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간 두산밥캣 분할합병안 무산 후 수소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사업 재편에 나선다. 그룹 지배 구조 개편보다는 각 계열사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20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두산의 수소 연료전지 드론 자회사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은 두산퓨얼셀파워BU(FCP)의 건물용 수소 연료전지 사업을 양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FCP와 DMI는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PEMFC)를 기반으로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영위해 왔다. PEMFC는 ▲빠른 가동성(20분 이내) ▲높은 에너지 전환 효율 ▲저온 동작으로 인한 소재 내구성과 구동 안정성 등의 장점을 갖고 있어 건물용이나 드론, 건설기계 등 모빌리티용에 적합하다.
두산의 건물용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담당하던 FCP는 국내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로, 2003년 출범 후 수소연료전지 핵심기술인 셀스택 및 개질기 설계·제작에서부터 시스템 통합 자체 제작까지 전방위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고효율 순수소 모델 ‘H2-PEMFC’ 시스템과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시스템 개발을 완료해 공급하고 있다.
기존 DMI는 수소연료전지를 동력원으로 하는 산업용 드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으며, PEMFC 경량화와 하이브리드 제어 기술을 내재화했다.
이번 사업 양수를 통해 새롭게 출범하는 DMI는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PEMFC)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한편 ▲운영 효율화로 재무건전성 강화 ▲연료전지 핵심기술 역량 및 R&D인력 풀 제고 ▲사업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을 통한 시너지 제고가 기대된다.
특히 건물용 수소연료전지와 소형 항공 모빌리티 분야에서 경쟁력을 모두 보유하게 된 DMI는 건설기계와 이동식 수소 충전 장비, 중소형 선박 등 육·해·공을 아우르는 중형 모빌리티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DMI는 이번 사업양수와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천340억원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으며, 내년 2월 말에 거래를 종결할 예정이다.
김종선 DMI 대표는 “분야별 전문성과 경험 공유로 신규 R&D 개발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조직 운영효율성이 향상돼 신속한 의사결정도 가능하게 됐다"면서 "PEMFC와 SOFC 기술을 기반으로 '토탈 수소연료전지 솔루션 사업자'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
두산그룹 반도체 테스트 기업 두산테스나도 자회사 엔지온을 흡수 합병한다고 이날 밝혔다. 엔지온은 이미지센서 반도체 후공정 전문기업으로 지난 2월 두산테스나에 인수됐다.
두산테스나가 엔지온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신주를 발행하지 않는 소규모 합병으로 진행된다.
두산테스나는 이번 흡수합병을 통해 반도체 후공정 분야 전문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두산테스나 관계자는 "이번 합병으로 향후 후공정 턴키 수주 대응, 운영효율성 제고, 영업 경쟁력 강화 외에도 신규 고객사 확보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 계열사 경쟁력 강화 차원"
이번 계열사 간 사업 양수와 흡수합병은 두산밥캣을 핵심 계열사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에 넘기는 지배구조 개편안이 무산된 뒤 이뤄졌다.
두산그룹은 에너지·중공업 사업을 영위하는 두산에너빌리티로 집중된 사업구조를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따라 클린에너지, 스마트 머신, 반도체·첨단소재 등 3각 체제로 전환하려 했다. 하지만 주주들 반대와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주가 하락 등 여파로 이 같은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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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서는 두산그룹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소규모 사업재편을 계속해서 실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두산 관계자는 "이번 사업재편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아닌 각 계열사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