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선거의 해'…韓 기업,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촉각

대만총통·한국총선·미대선 등 규제·통상질서 영향 多…"자생력 갖춰야"

디지털경제입력 :2024/01/12 16:56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국내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올해는 76개국에서 선거를 치르는 '슈퍼선거의 해'다. 우리나라와 긴밀한 무역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통상질서에도 영향을 깊게 미치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평 로펌들도 이에 발맞춰 관련 세미나를 여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오는 13일 미중 패권 갈등의 사이에 끼어있는 대만에서 총통 선거가 치러진다. 친미 성향을 띤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정권을 이어가면 중국 공세 확대와 군사적 충돌 우려에 따른 긴장감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친중 성격 국민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대만에 대한 중국 영향력이 커지며 미국과의 갈등이 커질 우려가 있다.

대만 국민당 소속의 총통 후보인 허우유이가 9일 타이베이에서 차량 유세 도중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오는 4월에는 우리나라에서 제22대 국회의원선거(이하 총선)가 열린다. 재계에 따르면 여·야당의 승리 여부에 기업 규제 향방이 달린 만큼 기업 관계자들도 선거 결과에 관심이 많다.

재계 관계자는 "(선거에)관심을 가질수밖에 없다"며 "국내외 정세는 기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 왔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법무법인 율촌이 발표한 '2024 이슈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4월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할 경우 상속·승계 세(稅) 부담 완화와 기업활동 지원을 위한 규제 완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했다. 반면 야당이 승리할 경우, 노동·환경·조세 분야 규제 강화를 위한 입법을 예상했다.

율촌은 "금융사고, 불완전 판매, 초과이익 등 금융회사 규제 강화는 여야 공통 기조인 만큼 총선 이후에도 지속 추진될 전망"이라며 "11월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트럼프 간 재대결이 유력한 가운데 트럼프 당선 시 ▲대중 강경노선 및 보호무역주의 회귀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 전환 ▲反이민정책 기조 등 미국의 통상·외교정책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국내 전기차·배터리·반도체·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의 대미·대중투자, 합작법인 설

립, 외국정부·기업과의 통상분쟁 이슈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지=지디넷코리아)

국립외교원에서 분석한 '2024년 미국 대선 전망 및 정책적 함의' 보고서에서도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통상 정책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대외정책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국립외교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국력 내실화와 효율성을 강조하는 외교·안보 정책과 대내 역량 강화와 호혜성을 강조하는 통상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뉴스1)

트럼프 대통령 재선 시에는 ‘거래 중심적 동맹관’에 기초한 보다 공세적인 한미 관계를 재현할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바이든 현 대통령 최대 공적으로 꼽히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기할 계획이라고 언급하며 벌써부터 국내외 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혼돈의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나라 정부가 균형 있는 외교정책을 펼치고, 기업들은 기술력 우위를 선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선거 후 자국 중심주의·보호주의 색채는 강해질 수밖에 없다"며 "러·우크라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홍해 호르무즈 해협 사태 등이 국제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등 이런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자생력을 갖추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배터리 등과 같이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강대국 논리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국제 문제는 철저하게 (회원국 모두 동등한 권리와 의무 갖는)다자주의적 입장에서 움직이고, 한미·한중 관계에서는 (시장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교류하는)양자주의적 입장도 최대한 개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관련기사

또 "갈등을 해결하는 것보다 관리하는 것에 외교적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강대국뿐 아니라 글로벌 사우스(제3세계 국가), 알타시아(중국 대안의 아시아 공급망) 등 외교 지평을 확대하면서 이슈를 선점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