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생명 자회사발 폰지사기 의혹...보험대리점 감독 사각지대 노출?

보험설계사 아닌 '재무컨설턴트' 명함으로 2% 수익률 미끼...금감원 23일 미래에셋금융서비스 현장검사

금융입력 :2025/01/31 10:04    수정: 2025/01/31 10:12

금융감독원이 지난 23일 미래에셋생명의 자회사인 보험대리점(GA) 미래에셋금융서비스를 폰지사기 연루 의혹과 관련해 현장 검사에 나선 가운데, 일부 설계사의 일탈로 마무리할지 아니면 미래에셋생명서비스와 모회사인 미래에셋생명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래에셋생명서비스를 중심으로 일부 자회사형 GA에서는 월급 관리 명목으로 금융소비자를 불러모은 뒤, 월 수익을 2% 이상을 보장하는 PS파이낸셜의 채권 상품을 판매했다. 

GA 소속 보험설계사는 자금 조달과 같은 수신 행위를 할 수 없지만, 이 상품의 만기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서에 명시된 원금과 이자가 지급되지 않아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PS파이낸셜 관련 투자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오픈채팅방.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21일 PS파이낸셜 대표 이 모씨 등 10여 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와 유사수신행위 등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다수의 보험업 관계업자를 취재한 결과 금감원이 적극 개입하기 위해서는 해당 상품을 판매한 자가 '보험설계사'였는지 여부가 중요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직 금감원 관계자와 보험대리점업 관계자들은 "보험설계사일 경우 금융인이기 때문에 금감원이 할 수 있는 것이 있지만 설계사가 아니고 전혀 다른 직함일 경우에는 금감원이 개입할 여지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3년에도 ING생명 투자 사기 사건이 있었다. 해당 소속 보험설계사가 금융소비자 15명으로부터 매달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돈을 편취한 것이다. 

당시에는 보험 원수사가 직접 설계사를 관리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보험설계사 여부 확인과 관리·감독 부실을 밝히기 쉬웠으나, 최근에는 원수사와 자회사형 GA, 그리고 GA 소속 지점들로 보험설계사 조직이 분화된 상태다. 즉, 속인 이가 보험설계사였음을 피해자가 전혀 인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대다수 피해자들은 미래에셋금융서비스를 ING생명 사건과 다르게, '보험설계사로부터' 돈을 편취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다. 실제 피해를 입은 A씨의 경우 "미래에셋 월급 관리 스터디라는 인스타그램 글을 보고 스터디를 하다가 미래에셋금융서비스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인데 미래에셋금융서비스가 미래에셋금융이라고 생각했다"며 "추후에 미래에셋금융서비스가 보험을 파는 곳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명함에 '종합재무컨설턴트'나 'FC(Finance consultant)'로 적혀져 있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인지는 더욱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A씨에게 PS파이낸셜 채권 상품을 가입하라고 권유한 직원의 명함도 '미래에셋금융서비스 B사업본부 종합금융자산컨설턴트' '팀장FC'로 적혀져 있다. 보험대리점 관계자들은 "보험설계사라는 것이 적혀져 있으면 거부감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적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일부 대형 GA 소속 보험설계사들의 명함에도 '지점장' '팀장' ' 종합자산관리컨설팅' 등의 단어가 적혀져 있었다.

이들은 피해자들의 자산 규모를 파악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월급을 통한 재테크 방법을 일러준다며 월급 규모는 물론이고 연말정산 자료까지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로 지목된 B본부의 월급 관리 스터디 2주차에는 '돈을 모으는 목표와 연말정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이 때 연말정산 서류를 모두 넘겨달라고 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만약 회사가 조직적으로 폰지사기가 일어났다는 증거를 발견한다면 금융사 내부통제 부실로 금감원 제재는 가능하다. 미래에셋생명서비스 현장검사 직전 금감원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금융소비자보호법 제16조에 따라 보험사는 보험계약 체결을 대리하는 보험대리점에 법적 관리 책임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래에셋금융서비스가 홈페이지에 올린 게시문.

실제 미래에셋금융서비스가 이들 설계사들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정황은 있다.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피해자들이 금감원에 유사수신 행위로 민원을 넣자 지난 13일부터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내부 조사를 진행하면서 PS파이낸셜 상품 판매 경로가 됐던 월급 관리 스터디 진행을 멈출 것을 B본부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B본부에서 월급 관리 스터디는 진행돼 지난 23일에도 기자에게 스터디 참석 의사를 물어왔다. B본부가 문제가 되자 다른 본부로 명함을 바꿔보냈으나 재차 B본부 소속이 아니냐고 묻자 B본부가 맞으며 B본부로 적힌 명함을 새로 보내주기까지 했다.

미래에셋금융서비스가 PS파이낸셜 상품 판매 경로가 된 정황이 보이는 '월급 관리 스터디'를 하지 말라고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스터디는 여전히 진행됐다.

미래에셋금융서비스 관계자는 "내부통제부서에서 월급 관리 스터디를 하지 말라고 했고 운영되지 않는 걸로 얘기했는데 다시 한번 말하겠다"며 "월급 관리 스터디 등과 같은 자료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할 때는 본부(미래에셋금융서비스)에서 승인을 받고 올려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안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내부통제의 사각지대가 있음을 토로했다. 관계자는 "보험설계사들이 '이런 걸 한다'고 신고하지 않으니 알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보험설계사들이 준수해야 할 사항에 대해 주기적으로 교육도 하고 있는데 자체적으로 움직이는 것에 대해선 내부통제에 대한 사각지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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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에서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PS파이낸셜 사태가 터질 것을 예견해왔다. 해당 상품의 원금 및 이자가 지급되지 않으면서 피해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공공연하게 말들이 떠돌았다. 미래에셋금융서비스만 그치지 않고 다른 생명보험사의 자회사형 GA도 연루됐다는 글도 직장인 커뮤니티에 게재됐다. 

작년 12월 15일 PS파이낸셜 대표가 직접 설명회를 개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설명회는 열리지 않았다. 피해자들의 민원도 이 때부터 진행됐다. 금융감독당국은 이 사건을 인지했으나 즉각 대응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의 원성을 샀다. 지난 22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대형 생명보험사 GA가 연루된 투자 사기에 대해 보고 받은 바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