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억 실탄 쥔 리얼월드, 휴머노이드 '산업 전환' 승부수

[신나는 로봇세상] 류중희 대표 "덱스터리티 중심 RFM 실증 확대…산업현장 RX 가속"

디지털경제입력 :2026/03/06 09:48

누적 600억원 규모 시드 투자를 확보한 피지컬 AI 기업 리얼월드가 휴머노이드 산업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로봇 개발을 넘어 '로봇 전환' 전략을 앞세워 산업 현장에 특화된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RFM) 실증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류중희 리얼월드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피지컬 AI는 현장에서 검증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올해는 모델 공개와 함께 벤치마크 경쟁에 들어가는 진검승부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중희 리얼월드 대표 (사진=리얼월드)

"美 소프트웨어·中 하드웨어 속도전"

류 대표는 글로벌 피지컬 AI 경쟁 구도를 냉정하게 진단했다. 미국 기업들은 특정 로봇 하드웨어를 고정한 뒤 소프트웨어 성능을 개선하는 접근을 택하고 있고, 중국 기업들은 하드웨어 고도화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로보틱스 AI는 무빙 타깃인데, 하드웨어를 고정해 놓고 AI만 올리는 방식은 현실 산업과 괴리가 있다"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함께 진화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얼월드는 휴머노이드 경쟁의 초점을 '보행'이 아닌 '덱스터리티(손재주)'에 둔다. 우유를 흘리지 않고 따르거나, 투명 컵을 정확히 집는 데모는 단순 시연이 아니라 화학 공정, 유통 피킹, 호텔 서비스, 정밀 조립 등 실제 산업 작업을 겨냥한 메시지다.

류 대표는 "집게손으로 반복 작업을 하는 수준을 넘어, 복수 손가락으로 복잡한 도구를 다루고 유체를 제어하는 단계까지 가야 산업 현장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알렉스가 글씨를 쓰고 있다. (사진=리얼월드)

"VLA는 엔진일 뿐, RFM은 완성차"

리얼월드는 시각·언어·행동(VLA) 모델을 활용하되, 이를 포함하는 상위 개념으로 RFM을 정의한다.

류 대표는 "VLA는 자동차의 엔진과 같다. 중요하지만 엔진만으로 자동차가 완성되지는 않는다"며 "센서, 제어, 보정 시스템, 하드웨어 이해까지 결합된 통합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거대언어모델(LM) 방식으로 피지컬 AI를 접근하는 데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LM은 텍스트 입력-출력이라는 명확한 정답 구조가 있지만 로봇은 그렇지 않다. 물리 환경은 계속 변하고 시행착오가 필수적인데, 정답지를 학습시키는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리얼월드는 내부적으로도 VLA 중심 접근과 다른 제어 기반 접근을 병행 실험하며, 벤치마크를 통해 최적 조합을 찾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류 대표는 "이기는 방식이 정답"이라며 "가설에 올인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류중희 리얼월드 대표가 작년 11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AI 서밋 서울 앤 엑스포'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신영빈 기자)

"4D+ 데이터 전략, 현장 그대로 캡처해야"

데이터 파이프라인 역시 차별화 요소다. 리얼월드는 독자적인 카메라 기반 비침습적 손동작 추출 방식을 포함한 '4D+ 멀티모달 데이터' 수집 체계를 구축했다.

숙련 작업자의 자연스러운 동작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현장 그대로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캡처해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류 대표는 "엑소스켈레톤을 착용하면 원래 하던 동작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간 작업자를 최대한 방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텔레오퍼레이션과 시뮬레이션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모든 파이프라인을 실험하고 조합해 최적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리얼월드 로봇 알렉스(ALLEX) (사진=리얼월드)

"로봇 판매 아닌 RX…산업 데이터 주권 확보"

리얼월드의 핵심 전략은 로봇 전환(RX)이다. 단순히 로봇을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업무 프로세스를 분석해 휴머노이드 적용 가능 영역을 설계하고, 장기적 데이터 구조를 구축하는 접근이다.

CJ대한통운, 롯데 등 전략적 투자자들과는 이미 개념검증(PoC) 및 RX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류 대표는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로봇 한 대가 아니라, 3~5년 안에 휴머노이드를 어떻게 도입할지에 대한 로드맵 같은 지도"라며 "기업을 로봇 AI 보유 기업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산업 데이터 주권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10년 뒤 호텔에서 일하는 AI는 누구의 것일지 생각해보라"며 "빅테크 모델을 사다 쓰는 구조로 갈지, 아니면 해당 산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버티컬 AI를 확보할지의 문제"라고 전했다.

리얼월드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 테스트 (사진=리얼월드)

"피지컬 AI 골든타임…지원 강화할 때"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움을 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범용 AI, 산업통상자원부는 로봇 하드웨어 중심으로 지원이 나뉘어 있어 피지컬 AI에 특화된 대형 프로젝트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류 대표는 "피지컬 AI는 LM보다 모델 규모가 작고, 산업 데이터 기반으로 소타(SOTA)를 노려볼 수 있는 영역"이라며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밝혔다.

리얼월드는 최근 업스테이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컨소시엄에도 합류해 VLA 요구사항 정의와 RFM 실증 시나리오·테스트 프로토콜 설계에 참여하고 있다.

리얼월드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 리얼덱스(RLDX) 시연 (사진=리얼월드)

"시드2 390억원 유치…연합 전략 강화"

이번 시드2 투자 라운드에는 CJ대한통운,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롯데벤처스, 미래에셋 이마트 신성장투자조합1호 등 전략적 투자자와 헤드라인 아시아, 제트벤처스, 한화자산운용, 효성벤처스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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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대표는 "시드2는 함께 산업 전환을 만들어갈 동맹을 넓히기 위한 선택"이라며 "글로벌 RX를 본격화하겠다"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경쟁이 단순 데모를 넘어 산업 적용 단계로 이동하는 가운데, 리얼월드가 덱스터리티 중심 RFM 전략으로 새로운 축을 형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