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산업 대비 배터리 산업은 소수 기업이 특허를 독점적으로 확보한 기간이 매우 길다. 거의 필요한 모든 특허들을 다 쌓아놨다고 봐도 된다. 과거 자동차 50여대를 사서 배터리팩과 배터리관리시스템(BMS)등을 분석했을 때, 거의 모든 제품들이 저희 특허를 침해하고 있었다.”
이한선 LG에너지솔루션 전무는 8일 서울 강남구 과총회관에서 열린 ‘한국형 IP 수익 전문기업 육성 포럼’ 발표자로 나서 회사가 파나소닉과 연합해 특허 관리 전문 기업 ’튤립이노베이션’을 설립한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튤립이노베이션은 양사가 특허 수천 건을 토대로 공동 참여하는 형태로, 업계 후발 기업들에게 핵심 특허에 대한 적정 대가를 받는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유도한다. 이를 통해 지적재산권(IP)을 존중하는 문화를 확립하고, 수취한 대가는 차세대 R&D에 재투자함으로서 배터리 산업 전체 혁신 동력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튤립이노베이션을 통해 중국 배터리 기업들과의 특허 소송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회사는 중국 기업 신왕다와 2024년부터 독일, 중국, 한국 등에서 소송전을 벌인 끝에 지난 6월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7월에는 다른 중국 기업 EVE에너지를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텍사스 지방법원에 수입배제신청 및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전무는 배터리 사업 초기부터 R&D로 창출되는 무형 자산을 토대로 비즈니스 모델 다변화를 추진해왔다고 언급했다. 이 전무는 “2000년대 초부터 이같은 비전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특허를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했고, IP R&D를 도입해 모든 연구원들에게 좋은 특허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두게 하면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런 전략에 따라 배터리 분야 대부분 영역에서 특허를 선점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전무는 “저희가 소형 배터리는 1995년, 자동차 배터리는 2000년에 개발을 시작했다”며 “물론 만료된 특허도 있지만, 그 수많은 특허들을 피해 어떻게 사업을 할 수 있겠나”라고 첨언했다.
전기차와 함께 배터리 시장이 고속 성장하면서 중국 배터리 기업 다수가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하자, 특허 침해 문제가 가시화됐다.
이 전무는 “너무나 많은 후발 업체들이 나오면서 특허가 광범위하게 침해되는데, 개별 기업이 이 사안들에 대해 일일히 소송하고 대응할 수 없었다”며 “특허 풀을 만들어 전담으로 대응하게 하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 전무는 “R&D에 투자를 안한 후발 기업들이 현재 시장점유율 상위 10곳에 다수 포진돼 있다”며, “매출의 5~10%를 꾸준히 R&D에 투자한 저희와 비교하면 당연히 배터리 가격이 쌀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기업들에 특허 침해 문제를 제기하면 이미 업계에서 다 알고 있는 기술이지 않냐는 반응을 보이는데, 저희가 10년 전 이미 특허화한 기술이지만 이를 모른 채로 그 지식을 회사 엔지니어들이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무는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이런 특허전문회사(NPE)의 활용도 업계 화두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특허 비즈니스를 뒷받침할 국내 법제는 미비한 편이다. 이날 포럼에서 허재관 연구개발사업화정책연구회의 회장은 국내 특허신탁 제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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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관 회장은 “우리나라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인가 요건이 까다로워 인가를 받은 건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유명무실하다“며 “’기술의 이전 및 사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에서 특허신탁 특례를 규정하고 있으나, 기술보증기금(KIBO) 외에는 활동을 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특허신탁 불모지”라고 지적했다.
허 회장은 “한국도 지식재산 기반의 경제 성장과 발전을 위해 특허신탁문제를 글로벌 수준으로 풀어줘야 한다”며 “특허 활용 및 사업화의 족쇄를 법이 스스로 가로막고 있으며, 이는 불필요 규제 개혁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