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주류 병수 제한 풀렸지만…업계는 '시큰둥'

실질적 매출 상승 기대 힘들어…용량·금액 제한 풀어야

유통입력 :2025/03/24 17:20    수정: 2025/03/25 09:29

정부가 여행객들의 면세주류 병수 제한을 풀었지만, 관련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가격 제한은 그대로인 데다 면세한도도 유지돼 '생색내기 정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조치가 실질적인 매출 상승 효과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21일부터 여행자 휴대 면세주류 규제를 일부 폐지했다. '2병, 2리터, 미화 400 달러 이하' 규정에서 2병 이던 병수 제한 규정을 폐지했다. 

지난 2022년 9월 ‘1병·1리터 이하’ 기준에서 ‘2병·2리터 이하’로 완화된 후 약 2년 6개월만의 개정이다.

이번 조치로 여행객들이 750㎖ 양주 두 병을 구매한 뒤 추가로 500㎖ 주류 한 병을 더 사도 면세 혜택을 받게 된다. 

신라면세점 인천공항점 제2여객터미널 주류 매장. (제공=호텔신라)

주류 병수 제한 폐지와 함께 주요 면세점들은 주류 판촉전에 돌입했다.

신라면세점은 전 지점에서 주류 세트 제품과 저용량 제품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신라인터넷면세점에서는 주류 2병 이상 구매 시 혜택을 제공하는 ‘믹스 앤 매치(Mix & Match)’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주류 2병 이상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미니어처를 1 달러에 제공하며 500ml 저용량 주류도 최대 80% 특가로 선보인다.

인천공항점은 3병 구매 시 최대 30%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주류 세트 상품을 구성해 최대 35%까지 할인한다.

신세계면세점도 특별 온라인 기획전을 실시하고 있다. 600㎖ 이하와 500㎖ 미만 추천 상품은 최대 60%, 미니어처와 세트 추천 상품은 최대 51%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 가능하다.

면세점에서 선물용으로 수요가 높은 듀어스, 로얄 살루트, 헤네시 등과 중국술로 인기가 높은 마오타이, 우량예, 양허, 수정방 등도 마련했다.

인천공항 면세점

다만 면세업계에서는 전체 매출을 끌어올리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것이란 의견이 대부분이다. 주류 용량 및 금액 기준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눈에 띄는 매출 상승이 일어나긴 힘들다”며 “다만 소비자들의 주류 구매 허들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매출 상승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기존에는 병수 제한이 있어 이왕 구매할 것이면 고급 위스키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병 수 제한이 폐지되면서 전통주나 중저가 주류 등 다양한 주류의 판매 활성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주류 가격 제한 규제와 전체 면세한도 제한 금액을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병 수 제한이 폐지되면서 이전보다 고객이 더 늘어나면 매출이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가격 제한 규제가 완화돼야 하며 400 달러라는 허들이 명확하게 존재해 매출이 늘어나기엔 힘들 것”이라며 “이왕 규제를 완화하는 김에 가격 부분도 해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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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규선 동서울대학교 관광학부 교수는 “총 용량 제한을 2리터로 유지하고 병 수 제한만 푸는 것은 탁상공론에 가깝다”며 “주류는 과거보다 선물로서 가치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주류 구매 한도를 늘려 고소득자의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 더 현실성 있는 정책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경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며 “오히려 주류보다는 1인당 면세 한도를 한시적으로라도 늘리는 것이 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