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파를 이용해 비행하고 공중에 떠다니며 스스로 방향까지 조절하는 초소형 로봇이 개발됐다고 과학 전문 매체 라이브사이언스가 최근 보도했다.
이 로봇은 모터 없이 소리의 힘인 ‘음파’만으로 작동한다. 적절한 주파수의 음파를 가하면 구조 내부에 들어앉은 속이 빈 공간들이 공명하면서 공기 흐름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추진력이 생기는 원리다. 연구진은 지난달 12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해당 논문을 발표했다.
19세기 음정 조율 원리를 소형화
이 기술의 핵심은 ‘헬름홀츠 공명(Helmholtz resonance)’ 현상이다. 1856년 독일 물리학자 헤르만 폰 헬름홀츠가 악기 조율 도구를 연구하던 중 발견한 원리로, 닫힌 공간 내부에서 공기나 유체가 특정 주파수로 진동하며 소리나 압력을 내는 현상을 말한다.
논문 공동 저자인 셀만 사카르 스위스 로잔 연방 공과대(EPFL) 기계공학과 교수는 "악기에서 발생하는 공명 현상은 압력이 낮아 힘이 약하다"라며 "하지만 내부 압력을 대폭 높일 수 있다면 강력한 분사력을 얻을 수 있어 기계를 움직이는 동력으로 활용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헬름홀츠 공명기의 크기를 줄이면 작동에 필요한 주파수가 초음파 영역으로 올라간다는 점에 주목했다. 초음파는 사람이 들을 수 없을 만큼 고주파인 데다, 정밀하게 초점을 모으기가 훨씬 쉽다. 사카르 교수는 "만약 동일한 힘을 내기 위해 더 큰 공명기를 썼다면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청 음역대의 소리가 발생해 불쾌감을 유발하고 인체에도 해를 끼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광자 3D 프린팅(two-photon printing)’이라는 초정밀 기술을 활용해 헬름홀츠의 방정식에 기반한 속이 빈 구조물을 구현했다. 이후 실험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구조가 이론대로 추진력을 만들어내는 것을 확인했다.
보트부터 초소형 헬리콥터까지
연구진은 각기 다른 주파수와 방향에 맞춰진 공명기 여러 개를 탑재한 약 5㎝ 크기의 소형 보트를 제작했다. 외부 스피커로 음높이를 바꾸는 것만으로 보트를 좌회전·우회전 시키거나 직진 조종하는 데 성공했다.
나아가 지름 1㎜ 수준의 ‘마이크로 비행체’도 구현했다. 어떤 모델은 로켓처럼 아래쪽으로 공기를 뿜어내 추력을 얻고, 다른 모델은 음파의 힘으로 날개를 회전시켜 헬리콥터처럼 날아오르는 방식을 채택했다.
관련기사
- "곤충 로봇이 밝힌 자연의 비밀…작지만 강한 잠재력"2025.12.11
- 초소형 '소금쟁이 로봇' 세계 첫 개발…"물에도 뜨네"2025.08.22
- [영상] "따뜻한 체온 지녔다"…사람과 꼭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2026.02.05
- 4시간 연속 작업 거뜬...손가락까지 사람 닮은 로봇2026.01.18
사카르 교수는 이 기술이 기존 모터 방식보다 극단적인 초소형화에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모터는 자석, 코일, 회전축 같은 물리 부품 탓에 크기를 줄이는 데 ‘근본적 한계’가 있지만, 공명기는 잘 계산된 ‘속이 빈 공간’ 자체여서 한계 없이 축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이 원리를 응용하면 물체에 직접 닿지 않고도 공중에서 부품을 정밀하게 회전•조작하거나, 특정 주파수에 반응해 모양이 변하는 유연한 소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향후 심장 스텐트 삽입 등 다양한 첨단 생의학 분야에 적용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