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라기' 숲 어땠을까…곤충 울음소리 살려냈다

국제연구진, 화석 20개 분석해 9종 울음소리 재구성

과학입력 :2026/09/08 07:00    수정: 2026/09/08 08:17

공룡이 살던 1억6500만년 전 쥐라기 숲은 어떤 소리로 가득했을까. 과학자들이 화석에 남아 있는 곤충의 날개 구조를 분석해 당시 숲에서 들렸을 곤충 울음소리를 되살렸다.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초음파로 소통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곤충도 발견됐다.

최근 뉴욕타임스와 스미스소니언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쓰촨농업대학교와 영국 링컨대학교,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 등 국제 연구진은 약 1억6500만년 전 살았던 곤충 9종의 울음소리를 재구성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됐다.

연구진이 분석한 것은 중국 네이멍구의 주룽산 지층에서 발견된 중기 쥐라기 곤충 화석 20개다. 이들은 오늘날 귀뚜라미와 여치 등의 친척에 해당하는 메뚜기목 여치아목(Ensifera) 곤충들이다.

귀뚜라미와 여치 등 메뚜기목 곤충은 날개를 서로 마찰해 울음소리를 낸다. 과학자들은 약 1억6500만년 전 곤충 화석에 남은 날개 구조를 분석해 당시 곤충 9종의 울음소리를 재구성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곤충의 울음소리를 1억년 넘은 화석에서 되살릴 수 있었던 것은 소리를 내는 기관이 날개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귀뚜라미와 여치류 수컷은 한쪽 앞날개에 있는 빗살 모양 구조를 다른 쪽 날개의 단단한 구조에 문질러 소리를 낸다. 날개의 크기와 모양, 빗살 사이의 간격, 날개가 움직이는 속도 등에 따라 울음소리의 높낮이와 리듬이 달라진다.

공룡과 같은 척추동물의 발성기관은 화석으로 보존되기 어렵지만 곤충의 단단한 외골격에 자리 잡은 이 같은 발음 구조는 화석에 비교적 잘 남는다. 연구진은 이를 과거의 소리를 되살릴 수 있는 일종의 ‘음향 지문’으로 활용했다.

연구진은 먼저 현생 귀뚜라미와 여치류가 소리를 내는 모습을 고속카메라로 촬영하고 레이저 도플러 진동계를 이용해 날개의 움직임과 진동을 정밀하게 측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날개 구조와 발생하는 소리 사이의 관계를 계산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여기에 화석으로 남은 곤충 날개의 형태와 각각의 곤충이 현생종과 어떤 진화적 관계에 있는지 등의 정보를 결합했다. 수치 시뮬레이션과 인공지능(AI) 기반 분석도 활용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화석 20개에 속하는 9종 곤충이 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서로 다른 울음소리를 재구성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곤충이 모두 같은 높이의 소리를 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각 종의 울음소리는 낮은 주파수부터 높은 주파수까지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었다. 연구진은 여러 곤충이 서로 다른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면서 같은 숲에서 다른 종의 울음에 자신의 신호가 묻히는 것을 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특히 ‘시그마보일루스 페레그리누스(Sigmaboilus peregrinus)’라는 종은 20킬로헤르츠(㎑)가 넘는 주파수의 소리를 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상한선인 약 20㎑를 넘어서는 초음파 영역이다.

이는 곤충의 초음파 의사소통이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전에 등장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현생 곤충 가운데 일부는 박쥐의 위치추적을 피하기 위해 높은 주파수나 초음파를 이용한다. 이 때문에 곤충의 초음파 소통 능력이 박쥐와의 진화적 ‘군비 경쟁’ 과정에서 발달했다는 설명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번에 초음파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 곤충은 약 1억6500만년 전에 살았다. 현재 알려진 박쥐 화석은 이보다 약 1억년 뒤인 에오세 시기에 등장한다. 곤충이 박쥐가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이미 초음파를 이용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당시 작은 포유류를 비롯해 곤충의 소리를 엿듣고 사냥하던 포식자가 초음파 소통의 진화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여러 곤충이 각자 다른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음향적 틈새’를 차지하면서 초음파 영역까지 소통 범위가 확대됐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소리를 1억6500만년 전 곤충의 실제 울음소리와 완전히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다. 연구진이 녹음된 소리를 복원한 것이 아니라 화석 날개의 구조와 현생 곤충의 발음 원리를 바탕으로 당시 소리를 계산해 재구성했기 때문이다.

또 이번 연구에서 되살린 것은 쥬라기 숲 전체의 소리가 아니라 특정 지역에서 발견된 곤충 9종의 울음소리다. 공룡이나 익룡, 양서류 등 당시 숲에 살았던 다른 동물의 소리가 포함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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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논문에서 이번 결과가 중기 쥐라기 곤충들이 다양한 주파수를 이용해 의사소통했으며, 초음파 의사소통 역시 박쥐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달 25일 PNAS 온라인판에 ‘멸종된 소리풍경의 재구성이 쥬라기의 초음파 의사소통을 보여준다(Reconstruction of an extinct soundscape reveals ultrasonic communication in the Jurassic)’는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