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가장 높은 형태는 매일 아침 일어나서 '오늘은 내가 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이다."
투자 전문가 모건 하우절의 이 말은 창업가들이 추구하는 궁극적 가치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단순한 경제적 성공을 넘어,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의 심리가 창업이라는 모험을 떠나게 만드는 원동력인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 중 하나로 자율성을 꼽는다. 자기결정이론의 창시자 에드워드 데시와 리처드 라이언은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을 인간의 세 가지 기본 심리 욕구로 규정했다. 이 중 자율성은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고 통제하려는 욕구로, 창업가 정신의 핵심 동력이 된다.
시라큐스 대학교의 요한 비클룬드 교수 연구는 이를 흥미롭게 뒷받침한다.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 성향을 가진 학생들이 창업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자극 추구 성향과 기존 틀에 대한 거부감이 창업에 대한 선호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이는 창업이 단순한 경제적 계산을 넘어 심리적 욕구의 발현임을 시사한다.

실리콘밸리의 전설적 창업가들을 살펴보면 자율성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강력한 동기인지 알 수 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하버드 기숙사에서 시작한 작은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 소통 방식을 바꿨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안정적인 헤지펀드 직장을 포기하고 차고에서 온라인 서점을 시작했다. 이들의 선택 뒤에는 누군가가 정해놓은 틀 안에서 일하기보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있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현대 디지털 기술이 창업의 진입장벽을 크게 낮췄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컴퓨터 한 대와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유튜브, 전자책 출간, 온라인 강의 등을 통해 무자본 창업이 현실이 되면서, 자율성에 대한 갈망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대폭 확대된 것이다.
하지만 창업가의 자율성은 양날의 검이다. 모든 결정권을 갖는다는 것은 모든 책임을 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스타트업 CEO들이 겪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부담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자율성이 주는 자유로움과 동시에 찾아오는 고독감과 압박감은 창업가들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심리적 과제다.
성공적인 창업가들은 이런 역설적 상황을 잘 관리한다. 그들은 자율성의 가치를 인식하면서도 이를 목적의식과 책임감으로 균형 있게 활용한다. 자신의 강점과 시장 기회를 조합해 독창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동시에, 자율성에 따르는 부담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지혜를 터득한 것이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원할 때,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창업가들이 추구하는 궁극적 가치다. 이는 단순히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와 선택에 따라 삶을 살 수 있는 진정한 자유를 의미한다.
창업을 고려하는 이들에게 자율성의 가치는 중요한 결정 요소가 될 수 있다. 그것은 단순히 '자기 자신의 상사가 되는 것'을 넘어, 자신의 비전에 따라 비즈니스를 구축하고 자신의 시간과 자원을 중요한 일에 투자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 이것이야말로 돈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배당금, 즉 진정한 자유의 가치인 것이다.
창업의 심리학을 이해한다는 것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 욕구 중 하나인 자율성에 대한 갈망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갈망이 어떻게 혁신과 창조의 원동력이 되는지를 깨닫는 것이다. 진정한 창업가는 자유를 향한 여정에서 마주하는 모든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다.
◆ 이종수 교수는...
▲학력
-서울대 산업공학 학사
-서울대 인간공학 석사
-서울대 인간공학 박사 수료
▲경력
-전/SK이노베이션 기술개발기획 팀장
-전/벤처기업 창업 및 M&A
관련기사
- [이종수 창업심리학⑬] ‘부자 스타트업' 보다 '부유한 스타트업' 돼야2025.06.21
- [이종수 창업심리학⑫] "실패하지 않으면 충분히 혁신하지 않은 것"2025.06.15
- [이종수의 창업심리학⑪] 성공과 실패 가르는 건 설득이 아니라 공감2025.06.07
- 트럼프 "캐나다와 무역협상 중단"…디지털세 문제 삼아2025.06.28
-전/벤처캐피털 투자본부장(부사장)
-현/서울대학교 SNU공학컨설팅센터 산학협력중점교수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