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필수의료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사업에 의료 현장의 목소리가 여전히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이하 협회)는 오는 4분기 종료 예정인 소아의료 지역협력체계 구축 시범사업과 관련해, 중심 소아청소년병원(이하 소청병원)에서는 응급·중증 소아환자 협력 네트워크 구축에 실질적인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반면 의뢰·회송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협회 조사에 따르면 중심기관으로 시범사업에 참여한 소청병원의 80.0%(‘큰 도움’ 53.3%, ‘어느 정도 도움’ 26.7%)가 이번 사업이 위기에 처한 소아의료체계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또 사업을 전국 소아청소년병원으로 확대할 경우 소아진료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 응답은 86.6%에 달했다. 배후병원(상급종합병원 등)으로의 환자 의뢰·회송 과정에 대해서도 53.3%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답해, 병원 간 의뢰·회송 체계와 응급·중증 소아 환자 협력 네트워크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용재 협회장은 “부모가 직접 병원을 알아볼 필요 없이 의료기관 간 직통 연락망을 구축해 환자 중증도에 맞는 병원으로 신속하게 연계 의료에 해동하는 의료전달체계 정상화가 핵심 목적”이라며 “한 지역의 동네 소아과부터 소아청소년병원, 대형병원까지 진료 네트워크로 묶어 운영해 환자를 전원하는 것들이 훨씬 쉬워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실제 아이들을 (잔료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그냥 의뢰서만 써주고 ‘큰 병원 가세요’라며 끝내는 게 아니라 ‘여기 이 병원으로 가시면 바로 진료를 이어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네트워크를 가동하고 있어 신속하게 환자를 보고,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에도 분명히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심병원의 높은 효과와 달리, 참여 및 미참여 소청병원들은 현행 수가 구조와 행정 업무 부담으로 인해 큰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병원들은 우선 정부가 지원금의 50% 이상을 인건비로 집행하도록 한 규정에 대해 절반이 부적절하다고 응답했다. 또 전용 통장 개설, 법인카드 관리, 보고서 작성 등 행정업무로 주당 평균 5~10시간이 추가 소요된다고 답했다. 특히 직통연락망 이용 시 환자 동의서 작성, 코드 입력 등 복잡한 절차가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지적됐다.
또한 미참여 병원들은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로 인력 부족과 공모 수요 부재 때문으로 나타났는데, 야간·휴일 진료 기준을 충족할 인력이 부족하거나 해당 지역에 공모 자체가 없었던 경우가 많았다.
이홍준 부회장은 시범사업 참여병원으로서 현실적인 문제를 짚었다. 그는 “정부 시범사업의 취지는 중심기관이 동네 소아과에서 처치 할 수 없는 아이들을 보내면 판단해 처치하거나 대형병원으로 이송하도록 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정부 예산사업인 만큼 절충안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제한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특히 시범사업 운영비, 수가 등 보상체계도 문제로 꼽았다. 이 부회장은 ”의사당 정맥주사를 하루에 10번까지만 제한해 11번째 환자는 수가 산정이 안돼 환자와 비용의 차이로 인한 갈등이 빚어지고 이에 대한 설명으로 인한 행정력 소비 등의 문제를 야기했다”면서 “소아전문관리료의 경우도 사업대상은 18세 미만인데 연령은 6세 미만을 산정대상으로 하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또 “행정업무 설문에서 추가 소요시간이 5-10시간 정도 된다고 응답했고, 기존의 행정인력이 병행한다는 응답이 70%에 달했다”며 “전담 인력을 새로 뽑으면 좋겠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에서는 참여 의향도 물었는데 조건 개선 시 참여하겠다는 응답이 43.6%로 나타났으며, 현 조건에서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응답도 31.2%에 달해 제도 개선 없이는 참여 확대가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다.
최용재 회장은 “현행 조건이 유지된다면 참여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중심병원의 규모와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며 본사업에서는 반드시 ▲수가 구조 개편(소아전문관리료 확대, 산정 상한 폐지 등) ▲배후기관 보상 신설 ▲행정절차 간소화 ▲정부·지자체 차원의 연계 지원 등이 반영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 회장은 “시범사업을 통해 거점병원에서 대학병원으로 환자를 이동하는 통로가 열려 (치료에도) 효과적이었다. 그럼에도 어떤 미비한 점이 있는지 현장의 인식을 조사한 것”이라며 “정부 정책의 잘잘못을 말하자는 게 아니다. 아이들의 생명과 직결된 만큼 문제 극복을 위해 중심병원의 규모와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임상 현장과 정부 간 긴밀한 소통을 통해 보다 촘촘한 국가 소아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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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상급병원 전공의 3-4년차가 병원을 나가면 의사가 없다. 전공의 천자검사나 골수검사 등의 술기는 고년차 전공의나 전임의가 담당했는데 인력에 공백이 생기게 됐다”며 “그런 부분을 입원전담전문의 등으로 채우려 하지만 미흡한 부분이 있고, 의료현장의 공백 위기가 우리에게도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형 부회장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88명 모집에 1명이 지원했다는 소식은 좋아지는 게 아니라 나빠지는 것만 남은 암울한 미래를 보여줬다. 우리가 은퇴하지 않고 소아과 전문의가 나올때까지 버티는게 가능할지, 당장 위중한 환자가 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라면서 “의료현장에서는 무서운 느낌이 든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중증환자를 몸으로 막아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이 중심으로 바꾸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