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칼럼] K-자유투와 해적경영

전문가 칼럼입력 :2023/12/26 14:15

이정규 비즈니스 IT컬럼니스트
이정규 비즈니스 IT컬럼니스트

미국 NBA 농구계에서 한국의 뱅크슛이 화재가 되었다.  우리 선수들이 자유투를 던질 때, 농구대의 백보드를 맞추어 득점하는 플레이를 본 어떤 캐나다 사람의 글이 촉발시킨 논란이다. 혹자는 이를 'K-자유투’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에게는 별로 이상하지 않은 뱅크슛 자유투 스타일이 미국 농구계에서는 익숙하지 않다고 하니 이유가 궁금해졌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농구는 농구 골대의 바스켓에 바로 넣는 자유투 스타일을 최고로 친다. 선수가 던진 농구공이 멋진 포물선을 그리며, 바스켓에 빨려 들어가 그물을 툭 흔들며 득점하는 모습을 보고 관중들은 환호한다. 그런데 NBA에 진출한 우리 선수가 백보드를 맞추어 득점하니 선수는 물론 관중들도 키득키득 웃더라는 것이다. 백보드를 맞추고 운 좋게 공이 들어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외국 스포츠 평론가가 본 한국 농구장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K-자유투를 본 우리 관중은 웃지도 않을뿐더러, 선수 역시 거리낌 없이 뱅크슛을 하는 모습이 이상했나 보다. 그래서 그는 무엇이 두나라 관중의 태도를 다르게 만들었는지 심층 취재를 했다고 한다.

(사진=NBA 공식 사이트)

자료에 따르면 미국 프로농구 선수들의 자유투 평균 성공율은 매년 77%대 근처를 오르내린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농구선수 중에 자유투 성공율이 제일 높은 다섯명의 선수 중에 세명은 뱅크슛을 사용하는 선수들이다. 1위 선수는 91.4%, 3위 선수는 89.2%, 5위는 85.7%로 미국선수의 평균보다 9~14%P 씩이나 자유투 성공률이 높다.

농구를 발명한 미국은 농구 득점 방식도 은연 중 품격을 따진다. 마치 깔끔한 해군 제복과 같다고 할까? 반면에 우리 선수는 그들이 보도 못한 해적 플레이로 월등한 전과를 올린다. 룰에 어긋나지만 않는다면, 상대적으로 많은 점수를 넣을 수 있는 테크닉이 더 각광을 받아야 할 터인데, 미국 농구계는 전통과 관습에 젖어 새로운 플레이에 대한 수용성이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해적 플레이는 경영의 세계에도 예외는 아니다. 전통적인 마케팅 전략은 세그먼테이션, 타켓팅, 포지셔닝 그리고 4P(product, price, promotion, placement)와 같은 진부적인 방법론에 주목한다. 한편,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마케팅 전략과 같은 모양으로 싸워서는 승산이 없다. 그래서  ‘해킹(hacking)’과 같은 해적질을 해서라도 기라성 같은 대기업의 아성에 도전해야 한다.

자원과 에너지가 달리는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같은 비즈니스 전략으로 그들과 대적하는 일은 죽음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그 때문에 스타트업의 오피니언 리더들 중 한 사람은 ‘해적지표’라는 새로운 개념을 창조했다. 페이팔의 마케팅 이사였고, 유명한 벤처 캐피탈  ‘500 Startups’를 설립한 데이브 매클루어(Dave McClure)이다. 그는 제도권 경영학에서는 혁신지표라 불리는 단어에서 혁신을 떼어 내고 ‘해적’이란 말을 붙였다. 스타트업의 사업을 점잖게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가진 듯하다.

육상전투에서 비정규전을 게릴라전투라고 한다. 바다에서의 비정규전은 해적이 능하다. 매클루어는 스타트업을 해적에 비유했다. 기존 대기업의 아성을 깨부수고 새로운 경제질서를 만들어 내므로, 스타트업을 해적으로 부른 듯하다. 대기업에 대항하여 인터넷의 바다에 새로운 대안 기업을 만들고 사업을 꾸려 나가는 스타트업의 메타포로서 ‘해적’을 사용한 것은 그럴 듯하다.

인터넷 상에서 고객반응을 살펴서 구매전환율의 상승을 유도하는 일은 디지털 해킹 테크닉이다. 이런 일을 하는 전문가 그룹을 ‘그로서 해커(growth hacker)’라 부른다. 그로서 해커의 성과지표는 해적지표에 맞추어져 있다. 맥그리거가 처음 해적지표를 제안했을 때에는 5단계로 구분했지만, 후학들은 이를 6단계로 구분한다. 이를 줄여서 A3R3(AAARRR)라 부르는데 거칠게 설명을 하면 아래와 같다.

*Awareness(알아챔): 어떻게 사람들이 우리에 대하여 알고 있는가?

*Acquisition(들이댐): 고객이 어디로부터 우리의 웹사이트에 방문하는가?

*Activation(알아줌): 얼마나 빨리 사람들이 우리의 가치를 발견하는가?

*Revenue(구매함): 왜 사람들이 우리의 서비스에 돈을 지불하는가?

*Retention(붙잡음): 왜 사람들이 우리에게 다시 방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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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ral(소문냄): 왜 사람들이 우리를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는가?

전반의A3는 대개 순차적 활동으로 간주되지만, 뒤 이은 R3 활동은 연속적 활동이기보다는 비선형적 활동으로 이해함이 좋다. 어느 구멍에서 머리를 들이밀 줄 모르는 두더지 게임처럼, 인터넷 상에서 동시병행으로 발생하는 고객의 반응을 순차적 평가로는 따라갈 수 없다. 그래서 실시간 디지털 모니터링 툴을 사용해 고객거래를 중간에 해킹하고, 이렇게 모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고객 전환율을 높이는 변수를 신속히 조정하는 해적 역량이 중요하다. 바다에서 목표선박을 쫓아가는 해적처럼, 공격직전에 굳이 해적깃발을 펼칠 필요는 없다. 인터넷의 바다에서 고객의 정보를 뺏아오는 해적질(해적경영)은 지금도 은밀하게 벌어지고 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정규 비즈니스 IT컬럼니스트

(현)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 경영정보학 박사, 정보관리기술사, 미국회계사. IBM, A보안솔루션회사 및 보안관제회사, 기술창업 스타트업, H그룹 계열사, 비영리 D재단, 감리법인 등에서 제조산업전문가, 영업대표, 사업부장, 영업본부장 및 컨설팅사업부장, 대표이사, 기술연구소장, 사무국장, 수석감리원을 역임했다. KAIST 기술경영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벤처창업의 이론과 실제'를 가르쳤고, 국민대 겸임교수로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IT컨설팅'을 출강했다. 저서로는 '동시병행설계', '딥스마트', '비즈니스 프로세스', '프로세스 거버넌스', '실전IT컨설팅' 등이 있다. 프로보노 홈피 deepsmar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