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교육의봄 최근 조사에 따르면, 재직자 62.7%는 “출신 학교가 직무 수행에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인사담당자 74.3%는 “채용 시 여전히 출신 학교를 참고한다”고 밝혔다. 구직자 82.8%는 학벌 차별을 경험했고, 80% 이상은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스펙조차 불이익을 받을까 봐 준비한다.
이런 악순환 속에서 청년들은 실무와 무관한 스펙 쌓기에 시간과 비용을 쏟고, 기업은 스펙 중심 평가로 실제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미스매칭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스펙을 전면 배제한 채용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11월 마이다스그룹 판교 본사에서 열린 ‘사람경영포럼’에서 신미영 마이다스인(마이다스그룹 산하 HR 솔루션 계열사) 대표는 2025년 하반기 마이다스그룹 공채 사례를 공개했다. 지원자는 약 1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60% 증가했다. 배경에는 차별 없는 채용 방식이 있다. 마이다스그룹은 스펙·자소서를 전면 배제해 학벌 차별 없이 누구나 지원할 수 있고, AI역량검사(역검)와 커피챗 두 단계의 간소화된 전형으로, 오직 역량만 평가한다.
건설 구조 해석 설계 소프트웨어 분야 세계 1위 ‘마이다스아이티’와 HR 솔루션 분야 국내 1위 ‘마이다스인’ 등을 보유한 마이다스그룹도 10년 전에는 전통적 채용 방식에 의존했다. 4차 심층면접, 4박5일 합숙면접까지 동원했다. 그러나 결과는 역설적이었다. 400명 재직자 데이터 분석 결과, 면접 고평가자는 저성과자로, 저평가자는 고성과자로 성장했다.
학벌도 성과를 예측하지 못했다. 상위 15% 고성과자 중 명문대 출신은 20%, 40위권 밖 출신이 44%였다. 신 대표는 “사람의 눈으로는 사람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결국 ‘일 잘하는 사람’, 즉 고성과 인재다. 신 대표는 “성과를 내는 능력은 역량, 기술, 지식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는데, 그중 역량은 지식과 기술을 통합해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역량이 면접이나 서류로는 확인할 수 없는 ‘비인지 영역’에 있다는 점이다.
스펜서가 제시한 역량 모형의 빙산 모델은 이를 잘 설명한다. 말씨·표정·태도 같은 겉으로 드러나는 특성은 수면 위에 있지만, 진짜 역량은 빙산 아래 신경학적·생물학적 레벨에 숨어 있다. 신 대표는 “좋은 인재를 채용하려면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이 아닌 내면의 역량을 봐야 하는데, 이는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어 과학의 렌즈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마이다스그룹은 2018년 신경과학 기반 성과역량 예측 솔루션 ‘AI역량검사(역검)’를 개발했다. '역검'은 게임화된 과제를 푸는 과정에서 지원자가 의도적으로 조작하기 어려운 즉각적 반응 패턴을 수집해 긍정성·적극성·전략성·성실성의 성과역량을 측정한다. 분석된 데이터는 직무별 고성과자 데이터와 기업 인재상을 반영한 예측 모델을 통해 지원자의 성장 가능성과 직무 적합도를 수치화한다.
역검의 성과 타당도는 0.51로 미국 고용노동부 기준(0.35)을 크게 상회했다. 학벌(0.01)이나 면접(-0.04)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KAIST 연구에서도 기존 채용 방식 중 역검이 유일하게 채용 1년 후 성과를 예측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AI역량검사는 마이다스그룹의 채용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역검만으로도 적합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서류와 면접을 전면 폐지한 것이다. 지원자는 접수 후 바로 역검을 응시한다. 역검에서 우수한 역량을 인정받은 인재는 현업 리더와 커피챗을 진행하며 역량을 재확인하고, 최종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
관련기사
- 마이다스그룹, 초불확실성 시대…성과관리·인사평가 혁신 사례 공개2025.11.06
- 마이다스그룹, 마이스터고 인재 채용..."학력보다 역량이 중요”2025.10.22
- 마이다스그룹 "취준생 소통 강화"...'역검 크루' 4기 발대식 개최2025.09.30
- 마이다스그룹, 2년만에 대규모 공채..."2030년 성장동력 확보"2025.09.22
신 대표는 “지원자는 공정한 평가를, 기업은 성과를 낼 인재를 원한다”며 “학벌, 학점, 자격증 등 스펙이 아닌 역량으로 평가하는 것이 진짜 공정한 채용이자 채용 시장 미스매칭을 해결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청년들의 스펙 쌓기 악순환, 기업의 역량 검증 실패로 인한 채용 미스매칭, 마이다스그룹은 이 문제를 AI역량검사로 해결하고 있다. 역량 중심 채용 문화가 확산한다면, 공정한 기회를 원하는 청년과 조직에 적합한 인재를 찾는 기업 모두에게 답이 될 수 있다고 회사는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