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정말 필요한 곳이 가장 뒤처져 있습니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1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지디넷코리아와 만나 국내 기업 AI 전환(AX) 현주소를 이같이 진단했다. 대기업과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AI 활용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인력과 자금이 부족해 생산성 향상이 절실한 중소·중견기업은 상대적으로 전환이 더디다는 평가다.
김 대표가 매긴 국내 AX 성적표에서도 격차는 뚜렷했다. 글로벌 수준과 비교해 대기업은 100점 만점에 70~80점, 공공은 51점 정도로 평가했다. 반면 중소·중견기업은 20점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봤다.
중소·중견기업의 더딘 AX는 산업 전반의 경쟁력과도 연결된다. 대기업과 수많은 중소·중견 협력사가 맞물려 있는 산업 구조에서 이들이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면 전체 경쟁력도 떨어질 수 있어서다.
김 대표는 해법으로 처음부터 대규모 AI 시스템을 구축하기보다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업무부터 AI를 적용해 성과를 만드는 '작은 성공(Small Success)' 전략을 제시했다. 정부 지원도 기업별 시스템 구축에 집중하기보다 여러 기업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확산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대표는 검색 기술을 20년 넘게 다뤄온 개발자 출신이다. 포털 엠파스에서 검색엔진 개발과 기획을 담당한 뒤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검색사업본부장을 지냈다. 2015년 검색·AI 분야 개발자들과 포티투마루를 창업했다.
포티투마루는 기업용 생성형 AI와 AX를 주력으로 하는 AI 기업이다. 검색증강생성(RAG)과 기계독해(MRC) 기술 등을 기반으로 기업과 공공기관에 특화된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중소기업 AX 아직 시작 단계…해법은 '작은 성공'
김 대표는 국내 AX에서 가장 우려되는 분야로 중소·중견기업을 꼽았다.
대기업은 자체 AI 인력과 투자 여력을 바탕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공공도 지난해부터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사업을 기획해 올해부터 실제 도입에 나섰다. 김 대표가 공공에 50점이 아닌 51점을 준 것도 이제 막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중소·중견기업은 상황이 다르다. AI를 어디에 적용할지 기획할 인력이 부족하고 관련 예산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고도화할 인력까지 필요하다. AI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한 차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만으로 효과를 이어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중소·중견기업일수록 AI 도입의 시작점을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AI라고 하면 뭔가 대단한 것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소·중견기업은 기획할 사람도, 예산도, 운영할 인력도 부족한 만큼 작은 것부터 시작해 성공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 전체를 한 번에 바꾸려 하기보다 당장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업무부터 AI를 적용하자는 의미다. 작은 성공이 반복되면 구성원에게 AI 활용 경험과 역량이 쌓이고 이를 바탕으로 적용 범위도 넓힐 수 있다.
김 대표는 제조 현장에서 시작할 수 있는 사례로 '매뉴얼 AI'를 들었다. 중소·중견 제조기업은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많이 고용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사용하는 장비 매뉴얼은 대부분 한국어나 영어로 돼 있어 언어가 장벽이 될 수 있다.
매뉴얼 AI는 외국인 근로자가 자신의 언어로 장비 사용법이나 고장 대처 방법을 질문하면 AI가 매뉴얼에서 필요한 내용을 찾아 답해주는 방식이다. 이런 서비스는 기업마다 별도로 개발할 필요 없이 비슷한 문제를 겪는 여러 제조기업이 함께 활용할 수 있다.
김 대표는 "현장에서 공통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어 여러 기업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런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면 중소·중견기업도 AI 활용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별 AI 구축보다 공통 서비스 활용해야"
중소·중견기업이 보다 쉽게 AI를 도입하려면 정부 지원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동안 AI 지원 사업은 개별 기업에 예산을 지원해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이 많았다. 문제는 지원이 끝난 뒤다. AI는 기술 변화에 맞춰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하는데 중소기업이 추가 비용과 전문 인력을 계속 투입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김 대표는 이 때문에 한 번 구축하고 끝나는 방식보다 필요한 AI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안으로 중소기업이 필요한 AI 서비스를 골라 쓸 수 있는 'AI 마켓플레이스'를 제시했다. 기업마다 별도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 이미 만들어진 AI 서비스를 필요에 따라 이용하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중소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공통 플랫폼을 마련하고 민간 AI 기업은 통·번역, 매뉴얼 검색, 문서 업무 등 현장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공급한다. 중소기업은 이 가운데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해 사용하면 된다.
정부 지원 방식도 구축비 지원에서 서비스 이용을 돕는 방향으로 넓힐 수 있다. 초기에는 이용료나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하고, AI 활용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면 기업이 비용을 부담해 계속 사용하는 구조다.
김 대표는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마켓플레이스 형태로 제공하면 된다"며 "기업들이 하나씩 AI를 사용하며 경험을 쌓다 보면 스스로 필요한 서비스를 찾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방식은 중소기업의 AI 도입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국내 AI 기업에도 시장을 만들어줄 수 있다. AI 기업은 하나의 서비스를 여러 기업에 공급할 수 있고 서비스 간 경쟁이 활발해지면 품질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중소기업만 돕는 것이 아니라 AI 기업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라며 "결국 국내 AI 생태계를 키우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 도입 자체가 성과 아냐"…핵심은 생산성과 품질
AI를 도입했다고 AX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실제 업무시간을 얼마나 줄이고 생산성을 얼마나 높였는지가 AX 성과를 가르는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포티투마루도 기업 AX 프로젝트에서 AI 도입 자체보다 업무 개선 효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대표는 AI를 제대로 적용하면 일부 업무에서는 20~30% 수준을 넘어 70~80% 이상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를 도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며 "AI를 통해 업무 생산성을 얼마나 높이고 효율화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성과가 확인된 AX 사례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문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들은 내부 AI 활용 사례와 성과를 외부에 공개하는 데 조심스러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성공 사례가 시장에 알려져야 다른 기업도 AI 투자 효과를 확인하고 도입에 나설 수 있다.
김 대표는 "좋은 AX 사례가 더 많이 공유돼야 다른 기업도 AI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며 "성공 사례를 공유하는 문화 역시 AX 생태계를 키우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AI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기술 개발 단계부터 사용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사용하기 어렵거나 기존 업무 방식을 크게 바꿔야 한다면 현장에서 외면받을 수 있어서다.
검색 서비스를 오랫동안 개발해온 김 대표는 AI 시장도 결국 품질 경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검색과 마찬가지로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면 쉽게 다른 서비스로 이동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지가 아니라 사용자에게 실제 효용이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AI를 사용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면 오히려 또 다른 장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가 기존 업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한다"며 "서비스 품질뿐 아니라 사용자환경(UI)과 사용자경험(UX)까지 사용자 관점에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국내 AX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라고 평가했다. 다만 기업들이 AI 활용 경험을 쌓으면서 향후 2~3년 사이 산업 현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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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티투마루는 이에 맞춰 실제 생산성을 높이는 AX 사례를 확대하고 전문 인재 양성에도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성균관대와 부산대 등과 협력해 산업과 AI를 함께 이해하는 AX 전문 인재도 매년 80명 이상 양성하고 있다.
김 대표는 "AX 시장은 아직 시작 단계라고 본다"며 "산업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례를 계속 만들고 AX 전문 인재를 키우는 데도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