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사이버 훈련 'APEX' 한국서 열려…자율형 AI 첫 적용

국정원 주최 'CSK 2026' 부대 행사...23개국 57개 기관 300여명 모여 공동 대응 훈련

컴퓨팅입력 :2026/09/17 21:51

국경을 넘나드는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사이버 보안 인력이 한자리에 모여 실전 대응 역량을 겨루고 경험을 공유하는 국제 사이버 훈련이 열렸다. 특히 올해 훈련에는 사람의 개입 없이 위협 탐지부터 분석, 대응전략 수립까지 수행하는 자율형 AI가 처음 도입되면서 AI 시대의 사이버 위협 대응 역량을 검증하는 장으로 확대됐다.

국가정보원과 국가보안기술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글로벌 사이버 안보 행사 '사이버 서밋 코리아(Cyber Summit Korea, CSK 2026)'의 부대행사로 열린 'APEX(국제 사이버 훈련)'에는 23개국 57개 기관에서 약 300명이 참여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APEX는 전날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해 실제 사이버 공격 상황을 가정한 대응 훈련을 했다.

APEX 훈련장 전경.(사진=국가정보원 국가사이버안보센터)

국가정보원 국가사이버안보센터(NCSC) APEX 관계자는 이날 APEX 현장에서 브리핑을 진행하며 "사이버 공격에는 국경이 없다”며 “현실 세계에 미치는 사이버 공격의 영향이 커지고 있는 만큼 국경을 초월한 국제협력과 공조를 실전에서 경험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력망, 5G, 지하철, 해양 등 국가 중요 기반 시설을 노리는 공격이 심화하는 만큼, 핵심 기반 시설을 방어하는 환경을 구현하고 대응하는 훈련 체계"라며 "단순 IT 시스템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대응을 놓칠 경우 물리적 피해로 이어지는 상황도 가정했다. 예를 들어 지하철 시스템에 대한 공격이 제대로 방어되지 않을 경우 열차 간 충돌 사고가 발생하도록 가상 환경을 구현해놨다"고 밝혔다.

물리적 피해뿐 아니라 사이버 공격 발생 시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언론 보도, 법률적 문제 등 비(非) 기술 영역도 다룬다. 실제 훈련에서는 갑작스러운 전력 차단과 같은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두고 언론 보도가 이어지는 상황도 연출됐다. 참가자들은 사이버 공격의 기술적 원인을 분석하고 대응함과 동시에 언론 대응, 법률적 대응까지 수행해야 한다. 이는 실제 사이버 위기가 발생할 경우 기술적 시스템을 복구하는 것만으로 상황이 종료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APEX는 경쟁보다는 공동 방어 경험의 공유에도 초점을 맞췄다. 각 방어팀은 자신들이 파악한 위협과 대응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해 정보 공유 시스템에 올리고, 다른 팀이 이를 활용해 동일하거나 유사한 위협에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APEX 관계자는 "APEX는 경쟁이 아닌 실전 경험을 공유하는 '훈련'"이라며 "AI를 비롯한 새로운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고, 기술적 대응과 비기술적 대응을 함께 수행하며, 다른 국가와 정보를 공유하는 과정 자체를 경험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 팔랑크스', 위협 탐지부터 보고서 작성까지 알아서

올해 APEX에서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자율형 AI 블루팀의 도입이다. 국내에서 개발한 자율형 AI가 방어팀의 역할을 맡아 사람의 개입 없이 위협 탐지, 공격 분석, 보고서 작성, 대응 전략 수립 등을 수행한다.

APEX 관계자는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자율형 AI '블루팀' 도입"이라며 "국내에서 개발한 자율형 AI가 블루팀 역할을 맡아 사람의 개입 없이 위협 탐지, 공격 분석, 보고서 작성, 대응 전략 수립 등 전주기 과정을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AI 방어팀 장비.(사진=국가정보원 국가사이버안보센터)

APEX에 구현된 AI 방어팀은 '프로젝트 팔랑크스(Project Phalanx)'로 불린다. NCSC 주도로 국방부,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스틸리언, 금융보안원 등 민·관·군 정예팀이 구성돼 4개월간 개발했다. 네이버클라우드도 개발에 필요한 기반 환경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형 AI 방어팀은 실시간 사이버 공격 환경에서 AI 에이전트들이 협업해 위협 탐지, 공격 분석, 복구, 대응전략 수립 등 전 과정을 실전처럼 수행한다. 미래 사이버 전장에서 인간과 AI의 최적 협업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목표다.

APEX 관계자는 AI 방어팀의 성능과 관련해 "한 번 AI가 작동하면 사람이 일체 개입하지 않는다"며 "대응이 너무 빠르고 보고서까지 작성하는 속도가 사람의 역량을 넘어섰기 때문에 스코어링에서는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팔랑크스에 참여한 군 관계자는 "방어자는 공격자에 비해 대규모 인프라 전반은 빈틈없이 지켜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며 "제로트러스트 기반의 AI 자동 대응을 통해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추진됐다"고 밝혔다.

외국인 참가자 "한국, AI 적용 속도 놀라워…실제 상황 연계 훈련 인상적"

APEX는 AI라는 새로운 변수를 훈련에 접목해 미래의 사이버 위기에서 세계 각국이 어떻게 함께 대응할 것인지 실전에서 경험하는 국제 훈련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에 사이버 공격이 국경을 넘어 국가의 핵심 기반시설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국제적인 공동 대응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현장에서 지디넷코리아는 APEX에 직접 참여한 외국인 참가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참가자는 2년 연속으로 APEX에 참가했다. 그는 "APEX에서는 기술 분야와 비기술 분야가 실제 상황처럼 연계돼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며 "그런 경험을 하기 위해 한국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APEX에 참가한 외국인 참가자의 모습.(사진=국가정보원 국가사이버안보센터)

그는 이어 "또한 APEX는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있어 좋은 기회"라며 "여러 국가가 합심해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며, 훈련 자체가 키보드로만 협력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함께 모여 의사소통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이번 APEX의 가장 인상깊은 점을 묻는 질문에 그는 단호히 "AI"라고 답했다. 그는 "올해 처음 운영되는 AI 방어팀이 인상적이다"라며 "현업에서 시스템상 전반적으로 AI가 많이 적용되고 있는데, AI 방어팀을 통해 배워가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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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한국의 AI 적용 속도는 굉장히 빠르다"며 "AI 방어팀의 놀라웠던 부분은 분석, 위협 등 영역에서 사람의 역량보다 월등히 빨랐다"고 평가했다.

그는 향후에도 APEX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참가자는 "지난해에도 APEX에 참가했지만, 올해 AI 등 많은 변화가 굉장히 놀라웠다"며 "올해 APEX가 역대 가장 도전적이고 실험적이며, 혁신적인 훈련 체계였다. 인상적인 훈련"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