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즐겨 읽는 사람, 뇌도 달랐다…인지·정신건강과 연관

케임브리지대 연구 "소설·만화 상관없어…즐겁게 읽는 것이 중요"

과학입력 :2026/09/18 08:53    수정: 2026/09/18 09:01

책을 즐겨 읽는 습관이 인지기능과 정신건강, 뇌 발달과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는 아동·청소년은 주의력과 기억력 등 인지기능이 더 좋고 일부 뇌 영역의 구조에서도 차이가 관찰됐다. 성인과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에서도 독서와 스트레스 감소, 인지건강 사이의 연관성이 보고됐다.

최근 미국 경제·뉴스매체 RTT뉴스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리지대 정신의학과 연구진과 카밀라 왕비가 설립한 독서 자선단체 '퀸스 리딩 룸'은 즐거움을 위한 독서가 뇌 건강과 인지기능,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기존 연구를 토대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15일 국제학술지 '사이콜로지컬 메디슨' 온라인에 게재됐다.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는 습관이 스트레스 감소와 인지기능, 정신건강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이번 연구는 새로운 참가자를 모집해 실험한 연구는 아니다. 바버라 사하키안 케임브리지대 정신의학과 교수와 크리스텔 랭글리 연구원, 비키 페린 퀸스 리딩 룸 최고경영자(CEO)가 설문조사와 뇌 영상 연구, 장기간 참가자를 추적한 연구 등 기존 연구 결과를 종합한 에디토리얼이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공부나 업무 때문에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라 스스로 즐기기 위해 하는 '즐거움을 위한 독서'다.

연구진이 검토한 기존 연구에서는 즐거움을 위한 독서가 스트레스 감소와 더 나은 정신건강, 공감능력 향상 등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8%가 긴장을 푸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독서를 꼽았다. 위안을 얻기 위해 책을 찾는다는 응답도 35%였다. 와인을 마신다는 응답 31%, 따뜻한 목욕을 한다는 응답 10%보다 높았다.

특히 퀸스 리딩 룸이 의뢰해 2024년 실시한 신경과학 연구에서는 소설을 5분간 읽은 뒤 스트레스가 최대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중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높아지고 외로움을 덜 느끼는 변화도 관찰됐다.

어릴 때 책 읽은 아이, 기억력·집중력도 높아

독서의 효과는 어린 시절부터 나타날 수 있다.

사하키안 교수와 랭글리 연구원이 참여한 1만명 이상의 아동·청소년 연구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은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주의력과 기억력, 실행기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업 성취도 역시 높았으며 정신건강 문제는 적었다. 잠을 더 많이 자고 화면을 보는 시간이 적은 등 생활습관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독서는 언어 능력뿐 아니라 수학 성취도와도 연관됐다. 연구진은 읽기와 수학이 언어능력과 기억력, 실행기능 등 일부 인지 과정을 공유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뇌 영상 연구에서도 차이가 관찰됐다. 독서는 언어와 학습, 감정조절, 실행통제에 관여하는 뇌 영역의 크기 및 피질 면적과 연관됐고 언어처리를 돕는 백질 연결성과 주요 언어 영역의 피질 두께와도 관련이 있었다.

대부분의 연구는 독서와 뇌 구조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준다는 한계가 있지만, 독서 훈련 이후 실제 뇌 구조 변화가 나타난 사례도 있다.

7~11세 난독증 아동 11명을 대상으로 8주간 글자와 단어를 읽고 심상을 떠올리는 등의 훈련을 실시한 소규모 연구에서는 읽기 능력이 향상되는 동시에 주요 뇌 영역의 회백질 부피가 증가했다.

어린 시절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는 습관이 주의력과 기억력 등 인지기능과 정신건강, 뇌 발달과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나이 들어서도 책 읽으면 치매 위험 낮을까

독서와 뇌 건강의 연관성은 노년기에도 관찰됐다.

55세 이상 성인 약 5500명을 5년간 추적한 기존 연구에서는 독서를 비롯해 뇌를 자극하는 활동을 자주 한 사람들이 인지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신문과 잡지, 책을 읽는 활동이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이 33% 낮은 것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를 '책을 읽으면 알츠하이머병을 33%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관찰연구에서 나타난 연관성인 만큼 원래 인지기능이나 건강상태가 좋은 사람들이 독서를 더 많이 했을 가능성 등 다른 요인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혼자 하는 독서뿐 아니라 독서모임처럼 다른 사람과 함께 책을 읽는 활동에도 주목했다. 독서모임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늘려 외로움을 줄이고 다른 사람과의 연결감을 높일 수 있으며, 특히 활동 범위가 좁아질 수 있는 고령층에게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어떤 책을 읽느냐가 반드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소설뿐 아니라 만화나 그래픽노블 등 자신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콘텐츠를 찾는 것이 독서 습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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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키안 교수는 독서가 뇌 건강을 돕고 중요한 인지능력을 발달시키며 웰빙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라며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장려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때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연구진은 독서가 뇌 건강과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명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연구 상당수가 관찰연구인 만큼 독서 자체가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켰는지 인과관계를 밝히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