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은 "신용은 담보가 아니라 인격에 기반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세상 모든 채권을 가져와도 신뢰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돈을 빌려주지 않겠다고 했다. 이 문장은 오늘날 스타트업 투자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재무제표도, 담보도 충분하지 않은 초기 기업 투자에서는 결국 ‘사람’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투자 심사는 본질적으로 과거를 분석하는 일이다. 창업자의 이력, 이전 사업의 성공과 실패, 팀의 협업 경험, 기술 개발의 누적 과정, 제한적으로 드러난 시장 반응까지 모두 과거의 데이터다. 심사역은 이 데이터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한다. J.P.모건이 말한 ‘인격’ 역시 말이나 태도가 아니라 과거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검증된다.
이런 이유로 투자 심사는 종종 ‘백미러를 보는 운전’에 비유된다. 백미러는 필수다. 뒤를 보지 않고 달리는 운전은 무모하다. 그러나 백미러만 보며 운전할 수는 없다. 사고로 이어질 뿐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분석할 백미러 자체가 거의 없는 스타트업을 만났을 때 발생한다. 이제 막 출발한 기업, 완전히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다루는 팀은 과거의 데이터가 매우 제한적이다. 재무제표는 의미가 없고, 시장 검증은 아직 시작 단계다. 이 지점에서 심사를 과거 분석에만 머물게 하면, 투자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진다.
바로 이때 스타트업 투자의 본질이 드러난다. 사람, 상상력, 그리고 실행력이다.
사람을 본다는 것은 단순한 호감이나 인격적 평가를 의미하지 않는다. 불확실한 환경에서 의사결정을 해본 경험이 있는지, 현실과 충돌했을 때 판단을 수정해본 적이 있는지, 약속을 어떻게 지켜왔는지를 보는 일이다. 과거가 짧을수록, 그 행동의 밀도와 일관성은 더욱 중요해진다.
상상력은 막연한 비전이나 과장된 꿈이 아니다. 제한된 자원과 조건 속에서 미래를 어떻게 논리적으로 연결하는지의 문제다. 좋은 상상력은 항상 설명 가능하며, 왜 지금 이 문제를 이 팀이 풀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포함한다.
실행력은 이 모든 것을 현실로 끌어내리는 힘이다. 과거가 없을수록 실행은 더 빨리 드러난다. 말한 것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속도, 환경 변화에 따른 계획 수정, 작은 성과라도 만들어내는 집요함은 짧은 시간 안에서도 충분히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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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리하면 이렇다. 심사는 백미러에 익숙할 수밖에 없지만, 투자는 상상력을 요구하는 결정이다. 과거가 충분한 기업에서는 분석이 판단의 중심이 되지만, 과거가 부족한 스타트업에서는 사람·상상력·실행력이 미래를 선택할 최소한의 근거가 된다.
백미러가 없다고 눈을 감고 운전할 수는 없다. 대신 운전자의 판단력과 상상력을 더 엄격히 평가해야 한다. 스타트업 투자가 어렵고도 의미 있는 이유는, 바로 이 균형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