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미국)=신영빈 기자] 올해 CES에서 휴머노이드는 두 얼굴의 사나이였다. 하나는 관객을 즐겁게 하는 공연가, 다른 하나는 공장으로 향하는 노동자였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 북측 전시장 유난히 사람이 몰렸다. 휴머노이드가 복싱을 하고 탁구를 쳤기 때문이다. 빠르고 정확한 발놀림에 관람객 시선이 멈췄다.
중국 기업들의 휴머노이드는 볼거리에 집중했다. 움직임은 기민했고 동작은 인상적이었다. 전시장은 작은 경기장이 됐다. 기술의 진보를 보여주기엔 충분한 그림이었다.
휴머노이드는 수년 전까지 연구실 속 로봇에 불과했다. 로봇이 사람 많은 전시장에서 두 다리로 걷는 일은 불가능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등장하자 두 다리의 비밀이 풀렸다. 로봇이 복싱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불과 2~3년 전 일이다.
중국 로봇기업 유니트리는 한술 더 떠 CES 기간 중 휴머노이드 로봇 H2가 공중 발차기로 수박을 깨는 영상을 공개했다. 충격적이었다. 겨우 걸음마를 뗀 것처럼 보이던 로봇이 인간의 신체 능력 이상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이런 로봇은 살상용 전투를 목적으로 개발하면 매우 위협적이다. 개별 로봇 완성도보다 기동성과 수량이 중요해지는 상황이라면 섬세함을 덜어낸 구조가 오히려 효율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이건 어디까지나 상상 속 일이다.
전시장 내 모든 휴머노이드가 같은 방향을 향한 것은 아니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는 자동차 부품을 옮겼다. 물건을 집고 들고 놓는 동작을 반복했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에서 실제 수행할 작업이었다. 화려하지 않았지만 질문은 필요 없었다. 로봇을 어디에 쓸지 명확했다.
다른 국산 휴머노이드 시연도 같은 방향을 택했다. 빠르고 멋진 동작보다 조작 성능을 강조했다. 물체를 집고 옮기고 공정을 잇는 장면을 반복했다. 로봇이 왜 필요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려는 접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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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가 마주한 가장 어려운 문제는 '손'이다. 물체를 집고 다루는 손동작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영역이다. 걷고 뛰는 능력이 발전할수록 로봇의 가치는 결국 손에서 판가름 난다는 인식도 함께 커지고 있다.
새해벽두 세계 최대 IT 경연장인 CES는 휴머노이드가 얼마나 잘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자리였다. 동시에 이 움직임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인류에게 조용히 묻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