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끈하게 떨어지는 루프라인, 높은 시야와 넓은 실내를 더한 볼보 순수전기 플래그십 세단 ES90은 전통적인 대형 세단의 문법에서 한발 비켜섰다. 세단의 매끈한 비율을 유지하면서도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가까운 활용성을 갖췄다. 외부 소음을 촘촘히 막아낸 정숙성도 첫인상을 좌우했다.
지난 15일 서울 마곡 코엑스에서 출발해 경기 포천시 소흘읍 이곡리 일대까지 편도 약 60㎞ 구간에서 볼보 ES90 트윈모터 AWD를 주행했다. 도심 구간과 국도, 일부 고속화도로를 오간 코스로, 일상적인 노면과 속도 변화에서 승차감과 정숙성을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ES90 국내 트윈모터 AWD는 플러스 7960만원, 울트라 8741만원부터 판매된다. 울트라에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을 선택하면 9041만원이다. 트윈모터 기준 독일 판매가는 8만1590 유로부터 시작한다. 환율에 따라 약 1억3000만원 안팎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국내 판매가가 약 5000만원 낮다.
ES90은 전장 5000㎜, 휠베이스 3102㎜의 대형 전기차다. 낮게 깔린 전통적인 세단보다 차체 높이와 시트 포지션을 끌어올렸고, 매끈하게 떨어지는 루프라인 뒤에는 트렁크 전체가 열리는 해치형 구조를 적용했다.
덕분에 짐을 넣고 꺼내기 편하다. 2열을 접으면 적재공간은 최대 1445L까지 늘어난다. 현장에는 대형 캐리어 6개와 여행가방 4개를 전시해 트렁크에 이들 짐 10개를 모두 실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전면은 새롭게 다듬은 '토르의 망치' 주간주행등이 중심을 잡는다. 측면에서는 긴 휠베이스와 짧은 오버행, 유려하게 이어지는 루프라인이 차체를 실제보다 더 길어 보이게 했다.
높아진 차체와 최대 188㎜의 최저지상고는 전기 세단 특유의 낮은 자세와는 다른 인상이다. 지하주차장 경사로나 도로의 굴곡을 넘을 때도 부담을 덜어주는 요소로 느껴졌다.
ES90 트윈모터 AWD는 최고출력 456마력, 최대토크 68.4㎏·m를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은 5.4초다.
다만 가속감은 숫자만큼 공격적으로 다가오기보다 페달 조작에 맞춰 힘을 매끈하게 쌓는 쪽에 가까웠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도 차체가 갑자기 튀어나가는 감각보다 큰 차체를 부드럽게 밀어 올리는 느낌이 두드러졌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정숙성이었다. 전기차는 엔진음이 없는 만큼 타이어가 노면을 지나는 소리나 풍절음, 구동계의 미세한 고주파음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ES90 실내에서는 이런 외부 소음이 상당 부분 걸러졌다. 속도를 높인 뒤에도 동승자와 대화를 이어가는 데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거의 없었고, 주행 중 실내의 고요함이 유지됐다.
공기저항계수 0.25의 차체 설계와 어쿠스틱 글라스, 구동모터 흡음 설계가 정숙성 확보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볼보는 ES90을 브랜드 역사상 가장 정숙한 실내를 지향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주행에서도 단순히 전기차라서 조용하다는 수준을 넘어, 외부 환경과 실내 사이의 거리를 의도적으로 넓힌 듯한 인상이 남았다.
실제 도로에서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앞세우면서도 조향 이후 차체가 느슨하게 따라오는 느낌을 억제했다. 큰 차체의 안락함과 주행 안정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 모습이었다.
ES90에 탑재된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은 노면이 고르지 않은 구간에서 충격을 한 차례 걸러낸 뒤 부드럽게 흡수했다. 큰 요철에서는 차체가 불필요하게 출렁이거나 뒤늦게 흔들리는 움직임도 크지 않았다.
ES90 트윈모터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국내 인증 기준 복합 520㎞다. 106kWh 배터리와 800V 시스템을 탑재했으며, 350kW 급속충전기 기준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약 22분이 걸린다.
정승원 볼보자동차코리아 상품기획 매니저는 "이제 충전은 단순히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져갈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 [타보고서] 몸집 키운 '디 올 뉴 아반떼'…넓고 단단해졌지만2026.08.26
- [타보고서] 2700군데 바꾼 벤츠 신형 S-클래스…2억원 아래 대체불가 럭셔리2026.08.21
- [타보고서] 2.5톤 전기 SUV의 반전…무게 날려버린 '폴스타3'2026.08.14
- [타보고서] 볼보 EX90, 미니멀리즘의 극치…편리함과 불편함의 사이2026.08.07
ES90은 순간적인 가속 성능만 앞세우기보다 주행거리, 충전 성능, 정숙성, 실내 공간을 고르게 갖춘 전기 플래그십이다. 세단의 비율을 유지하면서도 넓게 열리는 트렁크와 여유 있는 실내로 활용성을 더했다.
주행에서는 큰 차체를 편안하게 다루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속은 부드럽고, 노면 소음과 풍절음은 실내에서 상당 부분 억제됐다. ES90은 장거리 이동에서 운전자와 탑승자의 피로를 덜어주는 데 무게를 둔 모델로 느껴진다.
한줄평: 속도 대신 정숙성과 편안함으로 풀어낸 볼보식 전기 플래그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