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 시험·인증 사각지대"

이동혁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센터장 "기업 스스로 시험 절차 마련해야"

디지털경제입력 :2025/10/24 15:07

"로봇은 개발품이 아니라 제품입니다. 제품이라면 소비자에게 신뢰를 줘야 하고, 그 신뢰는 시험과 인증으로 입증됩니다."

이동혁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센터장은 23일 서울 명동에서 열린 '산업용 로봇 글로벌 동향과 국제표준전략 세미나'에서 로봇을 연구 성과물이 아닌 시장에 내놓는 제품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시험·인증이 "특정 요구사항을 충족하는지 입증하는 적합성 평가"라며, 장비·사람(숙련도)·시스템을 갖춘 제3자 기관의 결과만이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혁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센터장이 23일 서울 명동에서 열린 '산업용 로봇 글로벌 동향과 국제표준전략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신영빈 기자)

동시에 표준화의 공백과 현장의 난점을 짚었다. 그는 "표준은 아무리 빨라도 제품보다 먼저 나올 수 없다"며 "기업이 스스로 제품에 맞는 시험 절차와 증빙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인정기구(KOLAS) 성적서만으로는 산업 전반의 요구를 모두 충족하기 어렵고, 산업 현장에서 통용되는 자체 시험 절차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핵심 쟁점은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이 센터장은 휴머노이드가 "산업용 로봇도, 서비스 로봇도 아닌 위치에 있어 시험·인증의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휴머노이드는 용도가 불명확한 범용 로봇이기 때문에, 어떤 기준으로 시험하고 인증해야 할지 정리되지 않았다"면서 "각 기관의 해석도 다르고, 국제 표준화도 아직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이동혁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센터장이 23일 서울 명동에서 열린 '산업용 로봇 글로벌 동향과 국제표준전략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신영빈 기자)

그 결과 동일한 로봇이라도 기관별 시험 방식과 해석이 달라 비교 가능성과 신뢰성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제품 평가의 두 축을 성능과 안전으로 구분했다. 성능은 크기·무게·정확도·정밀도처럼 시스템 통합(SI) 단위로 정량화해 측정할 수 있지만, 안전은 협업작업, 비상정지, 사이버보안, 배터리, 내구성 등 운용 맥락이 얽혀 있어 더욱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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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센터장은 "개발자들은 표준이 점차 완화되길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사이버 시큐리티 등 항목으로 오히려 복잡해졌다"며 "사람과 협업 작업이 늘어날수록 안전에 대한 요구사항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끝으로 "고객은 멋진 데모 영상보다 검증 가능한 시험 성적서를 더 신뢰한다"며 표준을 기다리기보다 적합성 평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자체 시험·증빙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