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업체들의 셈법은 이전보다 복잡해지고 있다. 원가 부담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서도 판매 비중이 높거나 소비자가 가격에 민감한 대표 상품은 그대로 두고, 일부 제품이나 유통채널을 중심으로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업계는 원가 부담이 커졌다고 해서 이를 모든 제품 가격에 한꺼번에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한다. 소비자가 자주 찾는 대표 제품의 가격을 올릴 경우 체감 부담과 반발이 커질 수 있는 데다 경쟁사의 가격 정책과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라면·단팥빵은 그대로…가격 올려도 간판 남겼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격 조정에 나선 식품업체들은 핵심 제품은 동결하거나 적용 범위를 제한했다.
농심은 다음 달 1일부터 용기면과 스낵, 음료 등 43개 브랜드의 출고가격을 평균 5.8% 인상한다. 그러나 신라면을 포함한 봉지라면 전 제품은 이번 가격 조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봉지라면은 농심 전체 라면 매출의 63%를 차지한다. 가장 큰 판매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군을 남겨두고 용기면과 스낵, 음료를 중심으로 가격을 조정한 셈이다.
회사는 물가 안정에 동참하고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봉지라면 전 품목을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대형마트와 편의점, 이커머스 등에서 할인과 증정행사 등 소비자 프로모션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 역시 오는 31일부터 일부 빵과 케이크 가격을 조정하지만 단팥빵과 소보로빵, 카스테라 등 인기 상품은 가격을 유지한다.
CJ푸드빌은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이들 대표 인기 상품을 가격 조정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소비자에게 익숙하고 가격 인지도가 높은 제품일수록 가격을 움직이는 데 따른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제품이 아닌 판매채널을 나누는 경우도 있다. 코카콜라음료는 다음 달 1일부터 코카콜라와 스프라이트, 환타, 파워에이드 등 일부 제품 가격을 조정하지만 편의점 판매 제품에만 적용한다. 대형마트와 온라인몰 등 다른 유통채널의 가격 조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업계는 원가 부담을 가격에 반영하면서도 판매량과 소비자 가격 민감도, 경쟁 제품과의 가격 차이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은 100원, 200원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소비자가 느끼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원가가 올랐다고 이를 모든 제품에 한꺼번에 반영하기는 어렵다”며 “판매량이 많은 제품이나 경쟁사와 직접 비교되는 제품은 소비자 반응을 보면서 가격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들 올려도 우리는 아직”…정부·경쟁사 움직임 보며 관망
가격 인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당장 가격 조정에 나서지 않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업체들도 있다. 경쟁사 가격 인상 이후 소비자 반응과 판매량 변화,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 등을 살핀 뒤 가격 정책을 결정하려는 분위기다.
특히 식품 가격은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만큼 가격을 먼저 올리는 데 따른 부담이 크다. 경쟁사가 기존 가격을 유지할 경우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해질 수 있는 데다 정부가 먹거리 물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도 업체들이 가격 조정 시점과 폭을 결정하는 변수로 꼽힌다.
실제 뚜레쥬르가 일부 제품 가격을 조정하기로 한 것과 달리 파리바게뜨는 현재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삼양식품 역시 현재 국내 제품 가격을 올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회사는 올해 1분기 해외 매출 비중이 82%에 달해 국내 가격 인상 대신 해외 매출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향후 원가 부담에 대해서도 회사는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판매 채널 구성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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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원재료와 환율·유가 부담이 지속되는 만큼 현재 가격을 유지하는 업체들도 시장 상황을 계속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의 가격 인상 이후에도 판매량에 큰 변화가 없거나 정부의 물가 관리 기조가 달라질 경우 업체들의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가 부담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지금은 아직 눈치를 좀 더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경쟁 업체의 가격 조정 이후 소비자 반응이나 정부의 물가 정책 등을 보면서 가격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