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업들이 주요 산업단지로 거점을 넓히고 있다. 단순한 지사 확대를 넘어 제조 현장에서 발생하는 고품질 산업 데이터와 고객 수요를 확보하고, AI 솔루션을 실제 생산라인에서 실증하기 위한 '현장 밀착형 거점화'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AI 업계에서는 지방에 첫 지역 거점을 세우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크라우드웍스는 지난 10일 경남테크노파크에 첫 지역 거점인 '피지컬 AI 허브' 창원 오피스를 마련했다.
창원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제조기업의 AI 수요를 발굴하고 산학연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내년부터 조선·방산·기계·항공 등 경남 주력 산업의 공정 데이터와 숙련 작업자의 노하우를 AI 데이터로 자산화할 계획이다. 향후 울산·전북 등 제조업 밀집 지역으로 허브망도 확대한다.
마키나락스도 지난달 창원에 첫 지역 거점인 'AI스튜디오@창원'을 개소했다. 영남권 제조 현장과 가까운 곳에서 자동차·중공업·조선 등 전략 산업군 고객을 지원하고 신규 고객을 발굴하기 위한 거점이다.
기업들이 창원을 주목하는 배경에는 제조업 집적도가 있다. 창원국가산업단지에는 기계·방산 등 제조기업이 밀집해 있어 AI 모델 개발과 실증에 필요한 생산 데이터와 현장 수요를 확보하기 유리하다. 특히 제조업의 AI 전환이 공정 자동화를 넘어 로봇과 설비가 직접 움직이는 피지컬 AI로 확대되면서 실제 생산환경에서 데이터를 확보하고 기술을 검증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창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구에서는 메가존이 피지컬 AI 연구개발(R&D) 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에이로봇과 협업해 로봇·AI 산업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알체라는 부산을 거점으로 해양·조선 등 지역 특화 AI 사업을 강화 중이며, 마음AI도 광주 AI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자율주행과 AI 솔루션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 역시 산업단지를 제조 AI 전환(M.AX)의 핵심 거점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M.AX 얼라이언스 내 산업단지 AX 분과를 중심으로 지역 제조기업과 AI 기업, 대학·연구기관 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창원·광주 등 기존 10개 AX 실증산단을 중심으로 산단 입주기업이 AI 인프라와 기술·인력을 공동 활용하는 지역 맞춤형 M.AX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올해 3개 산단을 추가 선정했으며 오는 2030년까지 AX 실증산단을 25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도 부처별 예산에서도 제조 AI와 지역 AX에 대한 투자 확대가 확인된다. 산업부는 2027년 예산안에서 제조혁신 가속화와 메가프로젝트에 3조 7261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1조 6309억원에서 128.5% 늘어난 규모다. 특히 풀스택 AI 팩토리·제조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제조 암묵지 활용 AI 솔루션 개발, 국가 제조데이터 라이브러리 구축·운영, M.AX 자율제조 생태계 구축 등이 신규 사업으로 반영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2027년 AI 대전환 예산을 9조 4211억원으로 확대한다. 이와 함께 대경·서남·전북·동남 등 4대 권역 지역 AX 연구개발(R&D)에 3345억원을 배정했다. 올해 1770억원에서 약 89% 늘어난 규모다. 권역별로 바이오·로봇, 모빌리티·에너지, AI 공장 플랫폼, 정밀제조 등 지역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AI 적용을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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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AX에서 현장 거점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조 AI는 범용 데이터를 학습한 모델을 가져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생산 설비와 공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 숙련 작업자의 경험과 노하우, 현장별 작업 환경을 함께 반영해야 실제 생산성과 품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산업부도 숙련공의 경험과 노하우를 데이터셋으로 전환하고 이를 학습한 AI 모델과 솔루션을 개발·검증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가 있는 곳에 AI가 모인다'는 산업 지형의 변화가 현장에서 확인되고 있다"며 "수도권 집중에서 벗어나 지역 산업단지와 접점을 넓히는 AI 기업들의 지방 거점화는 지역 제조 산업의 체질 개선과 균형발전을 이끄는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