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휴머노이드 연구 무대에 새 강적이 등장했다.
국민대학교 조백규 교수팀은 최근 국제 로봇학회에서 휴머노이드 '로크-4(ROK-4)'를 공개했다. 휴머노이드 하드웨어의 '새로운 설계 철학'을 실험하는 도전작이다.
조 교수는 "두 관절이 동시에 최대 토크를 요구하진 않는다"며 "차동기어 설계를 통해 작은 모터로 큰 관절 토크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이 로봇은 두 개의 모터가 두 관절을 동시에 제어하는 차동기어 메커니즘과 상부 구동기 배치 구조를 채택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기존 휴머노이드 설계의 틀을 과감히 깬 시도다.
조 교수는 인터뷰에서 로크-4의 핵심을 '차동기어'라고 단언했다. 두 개의 관절을 연계해서 더 큰 힘이 필요한 쪽에 동력을 몰아줄 수 있는 형태다.
그는 "사람 보행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무릎과 힙 피치 관절이 같은 시점에 최대 토크를 쓰지 않는다"며 "타이밍 차이를 이용하면 작은 모터로도 충분히 큰 힘을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 원리를 실험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로크-3에서 얻은 보행 데이터를 토대로 모터 토크를 계산했다.
그는 "무릎이 순간적으로 150 뉴턴미터 정도 토크를 쓰는데, 차동기어 구조를 적용하면 모터 입장에서는 절반 정도면 충분했다"며 "그러면 더 작은 모터로도 큰 관절 토크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크-4의 또 하나의 특징은 발목 모터를 허벅지까지 끌어올린 구조다. 대부분 휴머노이드가 종아리나 발목 근처에 구동기를 두는 것과 달리, 로크-4는 무게 중심을 위로 옮겨 민첩성과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조 교수는 "발목에 모터를 두면 마치 모래주머니를 발목에 차고 축구하는 것과 같다"며 "부품을 허벅지 쪽으로 옮겨 효율을 개선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 방식은 제어 측면에서 복잡해지는 문제점이 있다. 그는 "이 구조로 오면 링크가 두 단계로 늘어나 복잡해진다"며 "평면 관계가 깨지면서 비선형적 관계식이 생기고 제어와 학습 알고리즘도 어려워진다"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이런 구조의 장단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추가적인 메커니즘 부품들이 들어가니 하드웨어 복잡성이 올라간다"면서도 "하지만 작은 모터로도 큰 힘을 낼 수 있는 효율이 있으니 그 가치는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이 접근법은 현재 글로벌 휴머노이드 가운데서도 드문 시도다. 조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구동하는 휴머노이드는 전 세계적으로 한두 사례밖에 없다"며 "국내에서는 최초 시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휴머노이드 연구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만큼 하드웨어에도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예전에는 하모닉 드라이브와 모델 제어 기반이었지만 이제는 준직구동(QDD)과 강화학습, 저감속·경량화가 대세"라며 "하드웨어도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로크-4에는 연구실이 자체 제작한 6자유도 손이 달려 있다. 하지만 조 교수는 조작 영역이 여전히 가장 까다롭다고 했다.
그는 "사람 손이 단순하지 않다. 촉각, 힘, 방향, 온도까지 다 느낀다"며 "영상만으로는 그걸 재현할 수 없다. 결국 하드웨어 센싱이 따라와야 진짜 사람처럼 조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교수는 "현재 국내외 휴머노이드 연구가 알고리즘 중심으로 쏠려 있다"면서 "중국산과 국산 모두 정작 하드웨어 차별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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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꼭 사람처럼 생길 필요는 없고, 팔이 두 개일 필요도 없다"며 "하드웨어 구조 자체에서 새로운 방향을 찾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 교수 연구실은 2017년부터 이족·사족 로봇을 개발했다. 2017년 첫 모델 로크-1을 시작으로, 2018년에는 스키 자율주행을 구현한 로크-2, 이후 로크-3로 발전해 이족 보행 안정성과 토크 제어 연구를 이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