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초고속 레이저 펄스와 특수 카메라를 사용해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을 무시하는 듯한 광학 현상을 시뮬레이션하는 데 성공했다고 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05년 발표된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는 이동 방향으로 짧아 보인다. 이를 ‘로렌츠 수축(Lorentz contraction)’이라고도 부른다. 이 현상은 입자 가속기 실험을 통해 접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
하지만 1959년 수학자 로저 펜로즈와 물리학자 제임스 테렐은 다른 해석을 제시했다. 그들은 “카메라를 든 관찰자가 실제로 찌그러진 물체를 전혀 보지 못할 것”이라며, “물체의 각 부분에서 나온 빛이 카메라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물체가 회전된 것처럼 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테렐-펜로즈 효과(Terrell–Penrose effect)’라고 불린다.

오스트리아 빈 공과대학 양자 물리학자 도미니크 호르노프 연구진은 이 착시효과를 실험실 환경에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과거에도 이 착시 현상을 이용한 실험을 진행한 적 있지만, 실험실 환경에서 구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피직스(Communications Physics)’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초고속 레이저 펄스와 특수 게이트 카메라를 사용해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정육면체와 회전하는 구의 스냅샷을 생성했다.
문제는 실제로 어떤 물체도 빛의 속도에 근접하게 움직일 수 없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한 면이 약 1m인 정육면체를 사용해 길이 300피코초(피코초, 1조분의 1초)에 불과한 초단 레이저 펄스를 물체에 쏘았다. 그 후 레이저 발사 순간에 게이트 카메라로 반사된 빛을 포착해 그 때마다 얇은 ‘단면(slice)’ 이미지를 생성했다.
연구진은 각 단면 이미지를 촬영할 때마다 정육면제를 4.8cm씩 이동시켰다. 이는 레이저 펄스 간의 지연 시간 동안 물체가 빛의 속도의 80%로 움직이는 거리다. 연구진들은 이렇게 얻은 수많은 단면 이미지를 결합해 정육면체를 실제로 움직이지 않고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스냅샷을 얻었다.
"해당 논문 제1저자 도미니크 호르노프는 "모든 단면을 합치면, 물체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엄청나게 빠르게 질주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결국 그건 그저 기하학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들은 이후 동그란 구를 이용해 이 실험을 반복했다. 매 단계마다 약 6cm씩 움직여 빛의 속도의 99.9%에 육박하는 수준을 구현했다. 두 이미지를 결합하자 정육면체는 회전한 것처럼 보였고 구는 마치 측면을 들여다보는 듯한 착시를 만들어냈다.
관련기사
- "중력이 만든 우주 반지"…유클리드, ‘아인슈타인’ 고리 포착 [우주로 간다]2025.02.11
- 아인슈타인의 '원거리 기묘한 작용' 양자얽힘 입증2024.06.24
- 5천5백광년 떨어진 은하 초거대 블랙홀 자기장 변화 첫 포착2025.09.16
- "혹시 UFO?"…칠레서 포착된 이상한 불빛2025.09.15
호노프는 “이 회전은 실제 물리 현상이 아니라, 빛이 카메라에 도달하는 시간 차로 인해 생기는 시각적 착시입니다. 빛의 도달 타이밍이 우리 눈을 속이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처럼 테렐–펜로즈 효과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부정하지 않는다.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는 실제로 이동 방향을 따라 물리적으로 수축하지만, 카메라나 관찰자는 그 모습을 직접 볼 수 없다. 이는 뒤쪽에서 오는 빛이 앞쪽에서 오는 빛보다 늦게 도달해, 스냅샷이 물체가 살짝 회전한 듯 보이도록 만들기 때문이라고 해당 매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