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경학회 AX칼럼] 공급망 불확실성 시대, AI의 역할

전문가 칼럼입력 :2026/07/17 22:03

배순용 뉴로코어 이사

글로벌 경제의 상호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국가 별 정책∙규제 변경, 생산∙구매 네트워크 다변화 및 기업 간 합종연횡 등에 따른 공급망 관리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중국 무역 분쟁 등이 야기한 이슈들은 2025 APEC에서 공급망 안정화가 정상 회의 아젠다로 다루어진 배경 중 하나다. 이와 같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는 최근 미국-이란 전쟁 과정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또다시 부각됐다.

오늘날 공급망 관리는 기업 내 하나의 부서가 오롯이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담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영업-생산-재고-구매-물류-재무 등 전사 차원의 협업과 동기화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방대한 제조 데이터 분석, 높은 수준의 도메인 이해도 및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동시에 요구된다는 점에서 업무 난이도가 높다.

첫째, 채찍 효과(Bullwhip Effect)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B2B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국내 제조 대기업 계열사의 공급망 네트워크는 국내외 수십개의 수요처, 생산 공장들과 수백개의 자재 및 물류 협력업체들로 구성된다. 해당 기업에서는 B2B 특성상 출하 일정 조정과 같은 고객 요구사항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요청에 대응하면서 제조 현장을 시의적절하게 운영하기 위해 공급망 관리 담당자들은 생산계획 조정에만 매일 약 4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한다.

둘째, 기업 내부 사일로(Silo) 또한 해소해야 하는 리스크다. 국내 모 중견기업은 국∙내외 생산 공장 별로 독립적인 공급망 관리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 공장 별로 가동률의 편차가 커지는 상황이 빈번하다. 예를 들어, 특정 공장에서는 생산량 부족으로 납기 지연 리스크가 발생하는데, 다른 공장은 설비 유휴 상태 등 자원 운영의 비효율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공장 별로 자재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중복 발주와 재고 과부족 등 비용 측면의 불합리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셋째, 소수의 전문 인력들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이슈다. ERP, APS, MES 등 다양한 SW들이 활용되고 있으나, 여전히 엑셀에 기반한 수작업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는 업무 담당자의 개인 역량과 경험치가 전사 차원의 공급망 관리 역량과 직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부서 이동, 퇴사와 같은 담당자 부재에 따른 업무 공백 리스크를 우려하는 제조 기업들이 적지 않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조업 종사가 수가 감소하고 있는 현실적인 제약도 부담이다.

배순용 뉴로코어 이사

이와 같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대안으로 AI의 적극적인 활용이 대두되고 있다. 공급망은 고객, 생산 공장, 물류 센터, 협력업체에서부터 라인, 설비, 작업자, 창고 등에 이르는 다양한 계층 및 객체로 구성된다. AI에게 공급망 객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운영 신경망으로서 전사 차원의 협업과 통합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우선 단일화된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과 제조 현장 모니터링을 기대할 수 있다. 영업 부서에서 변경한 주문, 생산 부서에서 파악한 설비 고장, 구매 부서에서 관리하는 자재 발주 지연 상황 등의 다양한 공급망 리스크를 AI가 발생 즉시 종합적으로 탐지해서 유관 부서들에 공유해준다고 생각해보자. 전사 차원에서 하나의 숫자(One Single Number)를 바라보면서 협업하는 것이다. 사내 메신저, 이메일, 전화 등 기존의 커뮤니케이션과 비교해 데이터 손실, 왜곡 및 지연을 상당 부분 절감할 수 있다.

탐지된 공급망 리스크 분석은 AI에게 위탁하고 의사결정은 사람이 담당하는 분업으로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납기 지연의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여러 개 시스템에서 수십개의 데이터 테이블, 필드들을 교차 분석해야 한다. AI는 이러한 과정을 자동화하고 더 나아가서는 생산 제약 완화, 대체 자재 활용, 배송 수단 변경 등의 대안들을 제시할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 관리 SW 업체 블루 욘더(Blue Yonder)는 AI를 사용해 데이터 분석 워크플로우 생성 시간을 시간 단위에서 초 단위로 단축한 사례를 공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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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공급망 관리 계획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AI의 핵심 목표다. 정확한 수요 예측은 중장기 구간의 판매-생산계획, 적정 재고 수량, 신규 설비 구매, 생산지 이전 등 재무적 판단의 근거가 된다. 납기 관리 신뢰 수준은 고객 만족도에 기여하는 동시에 자재 수급 프로세스 전반의 효율화로 연결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다. 또한, 단순 반복 업무는 자동화하고 한정된 자원을 전략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국가 별 정책, 시장 수요, 자재 원가, 물류 네트워크 등 공급망 변동의 불확실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을 때의 기회비용이 커지고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기업은 평균 3.7년마다 1~2개월 동안 공급망이 중단된다고 한다. 이로 인한 10여년간의 재정적 손실이, 예를 들어, 소비재 부문에서는 1년치 에비타(EBITDA)의 약 30%에 달한다고 한다. 공급망 관리는 제조 기업의 신경망으로 핵심적인 경쟁력으로 분류된다. 제조 기업의 자원 운영과 의사결정에 있어 운영 신경망으로서 AI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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