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보다 전력망이 본게임…유럽 전기화에 K-전력기기 기회

전기화 정책, 인프라 투자로 확산…국내 기업, 초고압 시장 공략 속도

디지털경제입력 :2026/06/03 07:58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주요국이 전기화 정책을 확대하면서 전력망 투자가 새 성장축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유럽 수주 확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최근 석유·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전기화 지원을 연 55억 유로(약 9조 7000억원)에서 2030년 연 100억 유로(약 17조 6000억원)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석유와 가스 수입 의존을 줄이고, 자국 내 원전과 재생에너지 기반 저탄소 전기를 산업·교통·난방 부문에 더 많이 투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전기화 정책의 핵심은 단순히 전기차 보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교통·난방·산업·디지털 인프라 전반에서 전력 사용처가 늘어나면서 송전망과 배전망 보강이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변압기와 전력선, 배전반 등 전력 인프라 투자도 함께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효성중공업이 2025년 영국 스코틀랜드에 설치한 초고압변압기 (사진=효성중공업)

EU 차원 공급망 규제 움직임도 전력 인프라 시장의 변화를 키우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EU 재원이 투입되는 에너지 프로젝트에서 고위험 공급자(사이버보안상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국가·기업)의 인버터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인버터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전력망에 연계하는 핵심 장치다. 발전된 전력을 실제 전력망에 안정적으로 투입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EU는 이를 단순 기자재가 아닌 전력망 보안과 직결된 장비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규제 움직임이 인버터에만 국한되지 않고, 변압기와 차단기, 전선 등 전력망 핵심 설비 전반에서 공급망 안정성과 보안 기준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국내 전력기기 업계는 유럽 시장에서 수주 기반을 넓히고 있다.

LS일렉트릭은 독일 에너지 기업에 초고압 변압기를 공급하며 유럽 초고압 변압기 시장 진입에 나섰다. 올해 초 인터배터리에서 채대석 LS일렉트릭 대표는 북미에 이어 차기 전략지로 유럽을 낙점하고 현지 생산 거점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HD현대일렉트릭이 제작한 국내 최대 용량 친환경 절연유 적용 변압기 (사진=HD현대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은 영국 내셔널그리드와 덴마크 해상풍력 관련 프로젝트 등에서 변압기 공급 실적을 쌓고 있다. 지난달에는 독자 개발한 육불화황(SF₆)-프리 고압차단기 최종 승인시험을 마치며 친환경 고압차단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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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중공업도 영국, 스웨덴, 스페인 등에서 초고압 변압기와 리액터 공급 계약을 확보하며 유럽 전력기기 시장 공략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유럽 시장은 기존 현지 업체 입지가 강하고, 인증과 납기, 유지보수 대응이 중요한 시장이다. 국내 업체들이 단기 수주 확대를 넘어 장기 공급망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초고압 제품 경쟁력과 현지 레퍼런스 확보가 관건이다. 전기화와 재생에너지 확대가 전력망 보강 수요로 이어지는 만큼, 유럽은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중장기 성장성을 가늠할 핵심 시장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