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보성 영광정씨 고택’·‘온양민속박물관 갑주’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

400년 역사 간직한 명당 고택과 조선 말기 의장용 갑주, 가치 인정

생활/문화입력 :2025/12/22 09:39

국가유산청(청장 허민)은 전라남도 보성군에 위치한 ‘보성 봉강리 영광정씨 고택’과 충청남도 아산시의 ‘온양민속박물관 소장 갑주와 갑주함’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고 22일 밝혔다.

‘보성 봉강리 영광정씨 고택’은 정손일이 터를 잡은 이래 400여년간 이어져 온 곳으로, 일제강점기 항일운동과 근대기 민족운동 등 역사적 현장을 담고 있어 높은 사회적 가치를 지닌다. 이 집터는 신령스러운 거북이가 바다로 내려오는 형국인 ‘영구하해’ 중 거북의 머리에 해당하는 명당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에 따라 고택을 ‘거북정’이라 부르기도 했다.

고택은 안채, 사랑채, 사당 등 총 6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변에는 서당 기능과 접객 역할을 했던 삼의당과 1880년에 세워진 광주이씨효열문이 있어 민속적 가치를 더한다. 또한 득량만을 조망하는 경관과 근대기의 변화를 수용한 전통 조경 기법 등 고택과 주변 환경이 어우러진 문화경관적 가치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성 영광정씨 고택.

함께 지정된 ‘온양민속박물관 소장 갑주와 갑주함’은 1975년 박물관 설립자 구정 김원대 선생이 수집한 유물로, 갑옷과 투구는 물론 보관함과 부속품까지 온전하게 남아 있는 희귀한 사례다. 19세기 후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유물은 정교한 조형미와 예술성을 갖춰 왕실 의장용이나 전시용으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갑옷은 조선 후기의 전형적인 두루마기형 전갑 형식으로, 금속으로 만든 사조룡(발가락이 4개 달린 용), 호랑이 등의 장식이 부착되어 있다. 특히 어깨에 부착된 용 모양 장식(견철)은 용의 입과 혀가 움직이도록 정교하게 제작된 점이 특징이다. 투구는 금속 바탕에 은입사 무늬와 봉황 장식 등으로 화려하게 꾸며졌으며, 정수리 장식(간주)에는 보주와 화염문 등이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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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갑주함은 투구와 갑옷을 분리해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투구의 정수리 장식을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함과 보자기가 포함되어 있어 유물을 안전하게 관리하려 했던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이번에 지정된 문화유산들이 체계적으로 보존되고 역사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자체 및 소유자와 적극 협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