사한 EEG 신호가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 첫 연구라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개가 사람과 똑같은 방식으로 '생각한 뒤 참았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연구진이 확인한 것은 행동을 억제하는 상황에서 나타난 뇌파 패턴이다. 개가 사람처럼 자신의 행동을 의식적으로 숙고하거나 인간과 동일한 수준의 의지력을 발휘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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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한 개도 14마리에 불과해 다양한 품종과 연령의 개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개의 전두엽 기능을 비교적 간단하고 저렴한 EEG로 측정할 수 있게 되면 향후 개의 인지기능뿐 아니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나 비만처럼 자기통제와 관련된 인간의 특성을 연구하는 데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