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회복 기대했는데"…면세점, 환율 급등에 울상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환율 올라…임대료 감면 일시효과 그쳐

유통입력 :2024/12/19 06:00    수정: 2024/12/19 10:33

면세점 업계가 장기 업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12·3 비상계엄 사태와 고환율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17일 종가는 1438.9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3.9원 올랐다. 비상계엄 선포 전인 3일(1402.9원)보다 36원 오른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하면서 환율은 4일 오전 12시 20분 1천442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 같은 환율 고공행진은 당장 면세점 업계에 충격파로 작용했다.  

면세점은 달러를 기준으로 판매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환율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 환율이 오르면 제품 가격도 올라 가격경쟁력이 약해진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구역

면세점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도 줄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천214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회복했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 면세점 방문객은 2019년의 절반 수준인 692만명에 그쳤다.

불리한 대외 환경은 면세점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지난 3분기 롯데·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 등 주요 4개사는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면세점은 3분기 46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신세계면세점은 162억원의 적자를 냈다. 현대면세점과 신라면세점도 각각 80억원, 38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는 지난달 2015년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롯데면세점도 지난 8월 희망퇴직을 받았다.

올해 초 업황 회복을 기대하던 것과 반대된 모습이다.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는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후면세점 즉시환급 한도를 2배 늘리고 올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를 2천만명으로 세우는 등 방한 외국인 회복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안 그래도 업황이 어려운 데 비상계엄령 선포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며 “환율까지 치솟으면서 업계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손 놓고 있는 분위기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인천공항의 일시적인 임대 수수료 감면도 큰 효과를 보기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제2여객터미널 4단계 확장 구역 내 입점한 면세사업권 매장의 임대료 부과 방식을 여객 기준에서 영업요율 방식으로 일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인천공항은 지난해 9월 임대료 산정 방식을 매출비례에서 여객 수를 기준으로 책정하기로 했다. 공항 이용객이 많을수록 임대료가 높아지는 구조다. 면세점 업계에서는 공항 이용객은 늘어나는 반면 면세점 매출 회복은 더디면서 임대료 부담이 커진다는 불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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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 임대료 부과 방식 변경이 업황 회복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변경 대상 구역이 호텔신라와 신세계DF가 영업 중인 매장으로 실질적인 감면 효과는 이들만 누리기 때문이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임차료 부과 방식 변경에 따른 임차료 감면 효과는 반가운 소식이기는 하나, 제2여객터미널 확장에 따른 일시적 조치에 불과하다”며 “중국 경기 반등에 따른 수요 개선으로 면세점 업황 자체가 턴어라운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