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 글로벌 허브 될 것…로봇모션 파운드리 시동"

[인터뷰] 강덕현 알에스오토메이션 대표 "AI 시대 승부는 데이터"

디지털경제입력 :2025/11/27 10:00    수정: 2025/11/27 10:42

[평택=신영빈 기자] 알에스오토메이션 평택 본사에서는 로봇 움직임이 종이 위 설계도를 넘어 실제 부품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제어 신호가 흐르는 컨트롤러, 힘을 만든 드라이브, 움직임을 읽는 엔코더가 모두 조립·검증되며 완성도를 높이고 있었다. 휴머노이드 관절 하나, 반도체 라인 이송 로봇 하나가 어떤 기술 기반에서 태어나는지 그 자체가 하나의 제작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졌다.

지난 25일 경기도 평택 진위산업단지에 자리한 알에스오토메이션 본사를 찾았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컨트롤러와 서보드라이브, 엔코더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엔지니어들은 수 많은 장비와 시험기 사이를 오가며 제품을 만들고 시험했다. 회사는 '피지컬 인공지능(AI)'을 축으로 한 차세대 로봇 산업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곳은 로봇 두뇌(컨트롤러), 근육(드라이브), 감각 기관(엔코더)을 모두 설계·제작하면서, 로봇이 실제 세계에서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모든 요소를 하나씩 쌓아올리는 종합 모션제어 연구소다.

강덕현 알에스오토메이션 대표가 평택 공장에서 제품 데모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신영빈 기자)

강덕현 알에스오토메이션 대표는 본사 곳곳을 안내하며 로봇 산업이 맞이한 새로운 변곡점을 이야기했다. 그는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복잡한 환경을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려면, 단순한 제어를 넘어선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전 로봇은 정해진 환경에서 정해진 일만 반복하면 됐습니다. 앞으로는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려면 전혀 다른 능력이 필요해요. 문을 여닫고, 비정형 환경에서 판단하고, 위험한 곳에 스스로 들어가는 능력이죠. 핵심은 '정밀한 제어'와 '좋은 데이터'입니다."

강 대표가 말하는 좋은 데이터는 곧 피지컬 AI의 출발점이다. AI 모델이 학습할 수 있는 고품질 데이터를 만들려면, 로봇의 움직임을 가장 가까이에서 기록하는 컨트롤러·드라이브·엔코더가 정교해야 한다. 회사가 최근 '피지컬 AI 로봇 모션 플랫폼'을 내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플랫폼은 로봇 구동 전 과정인 제어와 데이터 수집, AI 기반 분석, 엣지 업데이트, 스마트 튜닝을 하나로 묶는 개념이다. 강 대표는 이를 통해 "한국형 로봇 플랫폼 표준을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피지컬 AI 허브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알에스오토메이션 평택 공장 내부 전경 (사진=지디넷코리아 신영빈 기자)

알에스오토메이션이 특히 자신 있게 보여준 것은 '일체형 구동모듈'이다. 정전용량식 엔코더와 프레임리스 모터, AI 서보드라이브를 하나로 합친 장치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관절을 구동하는 데 필요한 핵심 구성이다.

회사는 2027년까지 엔코더 2종, 서보드라이브, 모터 등 4대 핵심 모듈을 모두 국산화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엔코더의 경우 국내에서 유일하게 정전용량식 기술 내재화를 이뤘다는 점을 강 대표는 재차 강조했다.

초소형 엔코더는 이미 국내 방산 업체들과 시험을 준비 중이다. '코리안 아이언돔'으로 불리는 근접방어체계에 들어갈 크기부터 탱크 지향형 장비까지, 무기 체계별 다양한 규격을 맞춰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지금 전쟁 양상을 보면 그야말로 판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초정밀 센서, 자동화 제어, 무인화가 핵심이죠. 이런 기술 없이는 현대 전쟁에서 대응이 어렵습니다."

알에스오토메이션 평택 공장 내부 전경 (사진=지디넷코리아 신영빈 기자)

알에스오토메이션의 기술은 이미 산업 현장에서 폭넓게 쓰이고 있다. 국내 반도체 공장 상부이송장치(OHT)에는 글로벌 최소형 4축 서보드라이브가 적용돼 있고, 모 가전업체 TV 물류공장의 이송 로봇에도 회사의 제어 시스템이 들어간다.

전력 업체의 생산라인, 야스카와 대형 드라이브, 글로벌 테마파크 설비(디즈니랜드·유니버설스튜디오)에도 알에스오토메이션의 컨트롤러가 채택되고 있다.

미국 로크웰오토메이션에 공급하는 스마트 모터 컨트롤러(SMC)는 이미 200억원 이상 수출됐다. 최근 평택 본사에서 양사가 함께 차세대 SMC 전략회의를 열기도 했다. 국제 보안 표준 IEC 62443 인증을 갖춘 점은 글로벌 확장에서 중요한 신뢰 요소다.

강 대표는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데이터"라며 "고품질 데이터와 도메인 특화 데이터를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건 정밀 제어를 아는 기업"이라고 전했다.

알에스오토메이션 평택 공장 내부 전경 (사진=지디넷코리아 신영빈 기자)

알에스오토메이션은 최근 산업통상부와 대형 프로젝트 2건을 준비하고 있다. 하나는 피지컬 AI 구동 플랫폼, 또 하나는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산업 자동화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대규모 로봇 플랫폼 사업이다.

강 대표는 한국AI·로봇산업협회 로봇부품기업협회장으로 활동 중이며, 주요 부품 표준화 프로젝트와 휴머노이드 연합에도 참여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제조업 경기 침체로 회사 역시 쉽지 않은 시기를 보냈지만, 반도체 슈퍼사이클 조짐과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로 내년 이후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정밀 제어 기술 위에 데이터와 AI를 얹어 새로운 로봇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계획은 상당 부분 실행 단계에 있었다. 로봇이 사람처럼 환경을 이해하고 움직여야 하는 시대. 강 대표는 이 기반을 한국에서 만들어 올리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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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알에스오토메이션은 2009년 설립된 로봇 부품 및 산업용 제어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이다. 정밀 모션제어 기술을 기반으로 로봇·반도체·스마트팩토리·방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회사는 1995년 미국 로크웰오토메이션과 삼성전자가 자동화·로봇 시장 공략을 위해 설립한 합작사 로크웰삼성오토메이션이 전신이다. 강덕현 현 대표가 2009년 해당 합작사 지분을 인수하면서 출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