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AI는 매출 공식 모른다"…AI-레디 넘어 에이전틱-레디로

[기술사의 AI 리포트] 실패하는 AI의 원인과 성공하는 AX의 조건 ⑦

전문가 칼럼입력 :2026/09/14 15:24    수정: 2026/09/14 16:01

이지성 기술사 / PwC AI-AX 컨설턴트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모델도 모르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우리 회사의 매출 공식'이다. 생성형 AI에게 "지난 분기 매출이 얼마냐"고 물어도 답할 수 없는 이유는 모델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우리 회사의 '매출'이 세전인지 세후인지, 반품과 할인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어느 테이블의 어떤 컬럼을 어떻게 조인해야 하는지 — 그 '의미'가 모델 바깥, 즉 우리 데이터에 새겨져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이 간극을 사람이 메웠다. 담당자가 자기 머릿속의 정의로 숫자를 뽑아 AI의 답을 검토했다. 그러나 AI 에이전트(Agentic AI)가 사람의 개입 없이 데이터를 직접 조회하고 실행까지 이어가는 시대로 넘어가면서, 이 간극은 더 이상 사람이 메워줄 수 없는 위험 요소가 되었다. 2026년 데이터 플랫폼 현대화의 화두가 'AI-Ready'를 넘어 'Agentic-Ready'로 이동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지성 기술사 / PwC AI-AX 컨설턴트

1. AI-Ready를 넘어 Agentic-Ready로 — 데이터 플랫폼의 다음 관문

지난 몇 년간 기업들이 매달려 온 화두는 'AI-Ready 데이터', 즉 AI가 학습하고 참조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잘 정리해 두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람이 최종 소비자였던 AI-Ready와, 에이전트가 사람의 개입 없이 데이터를 소비하고 그 결과로 행동까지 이어가는 Agentic-Ready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오류의 성격'이다. 사람이 소비할 때는 데이터가 조금 애매하거나 정의가 불분명해도 사람이 맥락으로 보정한다. '매출'이 세전인지 세후인지 헷갈리면 담당자에게 물어보면 그만이다. 그러나 에이전트는 물어볼 사람이 없다. 스키마(Schema)만 던져주고 "알아서 판단하라"고 하면, 에이전트는 테이블명과 컬럼명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해 그럴듯하지만 틀린 답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로 지금 현장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된 '에이전트 환각(Agent Hallucination)'의 본질이다. 모델이 멍청해서가 아니라, 데이터에 '의미(Meaning)'가 붙어 있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다.

그렇다면 해법의 방향도 둘로 나뉜다. 하나는 애초에 추측할 여지를 없애 에이전트가 틀리지 않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래도 모를 때 아는 척 밀어붙이는 대신 사람에게 되물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전자가 예방이라면 후자는 안전밸브이며, Agentic-Ready 플랫폼은 이 둘을 모두 갖춰야 한다. 결국 Agentic-Ready란 단순히 데이터가 깨끗한 상태를 넘어, 에이전트가 데이터의 의미·규칙·경계 등 맥락을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안전하게 행동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그리고 이 상태에 도달하려면 데이터 레이크(레이크하우스)의 아키텍처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2. 현장의 고민 — AI-Ready 플랫폼이 에이전트 앞에서 무너지는 지점

AI-Ready까지는 도달했다고 믿었던 데이터 조직이 막상 에이전트를 붙여 보면 다음 네 가지 벽에 부딪힌다.

① 의미의 부재 — 에이전트가 스키마를 제멋대로 해석한다

2023~2024년의 전형적인 방식은 LLM을 웨어하우스에 연결하고 스키마를 노출한 뒤 알아서 SQL을 짜게 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예를 들어 컬럼 이름  rev_amt가 무엇을 뜻하는지, 어떤 테이블과 조인해야 하는지, '활성 고객'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에이전트가 추측한다는 데 있다. 추측이 개입하는 순간 환각이 시작된다. 앞서 말한 '매출 공식을 모르는 챗GPT'가 바로 이 지점이다.

② 규칙의 부재 — 지표 계산 로직이 프롬프트에 흩어져 있다

같은 '이탈률'을 A 에이전트와 B 에이전트가 각기 다르게 계산한다. 계산 로직이 데이터 계층이 아니라 매번 프롬프트 안에 임시로 담기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사소한 차이지만, 에이전트가 이 수치로 후속 행동을 결정한다면 그 오차는 곧바로 잘못된 실행으로 증폭된다.

③ 접근의 딜레마 — 에이전트에게 데이터를 열되, 아무거나 열 수는 없다

에이전트가 실시간으로 데이터에 접근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전체 데이터를 무제한 노출할 수는 없다. 특히 금융·공공은 어떤 에이전트가 어떤 데이터를 어떤 권한으로 건드렸는지가 감사(Audit) 대상이다. 통제 없이 열면 위험이 커지고, 지나치게 조이면 에이전트가 무력해진다.

④ 행동의 경계 부재 — 조회를 넘어 '실행'하는 순간의 책임

읽기(Read)만 하던 AI와 달리, 에이전트는 데이터를 갱신하거나 업무를 실행(write/Action)한다. 어디까지 자율적으로 실행하게 하고 어디부터 사람의 승인을 받게 할지, 그 경계와 이력이 데이터 플랫폼 차원에서 정의되어 있지 않으면 책임 소재를 가릴 수 없다.

이 고민의 뿌리는 하나다 — 기존 AI-Ready 플랫폼은 '데이터를 잘 저장하고 조회 가능하게 만드는 것'까지만 설계되었을 뿐, '에이전트가 그 데이터의 의미를 이해하고 규칙에 따라 안전하게 행동하는 것'은 전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처방은 데이터와 에이전트 사이에 '의미와 통제의 계층'을 새로 세우는 것이며, 그 중심에 시맨틱 레이어(Semantic Layer)가 있다.

3. Agentic-Ready 레이크하우스가 갖춰야 할 아키텍처

에이전트가 환각 없이 목표를 달성하게 하려면, 레이크하우스 위에 다음 계층들이 얹혀야 한다.

① 시맨틱 레이어 — 사람과 에이전트가 같은 업무 의미로 판단하게 한다

Agentic-Ready 아키텍처의 심장은 시맨틱 레이어다. 과거의 시맨틱 레이어가 BI 대시보드에 통일된 지표를 공급하는 조연이었다면, 이제는 사람과 에이전트가 데이터를 이해하는 공통의 기준점이자 통제의 중심축으로 격상되고 있다. 포레스터가 2026년 이를 '데이터의 컨트롤 플레인(Control Plane)'으로 재정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핵심은 '사람과 에이전트가 같은 업무 의미(Business Semantics) 위에서 판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앞서 챗GPT가 몰랐던 그 '매출 공식' — 세전·세후 여부, 반품·할인 처리, 조인 관계, 시간 처리 규칙 — 을 시맨틱 레이어에 '인증된 정의(Certified Definition)'로 못 박아두면, 담당자가 대시보드에서 보는 '매출'과 에이전트가 계산하는 '매출'이 완벽히 동일한 정의를 참조하게 된다. 사람은 원시(raw) 테이블을, 에이전트는 프롬프트에 담긴 임시 로직을 각자 해석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 양쪽이 하나의 단일 진실 공급원(Single Source of Truth)을 바라보는 것이다. 에이전트가 지표를 추측할 여지를 없애 환각을 막는 동시에, 사람과 에이전트가 서로 다른 숫자를 놓고 엇갈리는 일까지 원천 차단한다 — 이것이 시맨틱 레이어가 Agentic-Ready의 심장인 이유다.

② 지식 그래프와 메타데이터 — 의미의 관계망을 부여한다

컬럼과 테이블에 단순히 이름표를 붙이는 것을 넘어, '고객'과 '계약'과 '상품'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지식 그래프(Knowledge Graph)와 능동형 메타데이터로 표현한다. 에이전트는 이 관계망을 따라가며 "어떤 데이터를, 왜, 어떤 순서로 조합해야 하는지"를 추측이 아니라 명시된 구조를 근거로 판단한다. 사람 분석가의 머릿속에 있던 도메인 지식을 에이전트가 참조 가능한 형태로 외부화하는 장치다.

③ MCP 기반 표준 접근 계층 — 에이전트에게 '문(門)'을 규격화한다

2026년 에이전트-데이터 연결의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은 MCP(Model Context Protocol)를 통해, 에이전트가 레이크하우스에 접근하는 창구를 하나로 규격화한다. 에이전트마다 API를 손으로 짜 붙이는 대신, 통제된 단일 게이트웨이를 통해 데이터·메타데이터·실행 도구에 접근하게 하는 것이다. 접근이 한 곳으로 모이면 권한·감사·정책을 그 지점에 일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통제와 확장성을 동시에 잡는 열쇠가 된다.

④ 임베디드 거버넌스와 행동 경계 — '실행하는 AI'를 위한 안전장치

읽기 권한을 넘어, 에이전트가 무엇을 실행할 수 있고 어디부터 사람의 승인(Human-in-the-loop)을 거쳐야 하는지를 데이터 계층에 정책으로 내장(Policy-as-Code)한다. 역할 기반 접근 제어(RBAC), 행·컬럼 단위 마스킹, 민감정보 자동 분류가 에이전트의 접근에 자동으로 따라붙고, 모든 조회와 실행이 감사 로그로 남는다. 통제가 파이프라인 바깥에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에 붙어 함께 흐르므로, 에이전트가 실시간으로 움직여도 통제가 무너지지 않는다.

⑤ 액티브 메타데이터와 관측성 — 사람의 판단 근거를 수집해 에이전트의 신뢰 신호로 순환시킨다

에이전트가 잘못된 결정을 내렸을 때, 그 원인이 데이터 품질인지, 지표 정의인지, 접근 범위인지를 데이터 계보(Lineage)와 관측성(Observability)으로 끝까지 거슬러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에이전트의 자율성이 높아질수록 '왜 그렇게 행동했는가'를 사후에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곧 신뢰의 조건이 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액티브 메타데이터(Active Metadata)다. 정적인 카탈로그 정보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 어떤 데이터가 얼마나 자주 조회되는지, 어떤 쿼리 패턴이 반복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이 어떤 데이터를 신뢰해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같은 '사람의 행동 증거(behavioral Evidence)'를 지속적으로 수집한다. 어떤 지표가 실무에서 실제로 인증되어 쓰이는지, 어떤 테이블이 현업의 신뢰를 받는지에 대한 이 축적된 증거는, 에이전트에게 "무엇이 실제로 신뢰할 만한 데이터인가"를 알려주는 살아 있는 신호가 된다. 사람이 데이터를 다루며 남긴 판단의 흔적이 다시 에이전트의 행동 근거로 순환되는 구조 — 이 선순환이 갖춰질 때 비로소 사람과 에이전트가 같은 맥락 위에서 함께 진화하는 Agentic-Ready 플랫폼이 완성된다.

⑥ 되묻기 가능성(Clarification)과 확신도 — 불확실할 땐 추측하지 않고 멈춘다

아무리 시맨틱 레이어로 의미를 못 박아도, 사람의 질문 자체가 모호하거나 데이터에 없는 것을 요구하는 순간은 남는다. Agentic-Ready 플랫폼의 마지막 안전장치는, 이때 에이전트가 추측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사람에게 되물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결정적인 것은 '어떻게 되묻느냐'다. 단순히 "모르겠다"가 아니라, 왜 확신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근거(Evidence)와 자신의 확신도(Confidence)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 

예컨대 "요청하신 '매출'은 시맨틱 레이어에 세전·세후 두 정의가 등록되어 있어(근거) 어느 쪽인지 60%밖에 확신하지 못합니다(확신도). 확인해 주시겠습니까?"라고 되묻는 식이다. 확신도가 임계치 아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실행을 멈추고 사람의 판단을 구하도록 설계하면, 에이전트의 되묻기는 무능의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신뢰의 근거가 된다. 추측해서 틀리는 것보다, 근거를 들어 멈추고 되묻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4. 진화의 흐름 — AI-Ready 위에 Agentic 계층을 얹는다

주목할 점은 이 전환이 기존 투자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쌓아 올리는 진화라는 것이다. AI-Ready 단계에서 갖춘 레이크하우스 통합, 데이터 품질, 벡터 검색은 그대로 토대가 된다. 그 위에 의미와 통제의 계층을 얹는 것이 Agentic-Ready로의 이행이다.

실행은 단계적이다. 먼저 에이전트가 자주 다루게 될 핵심 도메인의 지표와 개념 — 바로 그 '매출 공식' 같은 것 — 을 시맨틱 레이어에 인증된 정의로 정립한다. 다음으로 지식 그래프와 메타데이터로 그 개념들 사이의 관계를 명시한다. 그런 뒤 MCP 기반의 통제된 접근 창구를 열어 에이전트를 붙이되, 처음에는 읽기와 낮은 위험의 실행부터 허용하고 거버넌스와 감사 체계를 검증한다. 마지막으로 관측성과 액티브 메타데이터로 에이전트의 판단과 데이터를 연결해 모니터링하면서, 신뢰가 쌓인 만큼 자율 실행의 범위를 점진적으로 넓혀간다. 이때 확신도 임계치를 함께 운영하면, 에이전트는 확신할 때만 스스로 실행하고 불확실할 땐 근거를 들어 사람에게 넘기므로, 자율성을 넓히면서도 통제를 놓지 않을 수 있다.

핵심은 인프라를 새로 깐 것 자체가 아니라, 각 단계에서 데이터가 '에이전트가 그 의미를 이해하고 규칙에 따라 안전하게 행동할 수 있는 상태'로 정련되어 간다는 데 있다.

5. 결국, 의미를 붙인 데이터가 에이전트의 성패를 가른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모델도 우리 회사의 '매출 공식'은 모른다. 모델과 에이전트 프레임워크가 아무리 빠르게 상향 평준화되어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나 강력한 에이전트를 손쉽게 가져다 쓸 수 있게 될수록, 그 에이전트가 환각 없이 제대로 일하느냐 마느냐는 결국 그 조직의 데이터에 '의미와 규칙과 경계'가 얼마나 잘 새겨져 있느냐에서 갈린다. 에이전트는 데이터에 붙은 의미와, 사람이 남긴 판단의 흔적만큼만 똑똑하게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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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진짜 신뢰할 수 있는 에이전트는 모든 것을 아는 에이전트가 아니라, 모를 때 아는 척하지 않고 근거를 들어 되묻는 에이전트다. 시맨틱 레이어로 추측의 여지를 없애고(예방), 액티브 메타데이터로 사람의 판단을 신뢰 신호로 순환시키며(순환), 확신도에 따라 멈추고 되묻게 하는 것(안전밸브) — 이 셋이 맞물릴 때 사람과 에이전트는 같은 맥락 위에서 함께 판단하는 동료가 된다.

Agentic-Ready 시대의 데이터 플랫폼 현대화가 나아가야 할 길은, '데이터를 얼마나 잘 저장하느냐'를 넘어 '에이전트가 우리 회사의 매출 공식을 정확히 이해하고, 확신할 때 실행하며, 불확실할 땐 되물을 수 있게 하느냐'다. 그것이 AI-Ready를 넘어 Agentic-Ready로 가는 데이터 인프라 재설계 전략의 핵심 열쇠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지성 기술사 / PwC AI-AX 컨설턴트

컨설팅 회사에서 기업 AI·AX 도입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전에는 SK, 현대 등 대기업의 데이터·AI 플랫폼 구축에 참여해 메타데이터 관리, 지식 그래프, 예지보전 시스템 구축 및 데이터 아키텍처를 담당했다. ‘직장인 필수 IT 지식’ ‘생성형 AI 완전정복’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