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옥죄는 '주52시간제'…"글로벌 생존 위해 제도 완화해야"

고용노동부 "게임 산업에 현행법 적절치 않아…유연근로 도입 기업 지원할 것"

게임입력 :2026/01/27 14:13    수정: 2026/01/27 15:17

"중국은 '996제'라고 주 6일간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근무 체계를 따르고 있다. 무조건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중국이 대부분 산업 분야에서 한국을 잡아먹고 있다. 996제의 옳고 그름을 떠나 생산성 측면에서 한국 게임 산업은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것에 고민할 필요가 있다."

권상집 한성대 교수는 27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열린 'K-게임 주 52시간 탄력적 운영' 정책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글로벌 게임 시장 격변 속 국내 게임 산업의 '주52시간' 제도를 진단했다.

이날 현장에는 국민의힘 김기현·이성권·정연욱 의원, 조영기 게임산업협회장, 권상집 한성대 교수, 이창섭 네오제이피엘 대표, 원재호 앵커노드 대표, 이수용 김앤장법률사무소 노무사, 최재환 문화체육관광부 과장, 한진선 고용노동부 과장이 자리했다.

"게임은 상호작용의 연속…단순 시간 규제 유연하게 풀어내야"

권상집 한성대 교수. 사진=진성우 기자

권 교수는 "많은 산업에서 단축 근무가 성과를 높인다는 연구가 있지만, 게임 산업에서 근무 시간을 줄였을 때 성과가 난다는 논문은 단 한 편도 없다"며 게임 산업만의 독특한 업무 특성을 강조했다. 게임 개발 업무에서 실질적인 완성도와 재미를 높이는 과정은 후반 테스트에서 명확해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게임 산업의 업무 특성으로 '상호의존성'을 꼽았다. 게임 개발은 코드, 그래픽, 사운드 등 각종 요소가 결합된 산출물이라며, 각 요소를 변경할 시 연쇄적으로 다른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게임 산업의 업무 비중은 후반 작업에 집중된다. 테스트를 통해 확보한 이용자 피드백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연결된 요소를 하나라도 빠짐 없이 작업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유연·재량·탄력 근로제를 적절히 혼합한 제도적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그는 "오버타임 근무 등 근로자 보호 약화가 아니다"며 "시간에 대한 규제를 유연하게 풀어내자는 의미"라고 당부했다.

"현행 제도는 게임업계에 부적절…팀 단위 재량근로 허용해야"

이수용 김앤장 노무사는 현행 제도의 실무적 한계를 꼬집었다. 이 노무사는 "52시간 위반 시 형사 처벌 리스크 때문에 기업이 사내 카페 이용 시간이나 PC 앞 공석 15분까지 체크하는 '마이크로 관리'를 하고 있다"며 "이는 창의적 콘텐츠 기획이 핵심인 IT 업계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재량근로제의 팀 단위 확대 적용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을 1년으로 확장 ▲악의적 위반이 아닌 경우 형사 처벌 완화 등을 제안했다.

(왼쪽부터) 원재호 앵커노드 대표, 이창섭 네오제이피엘 대표, 권상집 한성대 교수, 이수용 김앤장법률사무소 노무사,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 조영기 게임산업협회장,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최재환 과장, 고용노동부 한진선 과장. 사진=진성우 기자

10인 규모 스타트업을 이끄는 이창섭 네오제이피엘 대표는 주 1~2회 재택근무, 자율 출퇴근, 대체 휴일 권고 등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스타트업 입장에서 크런치 모드는 피하기 힘든 숙명과 같다고 토로했다. 이에 일회성 상담이 아닌 정기적인 노무 교육과 정책적 지원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원재호 앵커노드 대표는 현행 '주 52시간제'를 의도치 않게 위반하더라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트레스가 극심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는 '시간 저축' 개념을 언급했다. 원 대표는 "일을 더 시키겠다는 것이 아닌, 유연한 조정으로 남는 근로 시간을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자유가 생긴다면 업계까 훨씬 편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유연 근로제 지원 근거 마련"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조영기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코로나 이후 역성장 위기에 처한 게임 산업이 제2의 도약을 하려면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며 "재량근로제 해석 범위를 '게임 개발 직무' 전체로만 넓혀줘도 업계에 큰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측도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다. 최재환 문화체육관광부 과장은 "게임은 글로벌 수출 의존도가 높아 시차가 다른 북미·유럽 시장 대응을 위해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며 "재량·선택·탄력근로제 등 현행 제도의 운신 폭을 넓히는 방향에 적극 공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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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선 고용노동부 과장은 "양적 투입 중심의 제조업식 근로 시간 관리는 이제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자율적인 근로시간 제도를 어떻게 하면 현장에 정착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연 근무제를 현장에 확산시키기 위해 '실근로시간 단축 지원법'을 제정하려고 한다"며 "이를 통해 유연 근무제를 도입한 사업주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