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화 늦어지는 ‘하늘택시’…한화에어로, 4548억 UAM 계약 접었다

英 버티컬과 VX4 핵심 부품 개발·공급계약 합의 해지

IT 일반입력 :2026/08/03 17:34

미래 교통수단으로 주목받아온 도심항공교통(UAM) 시장이 상용화 지연과 자금 조달 부담을 겪는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관련 부품 계약을 정리했다. 영국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 개발사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와 맺었던 4500억원대 핵심 부품 공급계약을 조기에 종료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그룹과 체결한 ‘VX4 기체용 전기식 작동기(EMA) 및 틸팅·블레이드 피치 시스템 개발·공급계약’을 합의 해지했다고 3일 공시했다.

해지금액은 4548억 2841만원으로, 2021년 연결 기준 매출액의 7.09%에 해당한다. 계약은 2022년 8월 시작돼 당초 장기간 이어질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31일 종료됐다.

판버러 국제에어쇼에서 진행한 eVTOL 비행 시연 (사진=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양사가 계약 체결 이후 각자의 의무를 이행해 왔지만, 당시와 비교해 시장 환경과 사업 추진 방향이 달라져 전략적 판단에 따라 사업을 조기에 종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양사는 향후 유사한 개발·양산 사업에서 협력하기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하던 eVTOL 기체에 들어가는 핵심 구동 부품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약 2200억원 규모로 전기식 작동기 장기 개발·공급계약을 맺었고, 이후 틸팅·블레이드 피치 시스템 계약을 추가했다.

전기식 작동기는 전기에너지를 기계적 움직임으로 바꿔 기체의 조종면과 각종 장치를 제어하는 부품이다. 틸팅·블레이드 피치 시스템은 프로펠러의 방향과 각도를 조절해 수직 이착륙과 수평 비행을 지원한다.

당시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는 기체 상용화를 2025년 전후로 추진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관련 부품을 장기간 독점 공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후 eVTOL 업계의 상용화 일정은 당초 전망보다 늦어졌다. 항공기 안전성과 배터리 성능을 입증하고 항공당국 형식인증을 받는 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도 기체 인증 목표를 여러 차례 조정했다. 회사는 최근 민간용 eVTOL 기체의 형식인증 목표를 2029년으로 제시했다. 기존에 거론됐던 2026년과 2028년보다 일정이 다시 늦어진 것이다. 다만 올해 실물 크기 시험기의 비행과 수직비행·수평비행 간 전환 시험에 성공하는 등 개발 작업 자체는 이어가고 있다.

다른 eVTOL 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브라질 항공기 제조사 엠브라에르가 지원하는 이브에어모빌리티는 인증 목표를 당초 2026년에서 2027년으로 늦춘 데 이어 다시 2028년으로 조정했다. 

릴리움 에어택시 이미지 (사진=릴리움)

독일 릴리움과 볼로콥터는 자금난으로 잇달아 파산했다. 릴리움은 회생에 실패해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으며 주요 특허는 아처에비에이션에 매각됐다. 볼로콥터는 2025년 다이아몬드에어크래프트에 인수돼 사업을 재편한 뒤 기체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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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사업 방향도 달라지고 있다. 일부 업체는 인증 기간이 길고 초기 수익을 내기 어려운 민간 에어택시 시장과 함께 군용 무인기와 병력·화물 수송 등 방산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와 아처에비에이션 등은 민간용 기체와 별도로 하이브리드 추진 방식의 군용·무인 기체를 개발하고 있다. 민간 시장 상용화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정부 계약을 통한 개발 재원 확보와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