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승부는 '준공 이후'에 시작된다

"준공 이후의 대응 속도가 공간 파트너의 신뢰 증명할 것"

전문가 칼럼입력 :2026/08/07 16:24    수정: 2026/08/07 17:12

조준형 알스퀘어디자인 브랜딩담당 상무

서울·분당 오피스 투자시장에서 사옥 확보를 위한 기업의 직접 매입이 거래 건수 기준 33%를 차지했다. 전략적 투자자(SI)의 거래 비중도 60%까지 늘었다. 기업이 공간을 '임차 대상'이 아니라 '확보해야 할 경영 자산'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는 상업용 부동산 종합서비스 기업 알스퀘어가 발표한 '2026년 1분기 오피스 마켓 리포트'에 반영된 내용이다.

이런 변화의 이유가 비단, 임대료 상승만은 아니다. 도심 핵심 권역의 임대료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배경은 '공간을 바라보는 기업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데 있다. 공간은 직원들이 출퇴근하는 장소가 아니라 조직의 생산성과 협업, 채용 경쟁력을 좌우하는 운영 인프라다.

기업이 사는 것은 건물이 아니라 '성장할 환경'이다

조준형 알스퀘어디자인 브랜딩담당 상무(제공=알스퀘어)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공통점을 발견했다. 빠르게 성장한 기업들은 조직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시점마다 '공간에 투자'했다는 점이다.

구성원이 늘어 기존 사무실이 한계를 드러내고, 협업 방식이 복잡해지고, 우수 인재를 채용해야 하는 순간이다. 이들은 사무실을 넓힌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성장을 담아낼 환경을 먼저 준비했다.

반대 사례도 분명했다. 유행하는 디자인을 따라 하거나 보여주기 위한 연출에 집중한 경우다. 외형은 화려했지만 실제 업무 방식과 맞지 않는 공간은 사용하지 않는 대회의실, 애매한 타운홀 공간, 비대한 휴식공간 등 낭비요소가 늘어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편함만 남겼다.

그래서 우리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외관 디자인부터 이야기하지 않는다. 업종과 업무 특성, 조직 규모, 협업 방식, 재택근무 규모, 구성원 동선과 업무 패턴을 분석한다. 같은 200명 규모라도 IT 기업과 제조기업, 금융회사와 콘텐츠 기업의 공간은 같을 수 없다. 좋은 공간은 예쁜 공간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에 가장 잘 맞는 공간이다.

진짜 평가는 준공 이후에 시작된다

공간의 성패는 준공일에 결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때'가 시작이다.

현장에서는 준공 이후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냉난방 편차와 출입 시스템 오류, 회의실 장비 이상, 가구 조정, 바닥 마감 보완 같은 작은 문제 하나가 직원들의 하루 업무를 멈춰 세우기도 한다. 이때 파트너가 기억하는 것은 디자인이 아니다. 얼마나 빨리 해결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끝까지 책임졌는지다.

현장 대응과 A/S를 프로젝트의 마지막 과정이 아니라 서비스의 시작으로 여기는 이유다. 문의가 접수되면 48시간 이내 현장 대응을 원칙으로 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비스조직의 명칭을 아예 '48솔루션팀'으로 바꾸었다. 공간의 설계와 시공은 완공으로 끝나지만 고객 경험은 그 이후에도 이어진다.

프로젝트를 함께했던 실무자가 몇 년 후 회사를 옮긴 뒤 다시 연락을 주는 일도 드물지 않다. 새로운 사업장을 구축하거나 본사를 이전할 때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기도 한다. 재계약 파트너의 비중이 70%를 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공간을 잘 만들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발생한 문제를 끝까지 챙기며 해결하는 신뢰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인재 채용에 있어서도 사무 공간 인테리어가 더 중요해졌다.(이미지 출처=클립아트코리아)

결국 기업은 공간으로 기억된다

채용 시장에서도 공간의 무게는 커지고 있다.

지원자는 면접을 보러 와서 회의실과 휴게공간, 업무 환경을 자연스럽게 살핀다. 오피스 사진 한 장이 기업 이미지를 만들고, 실제 공간은 그 기업이 구성원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여주는 가장 솔직한 증거가 된다. 좋은 인재일수록 공간을 통해 조직의 수준을 읽는다. 회사가 어떤 문화를 지향하는지, 협업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구성원을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공간은 말없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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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이미 방향을 바꿨다. 기업들은 공간을 비용이 아니라 경쟁력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경쟁력은 준공일에 완성되지 않는다.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움직이는 사람들, 끝까지 책임지는 운영, 시간이 지나도 신뢰를 남기는 경험이 더해질 때 비로소 좋은 공간이 완성된다.

기업은 '건물을 사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서 일할 시간을 지불한다. 그리고 그 시간의 품질이 조직의 성장 속도를 결정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