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칼럼] 마이크로바이옴과 미시권력

전문가 칼럼입력 :2023/08/07 14:18

이정규 비즈니스 IT컬럼니스트
이정규 비즈니스 IT컬럼니스트

최근의 뇌과학은 인간을 구성하는 단위 세포의 협업에 새로운 통찰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인간의 세포가 서로 간에 긴밀히 협업하는 현상을 보면 마치 세포 하나 하나가 지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심장이나 장, 근육 및 감각기관에도 머리에 있는 뉴런 세포가 발견되는 일도 그런 증거입니다. 그런데 비록 인간 세포는 아니지만, 장에 공생하는 미생물과의 협업도 건강한 삶에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음이 최근에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장내 세균의 생태환경을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 합니다. 인간 장 속의 마이크로바이옴은 600만년 동안 인류와 같이 상호영향을 주며 공진화 하였다고 합니다. 인체의 세포수는 대략 30조로 말해집니다. 반면 장 속 마이크로바이옴의 수는 38조로 추정됩니다. 몸중량이 70키로그램일 경우 마이크로바이옴은 200그램에 불과하지만, 우리 몸의 유전자 개수보다 몇배 많다고 추정됩니다.

또한 인간은 20여가지의 탄수화물을 분해할 수 있는데, 장내 미생물은 그보다 몇 백배 많은 종류의 탄수화물을 분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인체가 소화하지 못하는 식이 섬유를 마이크로바이옴이 분해하여 영양분을 장에 흡수시키는 것입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의 유산 상속은 아이의 출산 때 엄마의 산도(産道)로부터 받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제왕절개로 출산하는 비율이 높아져 오히려 아이들이 알러지, 천식, 당뇨병, 크론병 등 다양한 발병이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 장의 세균이 문제가 생기면 살이 찐다고 합니다. 염증이 생겼을 때 독소를 저장하기 위해 지방에 저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장내 유익균의 수자가 감소하면 인간의 건강 밸런스는 무너지게 됩니다. 이처럼 마이크로바이옴이 인간의 면역 및 암 발생 억제 및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는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과 정신질환과의 관련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이 뇌 와도 소통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너무나 작고 미소하여 존재 자체와 기능이 주목받지 못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이 신체의 건강 유지에 필수적인 협업을 하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현대는 네트워크 사회입니다.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피라미드 사회처럼 엘리트가 중요하지 않고, 모든 구성원 하나 하나가 중요합니다.  이런 구성원을 정치학으로 미시권력이라 부릅니다. 우리 사회에서 또는 기업에서 미시권력이 해내는 역할이 바로 마이크로바이옴과 같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신, 왕과 귀족, 영웅과 엘리트만의 것이 아닙니다. 미시권력은 마치 마이크로바이옴처럼 리더그룹이 하지 못하는 기능을 사회 이곳 저곳에서 묵묵히 해내고 있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 입니다. 평직원들이 뛰어나고 건강해야, 기업도 탁월해지고 강건해집니다.

뇌과학자 리사 펠드먼 배럿(Lisa Feldman Barrett)은 저서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다윈은 동물들의 몸에서 변이를 관찰했는데 같은 원리를 인간의 마음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인간의 본성이 단 하나뿐이라면 재난이 닥쳤을 때 우리는 멸종할 수 있다. 고맙게도 우리 종족은 …여러 종류의 마음을 가진 덕분에 멸종할 가능성이 적다. 이러한 변이는 우리 종의 진화능력을 보존해준다.”

기업에서 변이는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도 혁신을 요구하는 소수의견이라 생각합니다. 모두가 No라 말할 때 Yes, I Can이라 말하는 것 혹은 모두가 Yes맨이 되었을 때, ‘아닙니다’ 말하는 의견일 것입니다. 그러나 대개 소수의견은 다수의 공격을 받기 십상입니다.

아마도 이런 말들일 것입니다. “너무  나대지 마라! 웃기고 있네! 그건 전에 해봤어! 너무 돈이 많이 들어! 예산 초과야! 너무 성급해. 우린 시간이 없어! 우리 회사는 너무 작아서!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어! 그것 없이도 잘해왔어! 사장님이 관심이 없을 걸!” 이런 말을 소위 ’킬러의 말‘이라고 합니다.

비록 변이가 자연적인 현상이고, 우리 인간에게 멸종을 극복할 축복이라 할지라도, 일상의 현상과 상이한 변이는 대중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불안은 당연합니다. 그렇다고 불안 요인을 마치 없었던 것같이 제거하려는 시도는 조직의 멸망을 앞당기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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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성숙도는 소수의견을 어떻게 다루는 가로 판단됩니다. 소수의견을 진심으로 청취하고 검토한다면, 소수의견을 낸 사람도 대안을 쉽게 수용한다고 알려졌습니다. 네트워크 사회는 예측 가능하지 않은 소수의견의 비선형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오히려 소수의견이 없는 사업계획은 시간을 두고 재검토하여야 닥쳐올 위험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변이는 기업의 생존능력을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이제 영웅의 시대는 갔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과 같은 미시권력과 진정한 협업은 우리 사회와 기업의 생존에 필수적입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정규 비즈니스 IT컬럼니스트

(현)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 경영정보학 박사, 정보관리기술사, 미국회계사. IBM, A보안솔루션회사 및 보안관제회사, 기술창업 스타트업, H그룹 계열사, 비영리 D재단, 감리법인 등에서 제조산업전문가, 영업대표, 사업부장, 영업본부장 및 컨설팅사업부장, 대표이사, 기술연구소장, 사무국장, 수석감리원을 역임했다. KAIST 기술경영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벤처창업의 이론과 실제'를 가르쳤고, 국민대 겸임교수로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IT컨설팅'을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동시병행설계', '딥스마트', '비즈니스 프로세스', '프로세스 거버넌스', '실전IT컨설팅' 등이 있다. 프로보노 홈피 deepsmar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