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범의 과학카페] 부총리는 뛰는데…이제 신발끈 매는 출연연구기관

과기정통부 업무보고 들어보니…차관들, 청문회 처럼 지적하기도

데스크 칼럼입력 :2026/01/13 16:42    수정: 2026/01/13 18:21

배경훈 부총리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6개월 째 힘겹게 오르고 있는 '산'이 있다. 에베레스트만큼 높아 보이는 '에이아이(AI) 산' 등정이다. 뒤에는 과기정통부 공무원과 정부출연연구기관 관계자 등 수만 명이 따르고 있다.

배 부총리는 이에 사활을 걸었고, 따르는 사람들도 모두가 정복해야할 산이라는 것에는 깊이 공감하고 있다. 다만, 방법과 시기에 대해서는 서로 생각이 달라 보인다.

배경훈 부총리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12일 업무보고를 유튜브로 중계했다. (사진=과기정통부)

처음부터 그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았다. 길이 험하고, 곳곳에 복병도 많다. 모든 걸 새로 개척하며 나아가야 했기에 지도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모두가 처음 가보는 길이다.

현재를 돌아보니, 서로 간 간격이 너무 크다는 것이 드러났다. 부총리와 공무원들은 이미 산 중턱까지 올랐다. 몇 달만 더 가면 7부 능선이다. 올해 내 정상 도달이 목표다.

반면 등산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아직도 신발끈을 매고 있다. 등산 배낭과 등산 지도를 찾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2일 세종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과학기술분야 공공·유관 기관 28곳의 첫날 업무보고를 듣고, 느낀 바다.

이날 업부보고에서 배 부총리 의중은 딱 2개였다.

"과학기술 연구에 제발 인공지능(AI)을 붙여달라. 그리고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기업이 하고, 출연연은 그들이 잘 못하는 한계 도전형· 임무 중심형 연구를 해달라."

지난 2024년 노벨물리학상과 노벨화학상이 모두 AI에서 나온 것도 출연연구기관이 AI를 해야하는 논리적 배경이 됐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사진=과기정톷부)

AI 강조는 갑질이 아니다. 세금을 집행하는 정부가 국민을 만족시킬 방법으로 찾은 대안이다. 물론 연구자도 소통해야하는 국민이란 걸 누구나 잘 안다. 그래서 업무보고 생중계도 하는 것이고.

첫 질문은 출연연 맏형으로 불리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받았다.

"중국도 휴머노이드에서 구동이슈나 사용자 인터렉션 측면에서 앞서가고 있고, 우리나라도 현대차 중심으로 휴머노이드를 선보이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KIST가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배 부총리는 "이제는 속도전"이라고 했다. "생태계 관점에서 고민해달라"고도 했다. 지엽적인 역할이 아니라, 전체를 보는 정책적 눈을 갖고, 미션을 명확히 해달라는 주문이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지난 2024년 공개한 과학기술 특화 생성형 AI 언어 모델 코니(KONI)와 GPU 보급이 관심을 끌었다. 배 부총리는 코니 업데이트를 계속 해 달라고 특별히 주문도 했다.

양자 부문에선 상이한 답변도 나왔다. 부총리는 우리가 잘하는 우선순위에 대한 질문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던졌다. 초전도와 중성원자란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배 부총리가 듣고 싶었던 단어는 우리나라 강점인 통신이나 센싱이었다.

양자는 결국 잘하는 걸 살펴보고, 상용화를 고려해 기업을 많이 참여시켜 달라는 것으로 정리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LG전자와 함께 연구한다는 말로 갈무리했다.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구혁채·류제명 차관과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도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지적이 마치 청문회 같았다.

김영식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에게 경영목표를 묻기도 했고, 연구회의 저조한 소통 실적 등도 거론했다. 홈페이지에서 기관 경영공시를 찾기 어렵게 만들어 놓은 이유도 따져 물었다.

ETRI 기업이 못하는 걸 개발해 달라…대기업과의 협력에 칭찬도

KISTI 장애인 고용이 지난 5년간 단 한 건도 없다는 말도 꺼냈다. KISTI가 플랫폼 기관으로 운영 중인 과학향기, 성과확산플랫폼 등도 실적 등을 살펴 정리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

ETRI 업무보고와 관련해 과기정통부는 기업이 못하는 걸 개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외 부총리는 핵융합과 원자력, 보안이나 연구실 안전 등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이례적으로 칭찬도 나왔다. 한국재료연구원이 지난해 개소한 한화재료공동연구센터, 재료연-삼성중공업 재료혁신연구센터에 대해 부총리가 관심을 드러냈다. 출연연구기관이 먼저 기업에 제안해 연구센터를 만든 좋은 사례라는 것.

한국화학연구원은 AI 전담 조직 신설과 화학 기술 AX 기본계획 수립으로 AI 수범사례로 꼽혔다. 기관장 직속 AI 전담 조직 '화학 AI연구팀(가칭)' 신설이 평가 받았다.

사실 KIST도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AIX전략실을 만들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이미 AI관련한 연구실을 운영중이다. 다만, R&D에 AI를 어떻게 붙일 것인지에 대한 전반적 고민은 모자라 보인다.

과기정통부는 현재 2일차 업무보고가 진행 중이다. 역시 AI가 강조됐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 1년에 쓰는 예산만 5조2천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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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AI화(AIfication)는 전세계 흐름이다. 과학기술 R&D 전반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 것인지 NST와 정붙출연연구기관이 주도해, 신나게 달렸으면 한다. 

언제까지 신발끈만 매고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