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모래 속 1급 발암물질 불구 "측정 표준은 없다"

6가 크로뮴 정확도 기관마다 제각각…KRISS-PAL, "인증표준물질 첫 개발"

과학입력 :2026/01/28 15:29

지하수와 토양에 숨어있는 1급 발암물질 '6가 크로뮴'을 보다 정확히 측정할 비파괴 방식의 ‘기준 물질’이 개발했다. 6가 크로뮴은 현재 국제 표준이 따로 없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무기측정그룹 연구팀이 포항가속기연구소(PAL)와 환경 시료 내 6가 크로뮴 함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규조토 인증표준물질(CRM)’을 개발, 유료보급에 나선다고 28일 밝혔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개발한 6가 크로뮴 분석용 규조토 분말 인증표준물질.(CRM)(사진=KRISS)

무기측정그룹 조하나 책임연구원은 "불확도(정확하지 않은 정도)가 4.9%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6.26%보다 우수하지만, 6가 크로뮴에서는 정확도가 더 중요하다"며 "현재 이 분야에서는 국제 표준이 따로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6가 크로뮴은 강한 독성과 산화력을 가진 유해 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이 물질은 산업 시설뿐만 아니라 우리가 마시는 지하수나 놀이터의 모래 등 일상 곳곳에 존재한다. 환경 관리 법령에 따르면 지하수·토양과 생활 공간 내에 6가 크로뮴 포함 여부를 엄격히 검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에는 환경 검사 기관별로 6가 크로뮴 측정 결과에 차이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교정할 표준화된 기준이 없어, 분석 결과의 정확도와 일관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조하나 책임은 "측정 기준 물질인 CRM이 있어야, 측정 결과와 분석 방법이 정확한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며 "CRM을 통해 검측 장비 정확도와 분석 방법의 유효성을 자체 검증해 측정데이터 신뢰성을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6가 크로뮴 분석용 CRM 개발이 어려웠던 이유는 측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종 변성으로 인해 정확한 측정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또 기존 방식인 ‘습식 분석법’은 고체 시료를 용액에 녹이는 전처리 과정이 필수인데, 이 과정에서 6가 크로뮴이 다른 산화수로 변하거나 함량이 실제보다 낮게 측정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연구팀은 방사광 X선 흡수 분광법(XAS)을 세계 최초로 도입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태양보다 수억 배 밝은 빛을 이용해 시료를 파괴하지 않고도 6가 크로뮴 고유의 에너지 흡수 신호를 포착하는데 성공했다. 전처리 과정에서 나타나는 오류를 원천 차단하고 측정데이터의 미세한 편향까지 보정했다.

6가 크로뮴 분석용 규조토 분말 인증표준물질(CRM) 개발 연구진. 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PAL 공기원 기술원, KRISS 허성우 무기측정그룹장, 임영란 책임연구기술원, 홍상엽 선임기훌원, PAL 최선희 책임연구원, KRISS 조하나 책임연구원.(사진=KRISS)

조하나 책임은 "마치 병원에서 MRI(핵자기공명)로 몸속을 들여다보듯 시료를 파괴하지 않는 새로운 분석법을 통해 정확성과 신뢰가 가능한 CRM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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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우 무기측정그룹장은 "유럽 유해물질 제한 지침(RoHS) 등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응해야 하는 국내 수출 기업들의 분석 공신력과 경쟁력 확보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향후 이 CRM이 환경 분석 현장 필수 기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는 KRISS 기본사업 일환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