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아무 문제 없다 진단하는 사람 아무도 없다...그러나”

중소기업학회 정책토론...불공정 문제 지적하면서도 정교한 정책 필요 한목소리

인터넷입력 :2026/06/16 16:30    수정: 2026/06/16 18:03

배달 플랫폼의 불공정 문제를 개선하되, 일률적이고 강도 높은 규제는 투자와 혁신을 위축시키거나 시장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수료를 직접 제한하는 대신, 비용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입점업체의 협상력을 높이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중소기업학회는 16일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배달 플랫폼 생태계의 지속가능성: 진단과 처방’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학계와 공정거래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 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발제자들은 성급한 규제의 부작용과 음식점 규모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배달앱 이용 효과를 짚었다. 토론자들도 가격을 직접 통제하기보다 정보 공개와 데이터 이동, 협상력 강화 등 경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플랫폼 하나로 묶기 어려워…단일 수수료 상한도 한계”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배달·콘텐츠·전자상거래 등 플랫폼마다 사업 구조가 달라 하나의 법률로 일률적으로 규율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배달 플랫폼은 점심과 저녁 등 특정 시간대에 주문이 집중되고 배달 인력이 직접 투입되는 만큼 일반적인 디지털 플랫폼과도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전 교수는 "플랫폼마다 성향이 굉장히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법률로 정의하고 규율하기에는 실무적인 어려움이 있다"면서 “규제 효과를 신중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교수가 배달앱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강한 규제가 플랫폼 기업뿐 아니라 이들의 투자와 인수를 기대하는 창업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플랫폼 규제 강화 이후 투자가 감소한 연구와 유럽에서 규제 대응으로 신규 서비스 출시가 늦어진 사례를 소개했다.

전 교수는 “플랫폼 기업에 규제를 가하면 그 아래에 있는 창업기업 생태계도 영향을 받는다”며 “플랫폼 기업의 인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창업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스타트업 투자 위축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박경민 연세대학교 교수는 수도권 음식점 1만3098곳의 49개월 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배달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소형·중형 음식점은 매출이 늘어도 수익성이 악화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면 대형 음식점은 규모의 경제와 협상력을 바탕으로 수익성이 개선되는 모습이 관찰됐다.

다만 박 교수는 중개수수료만 제한하면 광고비나 배달비가 오르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단일 수수료 상한이 답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중개수수료와 광고비, 결제수수료, 배달비 등을 합산한 통합 부담률 공개와 입점업체의 공동협상, 별점·리뷰 이동권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토론자들 “보호가 소비자 후생·혁신 위축해선 안 돼”

이후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가격을 직접 통제하기보다 데이터 이동과 정보 공개, 입점업체의 협상력 강화를 통해 경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상윤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배달 플랫폼이 단순히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중개업체를 넘어 시장의 거래 규칙을 설계하는 역할을 한다고 진단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이 교수는 “플랫폼은 조직이자 시장의 관점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일반 사기업처럼 취급할 문제는 아니다”며 “소상공인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자신의 결제 정보와 리뷰 등을 다른 플랫폼으로 옮길 수 있는 데이터 이동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의 조직화도 주문했다. 그는 “소상공인도 협동조합화해 공동의 협상력을 키우고 공동 브랜드와 공동 물류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독과점 시장을 그대로 두면 공정한 시장이 무너지고 혁신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정책연구본부장은 같은 규제라도 사업자 규모에 따라 부담이 다르게 작용하는 만큼 비례성과 균형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같은 규칙이지만 서로 다른 무게로 작동한다”며 “보호가 소비자 후생을 해치거나 혁신 유인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플랫폼 논의는 플랫폼을 규제할 것인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공정성과 혁신, 보호와 성장의 균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로 전환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개발본부장은 수수료와 광고비 등 전체 비용이 공개되지 않는 배경으로 입점업체의 협상력 부족을 꼽았다.

차 본부장은 “결제수수료 등 여러 문제를 제기했지만 변화가 없었던 것은 협상권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수수료와 광고료 등 음식점이 부담하는 비용을 영수증에 모두 기재해 입점업체와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 “너무 센 규제, 효율성 해칠 수도”…중기부 “공공앱도 시장성 필요”

토론회에 참여한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배달 플랫폼에 일정한 규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시장 효율성과 소비자 선택을 훼손하지 않도록 정책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는 플랫폼의 효율성과 입점업체 간 공정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부는 민간 플랫폼과의 상생 제도를 마련하는 동시에 공공배달앱도 재정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시장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선종규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이 배달 앱 규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선종규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배달앱 시장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진단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도 “규제가 어느 정도 필요하고 규제의 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센 규제가 들어가면 효율성을 해칠 수 있는 부분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선 국장은 “미국은 플랫폼의 효율성에 좀 더 방점을 두고 있고 유럽연합과 중국은 공정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면서 “두 가지가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자율규제만으로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고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안 논의와 불공정 행위 조사에 나선 상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플랫폼을 상대로 거래 조건을 공동 협상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상 담합 규정 적용을 일부 제외하는 방안도 설계하고 있다.

선 국장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모여 플랫폼과 협상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수수료뿐 아니라 광고비와 배달비 등 실제 부담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중기부는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상생 수준을 평가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상생협력법 개정을 추진한다. 수수료율과 정산 기한, 노출 기준 등을 수집·공개할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윤청 중기부 상생협력정책국장은 “플랫폼 입점업체가 느끼는 상생협력 수준은 49점 정도로, 일반 대기업 협력업체의 평균적인 평가보다 크게 낮다”면서 “플랫폼의 사회적 역할과 상생 수준을 평가해 공개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공공배달앱에 대해서는 낮은 수수료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공익성을 유지하면서도 소비자가 선택할 만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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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국장은 “공공배달앱이 공익성을 유지하거나 강화하면서 시장성을 갖춰 나가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어느 정도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면 민간 배달앱을 견제하는 기능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부는 우수 음식점 입점 확대와 이용 편의성 개선, 공공배달앱 데이터를 활용한 입점업체 경영 상담 등을 담은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