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보공단, 생보사에 건강정보 제공 못하나, 안하나

기자수첩입력 :2023/12/07 15:20

한화생명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청한 건강정보(이하 의료데이터) 관련 결정이 해를 넘길 전망이다.

현재 해당 사안은 건보공단 건강정보 제공심의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라가지도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로 논의가 사실상 멈춘 게 삼년 째다.

건보공단은 다양한 여론 수렴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시간이 걸린다고 말한다. 비공식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지만, 실제 정례적으로 ‘테이블’이 마련되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사실 생보사에 국민 의료데이터를 제공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공공기관 입장에서 여러 부담이 따른다. 건보공단 입장에서는 모두에게서 욕을 먹고 있는 형국이다. 

산업계는 헬스케어 산업 고도화에 필요한 빅데이터를 공공기관이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 시민단체는 국민이 맡긴 의료데이터를 건보공단이 임의대로 민간 개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진=건보공단)

그런데 건보공단은 의료데이터 제공에 무게를 싣고, 건보공단노조나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반대 측이 찬성하도록 설득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렇지만 쉬이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건보공단이 반대 측에 끌려 다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다고 시민단체를 소위 ‘패싱’하는 것은 더 큰 반발을 불러올 수 있으니 건보공단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있는 것이다.

이런 건보공단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공공기관이 주요 사안의 결정을 마냥 미루고 있는 것은  적절치 않다.

관련해 건보공단은 헬스케어 기업에 가명화된 의료데이터를 제공하겠다며 설명회까지 열고 있지만, 생보사 제공 여부의 결정은 별개의 건으로 미뤄두고 있다. 좋게 말해 ‘투트랙’이요, 실상은 눈치보기에 다름없다. 

제공을 하든, 하지 않든 건보공단은 하루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 정치적 부담을 피하고자 언제까지 사안을 뭉개고만 있을 건가. 최소한 국민들에게 정례적으로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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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지금껏 뒷짐만 지고 있는 보건복지부는 건보공단이 결론을 내도록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지금처럼 시간만 끌다가 만약 용산에서 ‘제공하라’는 지시가 내려오고 나서야 건보공단이 부랴부랴 제공을 결정한다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만 해도 겁이 난다. 당장 의료계와 시민단체, 국민들은 ‘밀실합의’로 규정, 반발할 것이다. 이런 사회적 혼란을 건보공단이 감당할 수나 있겠는가.