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노사우루스 이빨로 체온 재봤더니 36.3도…사람과 비슷했다

같은 지역 악어류 30.9도보다 5도 이상 높아

과학입력 :2026/09/17 10:13    수정: 2026/09/17 10:35

6600만년 전 지구를 누볐던 공룡의 왕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 rex) 체온은 얼마나 됐을까. 화석으로 남은 이빨을 분석했더니 평균 체온이 약 36.3℃로 사람이나 코끼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구진은 티라노사우루스 이빨의 화학적 성분을 분석해 살아 있을 당시 체온을 추정했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됐다.

과학자들은 티라노사우루스가 높은 체온을 유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해왔지만, 구체적인 체온을 수치로 제시하기는 어려웠다.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 rex)의 화석 이빨을 분석한 결과 살아 있을 당시 평균 체온이 약 36.3℃였던 것으로 추정됐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연구진은 티라노사우루스 이빨 법랑질에 남아 있는 탄소와 산소 동위원소에 주목했다. 이빨 법랑질은 동물이 살아 있을 때 체온에서 만들어지는데, 탄소와 산소의 무거운 동위원소가 서로 결합하는 정도가 형성 당시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이를 '동위원소 뭉침' 분석이라고 한다. 일종의 화학적 온도계인 셈이다.

연구진은 미국 몬태나주 헬크리크층에서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 이빨 3개를 분석했다. 이 가운데 2개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티라노사우루스 화석 '토머스'에서 나온 것이다.

분석을 위해 이빨 하나당 약 5㎎의 법랑질 가루만 채취했다. 연구진은 지난 10여 년간 분석법을 개선해 과거보다 필요한 화석 표본의 양을 약 90% 줄였다.

분석 결과 이빨 3개에서 추정한 체온은 각각 37.3℃, 35.9℃, 34.7℃였으며 평균은 36.3℃로 나타났다. 오차 범위는 ±2.5℃였다.

사람의 평균 체온인 약 37℃와 큰 차이가 없으며 현존하는 육상동물 가운데 가장 몸집이 큰 코끼리의 약 36℃와도 비슷하다. 반면 대부분의 새는 약 40~43℃로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높은 체온을 유지한다.

같은 지층에서 발견된 고대 악어류 이빨 5개도 같은 방법으로 분석했다. 악어류의 평균 체온은 30.9℃로 티라노사우루스보다 5℃ 이상 낮았다.

당시 주변 환경 역시 티라노사우루스의 체온보다 훨씬 낮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조개 화석 분석으로 추정한 이 지역의 따뜻한 계절 평균 환경온도는 약 25.9℃였다.

이는 티라노사우루스가 주변 환경에 따라 몸이 데워지는 동물이 아니라 외부 기온보다 높은 체온을 유지할 능력이 있었음을 뒷받침한다.

연구진은 티라노사우루스의 높은 체온이 넓은 지역에서 살아가는 데 유리했을 것으로 봤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약 6600만년 전 백악기 말 북아메리카에 살았으며 화석은 캐나다에서 미국 남부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서 발견된다.

연구진이 이번에 측정한 체온과 당시 기후를 모델링한 결과 티라노사우루스는 오늘날 멕시코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알래스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기후에서 살아갈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체온이 높으면 활동에도 유리하다. 외부에서 햇볕을 받아 몸을 데워야 하는 변온동물과 달리 낮은 기온에서도 비교적 지속적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그만큼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티라노사우루스가 높은 대사율을 유지했다면 더 많은 먹이를 확보해야 했겠지만, 동시에 먹이를 찾아 장시간 이동하거나 추운 환경에서 활동하는 데 유리했을 것으로 설명했다.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 rex)의 화석 이빨을 분석한 결과 살아 있을 당시 평균 체온이 약 36.3℃였던 것으로 추정됐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다만 체온이 36.3℃였다는 사실만으로 티라노사우루스가 현대 포유류나 조류와 동일한 방식으로 체온을 조절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티라노사우루스처럼 몸집이 매우 큰 동물은 몸에서 발생한 열이 쉽게 빠져나가지 않는 '관성적 항온성'으로 비교적 높은 체온을 유지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도 이번 결과가 티라노사우루스의 높은 체온과 내온성을 뒷받침하지만 정확한 대사율이나 체온 조절 방식을 확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또 이번 분석 대상은 티라노사우루스 이빨 3개에 불과하다. 연구진은 다른 공룡에도 같은 분석법을 적용해 공룡 종류에 따라 체온과 체온 조절 방식이 어떻게 달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공룡 전체에 일반화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며 "공룡들은 하나의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체온 조절 전략을 사용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