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표면인 광구(photosphere)를 역대 가장 높은 해상도로 촬영한 이미지가 공개됐다. 세계 최대 태양 망원경이 포착한 이번 관측은 태양의 미세한 물리 현상을 직접 확인하는 데 성공하며 태양 연구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과학매체 사이언스얼랏과 기즈모도 등 외신은 5일(현지시간)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다니엘 K. 이노우에 태양 망원경(DKIST)이 촬영한 초고해상도 태양 이미지를 보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공개된 이미지는 태양의 자기장과 대기 역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특히 그 동안 이론적으로만 예측됐던 ‘켈빈-헬름홀츠 불안정성(KHI)’ 현상을 광구에서 직접 확인하고 검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립태양관측소(NSO) 천문학자이자 이번 논문의 제1 저자인 데이비드 쿠리제는 “태양에서 미시적 규모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태양과 자기장, 전반적인 태양 역학을 이해하려면 이런 작은 규모 자기장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초고해상도 관측으로 확인한 KHI 현상
DKIST는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할레아칼라 순상화산 정상 인근에 설치된 세계 최대 규모 태양 망원경이다. 직경 4m에 달하는 주경을 활용해 다른 태양 망원경보다 훨씬 많은 빛을 모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태양 표면의 세밀한 구조를 관측할 수 있다.
연구진은 DKIST의 성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이미지 품질을 높이는 다양한 관측•분석 기술을 개발했고, 그 결과 태양 광구의 미세한 움직임을 담은 고해상도 이미지를 확보했다.
연구진은 공개된 이미지에서 독특한 파동 형태 패턴을 발견했다. 이 패턴은 ‘KHI’으로 확인됐다. KHI는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두 유체의 경계면에서 작은 교란이 발생해 점차 파동이나 소용돌이 형태로 성장하는 현상이다. 지구 대기의 구름 형성이나 해양 흐름 등에서도 나타나지만, 태양 광구에서 관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프리드리히 뵈거 NSO 선임 과학자는 “이미지를 처음 확인했을 때 즉시 KHI 패턴임을 알아차렸고 매우 흥분했다”며 “실제로 이를 관측하고 KHI 때문이라는 점을 명확히 입증할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태양 코로나 가열 미스터리 해결 실마리
이번 발견은 태양 물리학의 대표적 난제 중 하나인 '코로나 가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태양 표면인 광구의 온도는 약 섭씨 5500도지만, 태양 외곽 대기층인 코로나의 온도는 약 200만도에 이른다. 표면에서 멀어질수록 온도가 낮아져야 한다는 일반적인 물리 법칙과 반대되는 현상이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코로나 가열'의 원인을 연구해왔다.
연구진은 KHI가 태양 표면의 에너지를 코로나로 전달해 고온 상태를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에 확보된 초고해상도 데이터는 이러한 가설을 검증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
관련기사
- "축구장 3500개 규모"…위성에서 포착한 세계 최대 태양광 발전소2026.03.07
- ‘가장 선명한’ 태양 사진 공개됐다 [우주로 간다]2024.11.21
- 태양이 사라진다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2026.04.02
- 태양 수명 다해도 지구는 살아남는다..."기존 가설 뒤집혔다" [우주로 간다]2026.07.11
연구팀은 앞으로 인공지능과 컴퓨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태양 광구 곳곳에서 KHI 발생 여부를 자동으로 탐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해당 현상이 얼마나 널리 발생하는지, 코로나 가열에 전달하는 에너지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태양 자기장 형성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쿠리제는 “이번 발견은 현재 태양 물리학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와 미스터리를 해결할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