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유산균을 100억마리, 1000억마리 넣었다는 식으로 균수를 강조했다면 최근에는 이를 넘어선 확장된 기능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경기 용인시 hy 중앙연구소에서 만난 최일동 신성장팀장은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의 변화를 이같이 설명했다.
중앙연구소 실험실에는 투명한 관으로 연결된 여섯 개의 유리 용기가 놓여 있었다. 용기 안에는 탁한 갈색 액체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실제 사람의 분변을 활용해 장내 환경을 외부에 구현한 ‘대장모사시스템’이다. 온도는 체온과 비슷한 37도로 맞추고 산도와 영양분, 산소 조건도 사람의 대장과 유사하게 유지한다.
최 팀장은 “사람마다 마이크로바이옴 환경에 차이가 있다”며 “성별과 나이, 인종, 식습관은 물론 항생제 복용 여부에 따라서도 장내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영하 80℃에 잠든 5100종…기능성 후보 좁힌다
hy는 장 건강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프로바이오틱스 연구를 피부와 체지방, 면역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노화에 따른 뇌의 면역 반응을 줄일 가능성이 있는 후보 균주도 연구하고 있다.
이 같은 연구는 올해 설립 50주년을 맞은 hy 중앙연구소에서 이뤄진다. 중앙연구소는 식품업계에서 연구개발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1976년 출범했다. 1995년에는 자체 균주 HY8001 개발에 성공하며 수입 균주 의존도를 낮추는 전환점을 마련했다.
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를 찾는 작업은 균주 라이브러리에서 시작된다. 김치와 장류 등 발효식품을 비롯해 인삼, 모유, 영유아의 분변 등에서 분리한 균주가 보관돼 있다.
hy는 약 5100종의 균주를 영하 80℃ 초저온 냉동고에 보관하고 있다. 정전이나 화재로 균주 자산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같은 균주를 세 곳에 나눠 보관한다.
김용태 hy 프로바이오틱스팀장은 “미생물의 전체 유전체를 분석해 독성 유전자와 항생제 내성, 용혈 활성 등이 있는지를 확인한다”며 “병원성 여부 등 안전성을 확인한 뒤 기능성을 검증하는 단계로 넘긴다”고 말했다.
발굴한 균주의 기능성은 신소재개발팀에서 검증한다. 실험실에서 마이크로피펫으로 투명한 시약을 시험관에 넣고 섞자 각각 다른 색이 나타났다. 염증 유발 물질만 처리한 시험관은 짙은 붉은색으로 변한 반면 프로바이오틱스를 함께 처리한 시험관은 비교적 옅은 분홍색을 띠었다.
면역세포가 병원성 물질에 대응할 때 만드는 산화질소의 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산화질소가 많을수록 색이 진해지고 적을수록 옅어진다. 이 실험은 수천종의 균주 가운데 염증 반응을 조절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를 우선 선별하는 과정이다.
김주연 hy 신소재개발팀장은 “모든 균주를 동물에게 먹여 효과를 확인할 수는 없다”며 “기초실험과 세포실험을 통해 가능성이 있는 후보를 좁힌 뒤 동물실험으로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올해 면역 기능성 개별인정형 원료로 인정받은 HY7017도 이 같은 과정을 거쳤다. 연구진은 인삼 뿌리에서 분리한 HY7017이 항균 성질을 지닌 홍삼을 영양원으로 삼아 생존·증식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후 세포·동물·인체적용시험을 거쳐 면역 관련 기능성과 작용 기전을 검증하고 지난 7월 ‘바이오리브 면역 유산균’을 출시했다.
세포실험서 인체적용시험까지…제품 개발에 최대 10년
연구 범위는 이미 제품화된 피부와 체지방, 면역을 넘어 노화로 넓어지고 있다. 아직 논문으로 발표하지 않은 초기 연구지만, 노화를 인위적으로 가속한 실험동물에게 후보 균주를 먹인 결과 대조군보다 뇌 면역세포의 활성화 정도가 낮게 나타났다. 실제 사람에게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김주연 팀장은 “후속 인체적용시험 등을 거쳐 실제 제품이 되기까지 보통 5~10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기능성을 확인한 균주는 공장 생산시설을 축소한 파일럿 플랜트로 향한다. 배양량을 늘렸을 때도 균의 특성이 유지되는지, 소비기한까지 목표한 균수가 살아남는지, 정해진 원가로 생산할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
제품의 맛과 향을 만드는 것도 이곳의 역할이다. 발효를 마친 배양액은 순두부처럼 단단한 상태인데 이를 균질화해 부드러운 액체로 만든다. 살아 있는 유산균을 유지하기 위해 배양액은 살균하지 않고 별도로 살균한 시럽과 섞는다. 이후 농축액과 향료를 더해 최종 제품의 맛을 완성한다.
최지훈 hy 유제품팀 책임연구원은 “딸기도 잘 익은 딸기와 덜 익은 딸기의 향이 다르다”며 “마케팅 담당자와 개발자가 최종적으로 어떤 맛을 구현할지 협의해 향료와 농축액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찾은 신성장팀은 프로바이오틱스 연구를 장 건강에서 피부와 뇌 등 전신 건강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장내 미생물의 변화가 다른 신체 기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히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연구진은 대장모사시스템을 프로바이오틱스를 넣은 시험군과 넣지 않은 대조군으로 나눠 운영한다. 이후 각 용기에서 시료를 채취해 균주 투입 전후로 장내 미생물의 구성과 생성 물질, 산도와 산소량 등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비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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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료에서 확보한 미생물의 DNA 서열과 균종별 비율은 바이오인포매틱스와 AI 등을 활용해 분석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 가운데 특정 균주를 투입한 뒤 나타난 변화를 찾아 프로바이오틱스의 기능성과 장내 미생물 변화의 연관성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최일동 팀장은 “연구하고 검증하고 확장하는 것을 신성장팀의 철학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프로바이오틱스가 기본적인 장 건강을 넘어 어느 영역까지 갈 수 있을지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