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은 나란히 책임은 제각각…한화 3형제 '경영 시험대' 2막

사업별 지휘권 강화…성과·안전·재무 모두 평가대

디지털경제입력 :2026/07/30 17:29

한화그룹이 김동관·김동원·김동선 3형제의 직급을 일제히 높이며 3세 경영체제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최근 한화의 인적분할로 형제별 사업 영역이 더욱 선명해진 가운데, 이번 승진으로 각자가 맡은 사업의 성과와 위험까지 직접 책임져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그룹은 30일 김동관 부회장을 수석부회장으로,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을 부회장으로, 김동선 한화비전 부사장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시키는 인사를 발표했다. 오너 일가 3형제가 나란히 승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한화임팩트, 한화자산운용, 한화세미텍 등 5개 계열사의 대표이사도 교체했다.

그룹은 김동관 수석부회장의 방산·해양·우주항공·에너지 사업 성과와 김동원 부회장의 금융 부문 디지털 전환 및 해외사업 확대, 김동선 사장의 유통·레저·식음료 확장과 반도체 장비 진출을 승진 배경으로 제시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 김동원 부회장, 김동선 사장 (사진=한화그룹)

다만 세 사람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평가는 개별 사업의 외형 성장뿐 아니라 수익성, 재무구조, 현장 안전을 포함한 경영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승계 구도를 정리하는 인사를 넘어 각자의 사업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책임경영의 시험대가 본격화한 셈이다.

인적분할로 선명해진 3형제 역할…승계 준비서 성과 검증으로

이번 인사는 한화의 인적분할을 앞두고 단행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화는 지난 15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인적분할 안건을 통과시켰으며, 내달 1일 방산·조선·에너지·금융 중심 존속법인과 기계·유통·레저 등을 관리하는 신설법인으로 나뉠 예정이다.

존속법인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솔루션, 한화생명 등 김동관 수석부회장과 김동원 부회장이 관할해 온 주요 계열사가 남는다. 신설법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에는 한화비전과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갤러리아, 한화모멘텀, 한화로보틱스 등 김동선 사장의 사업 영역이 포함된다.

한화 측은 인적분할과 계열분리를 별개 문제로 보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형제별 사업 구분을 명확히 하는 작업으로 해석해 왔다. 지난해 김동원·김동선 당시 사장이 한화에너지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서 한화에너지 지분율도 김동관 50%, 김동원 20%, 김동선 10%로 조정됐다. 그룹 지배구조 중심은 김동관 수석부회장에게 한층 기울고, 두 동생은 각각 금융과 테크·라이프 부문의 책임을 높이는 구도다.

한화 사옥

하지만 직급 격상이 곧 경영 능력 검증의 완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김동관 수석부회장은 방산 수출 확대와 함께 에너지 계열사의 재무 부담과 안전관리까지 챙겨야 한다. 김동원 부회장은 금융 부문의 해외 성장과 수익성을 입증해야 하고, 김동선 사장은 아워홈 인수 이후 식음료 사업 안정화와 반도체 장비 사업의 성과를 동시에 내야 한다.

5개 계열사 대표 교체도 이러한 과제를 뒷받침하는 인사로 풀이된다. 방산 계열사에는 해외사업 경험자를, 한화임팩트에는 생산 현장 전문가를 배치했으며, 한화비전과 한화세미텍은 김기철 대표가 함께 맡도록 했다. 오너 3세가 사업 방향과 투자를 주도하고 전문경영인이 수주, 원가 혁신, 신사업 수익화를 맡는 구조를 강화한 것이다.

성장 이면의 안전·재무 부담…커진 권한만큼 무거워진 어깨

새 경영진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김동관 수석부회장이 이끄는 방산 부문은 수출 확대와 실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현장 안전 문제가 동시에 불거졌다.

지난 6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는 폭발 사고로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회사는 이후 국내 사업장 생산을 일시 중단하고 특별 안전점검을 시행했으며, 외부 전문가 중심의 안전문화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올해 안전·환경 개선에 4524억원을 투입한다는 대책도 내놨다.

사고 이후 각자대표 체제의 안전 책임 구조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동당국은 손재일 사업부문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지만, 당시 전략부문 대표였던 김동관 부회장은 입건 대상에서 제외됐다. 회사 측은 사업장 안전관리 권한과 의무가 사업부문 대표에게 있다는 입장이지만, 공동대표 가운데 전문경영인에게 법적 책임이 집중된 점을 두고 오너 경영인의 권한과 책임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김동선 사장이 관할하는 식음료 부문에서도 안전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6월 아워홈 용인2공장에서 컨베이어벨트 끼임 사고를 당한 하청업체 근로자가 치료 37일 만에 숨졌다. 같은 공장에서는 전년에도 유사한 끼임 사고로 근로자가 사망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업무상과실치사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1일 오전 10시59분께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 차량이 화재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재무 측면에서는 한화솔루션이 부담이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투자와 차입금 상환을 위해 당초 약 2조 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금융감독원의 두 차례 정정 요구와 주가 하락 등을 거쳐 최종 조달액이 1조 1713억원으로 줄었다. 최초 계획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되면서 부족한 재원을 자체 자금 조달로 보완해야 하는 상황이다.

방산·해양 부문에서도 대형 해외사업의 성과를 둘러싼 과제가 남아 있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지 못했다. 그룹이 방산과 해양을 핵심 성장축으로 육성해 온 만큼 후속 해외 수주와 현지 사업 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다시 입증해야 한다.

계열사 잡음 속 승진 타이밍은 논란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승진 시점을 두고 엇갈린 평가도 나온다. 그룹이 글로벌 성장과 사업 확장 성과를 승진 배경으로 제시했지만, 최근 한화오션의 캐나다 잠수함 수주 실패와 주요 계열사의 잇단 중대재해, 한화솔루션의 재무건전성 등 해결해야 할 현안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지난 2021년부터 7~8월쯤에도 인사 발표를 해왔다"며 "사업 전략과 경영 연장성을 이어가기 위해 (다른 그룹 보다)조금 빠르게 인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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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동관 수석부회장의 경우 4년 만에 이뤄진 승진"이라며 "공(功)이 있으면 과(過)도 있을 텐데 과가 있었다고 해서 공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그룹은 이번 주요 경영진 승진을 계기로 각 분야의 사업 역량을 끌어올리고, 사업 영역 확장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